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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시장, 위험한 실험 '노동이사제' 당장 멈춰라
정치적 강성노조가 주인 없는 공기업 지배…부실덩어리 전락 가능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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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6-03-28 1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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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통합을 진행 중인 노사정 대표단이 이사회에 노동조합을 참여시키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잠정 합의했다. 노사정 대표단은 두 공사 노조의 투표를 거쳐 노동이사의 수와 경영협의회 구성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가 당초 통합을 추진한 이유는 누적부채가 4조6000억원에 달하는 서울지하철의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통합의 본래 명분은 잊은 채 노조의 권력만 키워주는 엉뚱한 길로 가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1970년대에 독일을 중심으로 처음 도입됐지만 지금은 시장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로막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모호하게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시 공기업 노동이사제 도입이 가져올 문제점을 분석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패널로 나선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럽은 법률에 따라 근로자를 이사회에 참여하도록 하나 서울시는 정관을 변경하여 노조원에게 이사의 지위를 부여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정관변경은 주식회사형 공기업의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해야 하지만 주식회사형 공기업이 아닌 경우는 이사회에서 정관을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지배구조와 같은 중요한 사항을 법률 근거 없이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 교수는 “근로자를 이사로 임명하여 주인 없는 공기업의 노사 혼성 이사들이 노사 대립 국면에서는 비정상적 합의를 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박원순 시장이 나서서 노동이사제라는 위험한 실험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래 글은 최준선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노동이사제(勞動理事制) 논의
위험한 실험, 즉각 중단해야 한다 1)

서언

서울시 공무원들이 서울 지하철을 망치고야 말 위험한 이야기를 한다.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가 내년 1월 ‘통합공사’로 출범하면서 ‘노동 이사제’(勞動理事制)를 도입하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두 공사 노사(勞使)가 지난 15일 2명의 노조원에게 이사 자격을 주어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하기로 잠정 합의하고, 오는 3월 25~29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기업 지배구조의 중요성

이사회 구성은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 부분이다.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란 “회사를 관리하고 지배하는 체계”를 말한다(1992년 영국 Cadbury 보고서).2) 기업지배구조문제는 회사의 관리감독, 이사회, 경영진 및 주주간의 관계가 핵심으로서, 주로 회사의 기관구조 문제이다. 지배구조가 건실하지 못하면 기업부정과 부실의 원인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각국은 기업지배구조를 법률로 정하여 두고 있다. 예컨대 1997년 외환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등 국제 금융기관은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게 된 원인은 기업의 지배구조가 문제임을 간파하였다. 그러나 한국 기업 스스로 지배구조를 개선할 의지와 능력을 의심한 이들 기관은 지배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금융 지원도 없다고 우리 정부를 압박하였다. 이에 정부는 상법의 회사편 규정을 대폭 개정하였으며, 그 결과 현재의 주식회사 사외이사 제도와 감사위원회 제도 등이 도입되었다.
 
지배구조문제는 주인 없는 공기업이나 주식이 잘 분산된 기업의 경우 더욱 중요하다. 사기업의 경우 이른바 오너가 있어서 오너의 절대적인 지배권의 영향으로 기업부정이 발생하기 어렵지만, 공기업의 경우는 정부 및 공공기관이 주주이기 때문에 감사원 외에는 적절한 감독기구가 없다. 주식이 극심하게 분산되어 지재주주가 없는 경우에도 소액주주들의 세력화가 어려워 경영자의 부정이 발생하기 쉽다. 따라서 법률로 정한 지배구조를 충실하게 준수하는 것은 기업의 건전한 발전과 생존을 위하여 매우 중요하다.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회사법은 조직법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공공 조직은 상법 중 회사편에서 제시된 주식회사의 조직 모델을 따른다. 그래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도 상법 규정을 다수 준용한다. 우리 상법은 자유시장경제 국가 대부분이 채택한 모델인 영미의 이사회 제도를 채택하였다.

