권오용의 총수 탐구(1), 경영성과가 기업가 정신이 바로미터

우리나라에서는 큰 회사를 재벌이라 부르고 그 회사의 회장을 오너라고 부른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이 큰 회사고 이건희, 정몽구, 최태원, 구본무 회장 등은 후자에 속한다.

   
▲ 이건희 삼성회장
   
▲ 정몽구 현대차 회장

오너들의 기업가 정신은 어떨까. 그들이 창업하거나 수성해서 키워온 기업 구성원들의 기업가정신은 어떨까. 학술적으로서가 아니라 경험한 것을 토대로 적어본다.

<경영의 성과가 기업가 정신의 바로미터>

기업가 정신이 제대로 발휘됐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판별하는 첫 번째 기준은 경영 성과다. 그가 회장으로(오너로) 있는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그리고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기업가 정신이 발현됐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업인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기업가정신은 이 점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가 1993년 신경영선언을 할 당시 삼성의 매출은 29조원, 20년이 지난 2012년의 매출은 13배 늘어난 380조원이 됐다. 같은 기간 세전이익은 49배, 시가총액은 44배 늘었다. 정몽구 회장도 1999년 취임 당시에 비해 시가총액은 29배, 매출은 11배 늘리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 이건희회장의 경영 화두와 삼성그룹의 변화

                                            *출처: 한국경제신문

외국의 경우 애플 오너였던 고 스티브 잡스는 재임 기간(1997~2011) 시가총액은 115배, 매출은 18배 늘렸다. 재벌 및 최고경영자(CEO), 기업경영평가 사이트 CEO 스코어는 취임 이후의 경영성과를 토대로 이건희 회장의 경영성과가 성공한 경영인으로 꼽히는 스티브 잡스나 잭 웰치(GE)보다 더 높은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이건희 삼성회장, 정몽구 현대차회장,  잡스, 웰치의 경영성과

   
▲ 이건희 삼성회장과 고 스티브 잡스 애플 CEO의 경영성과

                                 *출처: CEO스코어


<오너는 기업가 정신이 없나?>

경영성과를 오너로 불리는 가족이 지배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비 가족 지배기업을 비교한 자료를 보자. 이 역시 고용창출 능력, 매출액 신장률 등 여러 측면에서 가족 지배기업이 비가족 지배기업보다 더 우수하고 주가 상승률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기업 vs. 일반기업 경영성과 비교

   
▲ 가족기업과 일반기업의 경영성과

*(조사시기 및 대상) ‘05~’07년,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근로자수 250~5,000명의 3만4,416개 기업
**자료: Ernst&Young.,(2010), 'Flexible, focused and forward-looking. How a distinctive business approach is sustaining family firms through the downturn' p.4

               주요국 상장사들의 소유 주체별 비중

   
▲ 주요국 상장사들의 소유주체별 비중

주: *의결권 20% 보유 기준
자료: Faccio, M. & Lang, Larry.H.P.,(2002), 'The ultimate ownership of Western European corporations',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65, p.379

Pindado, et al(2009), Mckinsey & Co.(2010) 등의 해외 연구에 따르면 가족지배기업의 경영성과는 창업주세대일 때 가장 좋고(Founder Effect) ,승계 이후에도 설립자 가문이 계속 이사회나 감독위원회에서 활동해야 성과가 유지되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결과는 기업이 오너 일가에 의해 지배된다는 사실이 오너리스크로 지목되면서 성과 또한 평가 절하되는 국내의 일부 인식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일부에서는 오너지배의 경영구조가 한국에서만 있는 현상이라는 편견도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오너경영이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Faccio&Lang(2002)은 서유럽 13개국 상장사 5,232개 사의 소유현황을 분석했는데 프랑스(64.8%)와 독일(64.2%)을 비롯하여 가족지배 기업이 50%를 넘는 국가가 5개나 되었다.

중국의 경우도 같은 분석이 있다. 포브스의 2011년 11월호에 실린 자료를 보면 중국 증시에 상장된 가족기업은 460개로 민영상장기업(1,268개)의 32.68%를 차지하고 있다. 상장된 가족기업의 총자산 이익률(ROA)은 6.66%로 국유 상장기업의 1.75%보다 3.8배나 높을 뿐 아니라 상장 민간기업의 2.82%보다도 2.36배나 높았다.

전경련은 해외조사기관이 거론한 오너지배기업의 장점을 정리하며 △장기적 안목에서의 경영계획 수립 △신속한 의사결정 △고용구조 안정화 △책임경영도모 △주주 가치의 실질적 확보 △위기상황에서의 구심점 기능 △이해관계자와의 장기적이고 협력적인 거래 관계 △대리인 문제 해결 등을 꼽았다.

이 같은 분석대로라면 기업가정신은 기업을 소유함으로써 더 활성화되고 기업은 기업가정신의 기반에서 성장하고 발전한다고 할 수 있다. /권오용 전 SK그룹 사장, 현 효성그룹 상임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