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만·유재길·유영하 출마 봉쇄 비민주…원칙·소신·책임도 없어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이하 대표 생략)는 희대의 졸작 '도장 갖고 튀어라'로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과정이야 어떻든 협상 카드로 내민 곳 중 서울 은평을, 송파을, 대구 동구을 지역은 자기 고집대로 무공천 지대로 놔두는 짭짤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정치는 협상과 타협이다. 국민과 조직을 위해 타협한 것"이란 자평은 그래서 나온 말일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협상과 타협 이전에 원칙과 신념이 있어야 한다. 그것 없는 협상과 타협의 정치란 야합이다.

신념 없고 무원칙한 야합 정치는 국민과 당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라 말아먹기 딱 좋은 그야말로 '배역의 정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김무성은 원칙과 신념이 있는 정치인인가. 이번 공천 과정을 거치는 동안 김무성식 정치의 본색이 드러나면서 그 물음에도 답은 나왔다. 상향식 공천에 정치생명을 걸겠다더니 다 무너지고 남은 잿더미 위에 홀로 서서 "정치는 지면서 이기는 것" 운운했다. 이미 볼 장은 다 본 것이다.

김무성이 소위 '옥새 파동'까지 일으키며 무공천 지역구로 남긴 서울 은평을 여론추이만 봐도 무원칙한 잣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달 9일 정의당이 여론조사 기관 (주)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한 자체조사 결과에서 이재오 의원은 정의당 김제남 후보(42.5%)에 9.1%p 뒤진 33.4%로 나왔다.

25일 매일경제와 MBN이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22~24일 사흘간 조사)에서는 김무성 옥새 몽니로 출마가 무산된 유재길 전 새누리당 후보가 24.3%, 무소속 이재오 의원이 20.4%로 나왔다. 고연호 국민의당 후보는 16.8%,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6.1%, 김제남 정의당 후보는 7.3%였다.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하면 된다) 일부이긴 하나 이런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이재오 의원은 5선을 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피로도가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김무성은 "이재오 의원에 대해 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우리 당의 원내대표를 두 번 한 사람이고 다섯번씩이나 공천해 당선된 사람인데 이제 와서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마치 정체성 문제로만 낙천한 것처럼 떠들었다. 그래놓고 다른 공천은 "어떤 지역은 모든 여론 조사에서 1등을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닌 2등한 사람에게 단수추천이 돌아갔다.

다른 지역은 2등도 아닌 하위권이 단수 추천 받았다"며 여론조사로 트집을 잡았다. 역대 최악의 19대 국회라는 비난 속에서 올 초 주요 언론사들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현역 의원 교체를 원한다는 답변이 현역에 투표하겠다는 것보다 2~3배가량 높게 나왔다. 바로 이런 근거들이 새누리당 공관위의 이재오 낙천 결정을 비상식적이라고 비난할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그런데도 김무성은 다른 지역은 여론조사를 운운하고 은평을에 대해선 정체성을 따졌다. 이게 원칙이고 민주적인 태도인가.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자당 후보들의 출마를 원천 봉쇄한 사실은 그 어떤 말로도 변명조차 될 수 없다. 공천에 문제가 있어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진즉 이의를 제기하고 토론을 거쳐 합의하고 결론을 냈어야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무성 옥새 파동의 실체와 심각한 해당행위

이런 공당의 결정을 뭉개고 벌인 옥새 투쟁이, 그래서 기어코 자당 후보의 지역구 출마를 봉쇄한 짓은 과연 정당하다고 할 수 있나. 당을 떠난 동지들이 남긴 '이건 정의도 민주주의도 아니다.'는 말이 가슴에 꽂혔다는 김무성은, 당 대표 도장을 미끼로 벌인 자신의 행위는 그럼 민주적인 태도라고 생각하나. 국가도 아닌 김무성 개인에 의해 선거 출마 기회를 박탈당한 이재만 유재길 유영하씨에 저지른 짓은 정의인가.

또 졸지에 참정권을 침해당한 그 지역 주민들에 한 행위는 민주주의란 말인가. 새누리당을 탈당한 조해진 의원이 김무성 옥새 파동의 본질만큼은 정확히 꿰뚫었다. "김무성 대표가 할 것은 옥새를 갖고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옥쇄'하는 것이다. 옥쇄는 자기의 모든 것을 버리고 싸우는 것이 옥쇄다. 반면 몽니는 자기 거 챙길 건 다 챙기고 나서 저항하는 게 몽니다. 김 대표는 '옥쇄' 투쟁을 했어야 국민의 지지도 받고 당 대표의 리더십이나 위상도 섰을 것인데 이미 그 시점이 다 지났다"

김무성계로 불리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공천을 다 받을 동안 별 말 않다가 뒤늦게 이재오, 유승민 등 몇 사람 챙기는 것으로 할 도리 다했다는 태도를 보이는 건 쇼맨십이고 몽니라는 점을 신랄하게 꼬집은 것이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김무성의 행위가 몽니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무성은 당 대표로서 있을 수 없는 전무후무한 해당행위를 저질렀다.

집권여당의 당 대표가 자당 후보들의 출마를 원천 봉쇄한 사실은 그 어떤 말로도 변명조차 될 수 없다. 공천에 문제가 있어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진즉 이의를 제기하고 토론을 거쳐 합의하고 결론을 냈어야 했다. 그런데 막판까지 이리저리 재면서 누구도 어쩌지 못할 그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타이밍을 맞춰 부산으로 튀었다. '꼬장'을 부려 공당의 결정을 뒤엎는 해당 행위의 결과물을 정치적 성과라고 자랑했다. 그래놓고 "당의 갈등을 봉합하고 파국을 막기 위한 대표의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했다. 국민을 상대로 개그하자는 건가.

김무성의 저질 독재와 거품 정치인 유승민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이 말은 유승민 의원이 한 발언이 아니다. 작년 2월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김무성이 한 발언이다.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 나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세금을 더 걷던지 복지수준을 동결하던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한날 똑같이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에 '빅엿'을 선사했던 것이다.

그때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뚝 떨어졌던 시기였다. 정부정책에 이견이 있더라도 집권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이런 식으로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도발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라고 볼 수 없다. 당 대표라는 사람은 틈만 나면 대통령에게 도발했다가 금방 꼬리 내리기를 반복하고 원내대표였던 사람은 본인도 감당 못할 거품 정치인이 됐다. 필자는 유승민이 대통령에 반기를 들었다는 것을 빼곤 그가 보수정당의 3선 의원으로서 어떤 정치적 역량을 보여준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김무성은 당 공천 과정과 결과를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했지만 본인의 행동은 독재자의 그것 이상이었다. 공천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자신이 당 대표로 있는 새누리당이란 공당의 공천과정을 일거에 반민주로 짓뭉갰다. 원칙도 소신도 없는 야합의 정치 진수를 보여줌으로써 많은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자신의 정치생명까지 걸었던 상향식 공천마저도 그토록 손쉽게 말을 바꾸며 자기 정당화에 급급했다. 친박이든 비박이든 김무성 덕에 공천권을 지킨 소수를 제외하고 도대체 누가 그를 신뢰하고 당의 운명을 맡길 수 있나. 그가 위기에서 보여준 리더십은 한 국가를 이끌어갈 능력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의심을 품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만 놓고 따져 봐도 김무성의 해당행위는 출당이나 제명 이상의 조치도 부족하다.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김무성이 져야할 책임은 명백하다. 책임질 줄 모르는 정치인은 여야를 떠나 정치권에서 퇴출해야 마땅하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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