   
▲ 박원순 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공무원들이 서울 지하철을 망치고야 말 위험한 이야기를 한다.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를 내년 1월 통합공사로 출범하면서 노동 이사제(勞動理事制)를 도입하기로 했다./사진=연합뉴스


독일의 공동결정제도

근로자의 이사회 참여는 독일에서 인정되고 있다. 연합국에 의하여 성립된 독일민주공화국은 기독교민주연합(기민련, Christlich-Demokratische Union, CDU. 현 집권당. 야당은 독일 사회민주당, Sozialdemokratische Partei Deutschlands, 사민당)의 Konrad Adenauer 총리의 주도하에 미국식의 자유방임적 자본주의모델에 구소련의 사회주의적 중앙계획경제모델을 가미한 이른바 “사회적 시장경제”(Soziale Marktwirtschaft)를 구축하였다.3) 이러한 체제는, 마치 1960∼1970년대 한국의 경제정책과 마찬가지로, 전후 독일을 부흥시키는 데 매우 유효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체제는 국민의 사유재산과 생산수단의 사유화를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세금을 통하여 부를 재분배하고 공공의 이익을 확대한다는 개념이다. 사회적 시장경제의 한 내용으로 1951년 경영조직법(Betriebsverfassungsgesetz)을 제정하여 철강·석탄·광산 분야에서 자본가와 근로자가 협의해 경영 사항을 결정하는 ‘공동결정제도’가 도입됐으며, ‘1976년 공동결정법’(Mitbestimmungsgeset)에서 이 제도가 확립되었다. 이 체제에서는 이사회를 ‘감독이사회’(Aufsichtsrat)와 ‘경영이사회’(Vorstand)로 나누고, 감독이사회의 이사 반수를 근로자의 대표로써 임명한다. 감독이사는 경영에 참여할 수 없으므로 감독이사의 멤버인 근로자는 경영에 참여할 수 없다. 감독이사회의 의장은 자본가의 대표가, 부의장은 근로자의 대표가 맡으며, 가부(可否) 동수인 경우 의장에게 결정권을 준다.

이와 같은 2원적 이사회 체제(二元的 理事會, two-tier board system)는 전쟁 후 독일 경제를 부흥시키는 데는 매우 유용했지만, 현대에는 맞지 않다. 주주 가치 제고라는 세계적 추세와 기업 활동의 국제화에 적응할 수 없는 지배구조이기 때문이다. 외국 투자자가 투자를 할 수 없고, 노조가 반대하면 M&A도 불가능하며, 신속한 의사결정도 불가능하다. 그 결과 독일의 주식회사 수는 수 천개에 불과하고, 따라서 자본시장도 매우 낙후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독일에서도 공동결정제도에 대한 비판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2002년 독일 기업들의 대규모 부정 사건으로 이러한 제도는 심한 비판을 받았으며, 지난해 폭스바겐 사건으로 다시 한 번 시대에 뒤진 제도라는 비난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한 번 주어진 혜택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법이다. 들끓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는 여전히 이 제도가 살아 있다.

독일 이외의 유럽의 상황

유럽연합(EU)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유럽주식회사법’상의 유럽주식회사(societas europaea, SE)는 2원적 이사회 제도 도입을 각 회사의 선택에 맡겨, 각 회사가 정관으로 이를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U 내의 각국의 국내법에 따라 설립된 주식회사는 언제든지 유럽주식회사로 전환할 수 있다.

몇몇 국가의 국내법을 보면, 우선 영국에서는 근로자의 이사회 참여를 인정하지 않는다.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기업주의 대표와 근로자 대표가 동수로 이루어지는 기업위원회(counseil d’entreprise)를 두어야 하나, 이것은 경영협의회의 성질을 가진다. 네덜란드에서는 대기업의 경우 기업위원회가 이사를 임명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1983년 ‘공공부문민주화법률’에서 국유기업의 ‘이사회에 참여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근로자제도’를 도입하였고, 1986년에는 각 회사가 임의로 근로자 대표에게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그 밖에 프랑스에서는 노동법에서 노사협의회의 대표가 참고인으로서 이사회에 참석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이 근로자의 이사회 참여를 인정하는 국가는 모두 법률에 근거규정을 두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국유기업은 ‘공공부문민주화법률’에서 국유기업의 경우 ‘이사회에 참여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근로자제도’를 규정하였음으로써 그 도입이 가능한 것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유럽 국가 중 독일은 근로자의 경영참여는 감독이사회에만 참여할 수 있음으로써 근로자의 경영참여가 오히려 약한 편에 속하고, 프랑스에서는 임의규정으로 되어 있고 또 유럽주식회사로 전환하면 이를 회피할 수도 있어서 실제로는 별로 활용되고 있지도 않다. 근로자 이사제도는 주주가치의 제고와 극심한 국제경쟁력이 요구되는 현대 기업 활동에서는 지배구조의 비효율성 때문에 현대 선진 각국에서는 더 이상 채택하지 out-date된 제도이다.

