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금융 참여 은행 속속…"활성화 어렵다" 시각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항공기금융 사업에 은행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인 예대마진이나 수수료를 통한 수익 확보 대신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틈새 수익' 확보를 위해서다. 

항공기금융이란 항공기의 구매나 운용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항공기의 경우 단 1대의 항공기를 취급하기 위해서도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B737-800 기종의 경우 신형 항공기의 대당 평균 가격이 미화 9600만 달러(한화 약 1100억 원)에 이른다. 이렇듯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고 운용하기 위해서 최첨단 금융기법이 활용된다. 

   
▲ /표=KB경영연구소


한국에서도 대체투자에 대한 수요 확대로 증권, 보험,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항공기금융 투자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은행은 아랍에미리트(UAE) 에티하드항공에 총 7000만 달러를 대출해주는 항공기금융에 참여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에티하드항공사가 신규 구입하는 6대 중고 여객항공기를 담보로 4년 6개월 만기의 대출을 해주는 형식이다.

우리은행 측 관계자는 "앞으로도 우량 항공사와 리스사 중심으로 추가적인 해외 항공기금융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KEB하나은행 또한 세계 항공임대시장 1위 업체인 에어캡(AerCap)이 국내에서 1억 달러 규모로 진행한 항공기금융을 단독으로 주선했다. KEB하나은행이 4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IBK기업은행, 대형 생명보험사, 대형 증권사 등이 각각 2000만 달러씩 투자한다.

이외 국민은행을 비롯한 주요 은행들도 항공기금융 시장진출을 검토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건 아니지만 신사업 발굴 측면에서 조금씩 관심을 갖는 분위기는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항공기금융 시장이 당분간 높은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작년 12월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2033년까지 항공기 교체와 추가도입을 위해 필요한 신규 항공기 수요는 3만8000대에 이르며 관련 자금규모는 5.2조 달러(한화 약 60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에서 아시아 지역의 항공기 수요가 1만4330대로 최대 수준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공적 수출금융이나 항공사의 직접 대출이 감소하고 있는 반면 리스나 유동화를 이용한 항공기 도입이 증가함에 따라 관련 자본시장 또한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진다. 특히 지난 2011년 OECD 국가 간 '항공산업 양해각서' 체결로 각국 수출신용기관의 역할은 축소되고 민간 금융사의 역할이 커지는 추세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 은행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항공사들은 대부분 해외 기업들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항공기금융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들의 노하우가 아직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고 국내 항공사들의 신용도 또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는 은행들이 아예 항공기 전문 리스회사를 설립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은행(BOC)은 2006년 싱가포르의 항공기 리스 전문사인 SALE을 인수해 BOC 에비에이션(Aviation)으로 사명을 변경해 운영 중이다. 일본의 스미토모미쓰이은행(SMBC)은 2012년 SMBC Aviation Capital 설립해 세계 4위의 항공기 리스업체로 도약했다.

국내 은행들이 항공기금융 분야에서 중국‧일본과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관련 분야 전문가는 "은행들이 국내 항공사와 활발하게 합작한다면 항공기금융 시장 활성화에도 속도가 붙겠지만 그러기엔 은행들의 마인드가 보수적"이라고 평가하면서 "향후 1~2년 내 (항공기금융 시장이) 가시적인 탄력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항공사와의 합작에선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므로 국내 은행들의 전향적인 자세와 역량 강화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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