특히 유럽과 한국은 노동조합 운영시스템이 크게 다르다. 한국도 노사협의제도가 법으로 의무화돼 있는 점은 유럽과 비슷하지만, 노조의 설립요건이 매우 엄격하고, 한 번 설립된 노조에 대한 보호장치가 유럽에 비하여 매우 강하여 노조의 자주성과 독자성을 법률로 보장한다. 유럽은 부당노동행위 제도가 없고, 파업을 하면 마음대로 대체할 수 있으나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노조의 성향도 한국이 더욱 정치적이다. 그러므로 유럽이 어떻다고 해서 한국이 따라갈 이유는 전혀 없다. 

   
▲ 유럽은 부당노동행위 제도가 없고, 파업을 하면 마음대로 대체할 수 있으나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노조의 성향도 한국이 더욱 정치적이다. 서울지하철의 진짜 주인은 서울시민이지만, 노조가 주인 노릇을 하게 된다./사진=연합뉴스


서울시는 위험한 실험을 즉각 중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서울시는 감독이사가 아닌 경영이사에 해당하는 자리에 노조원을 임명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독일식 감독이사회 제도가 없으므로 서울시가 임명하는 이사는 당연히 경영이사가 된다. 노동자가 동시에 경영자가 되면 자기가 자기를 경영하게 된다. 한국은 독일을 비롯한 위에서 살펴 본 유럽 각국과 노조운영시스템이 다르다. 특히 유럽의 경우는 법률의 규정에 따라 근로자를 이사회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정관을 변경하여 바로 노조원에게 이사의 지위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정관변경은 주식회사형 공기업의 경우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 하여야 한다. 그러나 주식회사형 공기업이 아닌 경우는 이사회에서 정관을 변경할 수 있다. 지배구조와 같은 중요한 사항을 법률의 근거도 없이 이사회에서 간단히 결정하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 

물론 경영에 대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협의할 수는 있다. 경영협의회까지 금지할 이유는 없다. 이미 우리나라는 1997년 3월 13일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경영협의회와 이름만 다른 노사협의회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근로자를 이사로 임명하여 주인 없는 공기업의 노사 혼성 이사들이 노사가 대립하는 국면에서는 빈번히 비정상적인 합의를 할 가능성이 커지고, 그 사이 공기업의 생존이 위태로워질 가능성도 덩달아 커진다. 노동이사제도가 경영효율성을 제고하기보다 그간의 노조의 활동과 성향에 비추어 효율성을 갉아먹는 제도가 될 개연성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력은 언감생심 기대할 수도 없고, 성과연봉제도, 저성과자 퇴출제도, 구조조정 등은 이사회에서 결의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으며, 민영화나 비슷한 기능을 하는 공기업 간의 통합은 영영 불가능할 수 있다. 과감하고 신속한 조치를 결정하여야 할 이사회가 이사 간의 발목잡기식 토론으로 실기(失期)할 수 있다. 엄격하게 비공개로 이루어져야 할 이사회에서의 발언과 진행 내용이 즉각적으로 노조에 전달되는 효과로, 노동자 이사나 비노동자 이사에 대한 인신공격과 사퇴요구 등 혼란과 갈등과 정치적 투쟁이 격화될 가능성도 크다. 이사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여한다고 하나, 그것이 얼마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은 뻔히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서울시민의 기업인 지하철공사가 거대한 부실의 덩어리로 전락할 수 있다. 임시로 지하철 관리를 맡은 서울시장이나 서울시 공무원들은 수천년 존속해야 할 서울지하철의 관리구조를 검증되지 않은 방향으로, 법률에 근거도 없고 서울지하철의 진짜 주인인 서울시민으로부터 아무런 의견수렴도 없이, 정관 변경으로써 기업의 근본에 해당하는 지배구조를 변경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위법일 가능성이 크다. 지배구조의 변경은 신중하여야 한다.

위험은 감성이 아닌 시스템으로, 그리고 원천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서울시는 몇몇 사기업에서 볼 수 있는, 이상론(理想論)에 불과한 체제를 공기업에서 실험하려고 한다. 이와 같은 이상론은 특히 주인 없는 기업에서 독버섯처럼 퍼진다. 4조6000억 원에 이르는 적자 덩어리인 서울지하철이 책임을 지지 않는 공무원들의 위험한 실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노동이사제도 논의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이 토론문은 2016년 3월 24일 문화일보에 게재한 필자의 칼럼에서 지면부족으로 다 하지 못한 내용을 덧붙였다.

2) 최준선, 「회사법」, 제11판, 2016, 466면.

3) 최준선, “회사법의 역사와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한 회사법의 방향 - 2015년 한국상사법학회 여름학술대회 기조발제”, 「상사법연구」, 제34권 제2호, 2015, 5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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