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현대증권의 새 주인을 가리는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또다시 연기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29일 현대증권 매각주관사인 EY한영 회계법인은 본입찰 결과 발표를 연기하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는 30일 오전 10~11시 이후 각 인수후보들에게 공문형식으로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8일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홍콩계 사모펀드(PEF)인 액티스 등 인수 후보자 3곳이 제시한 가격과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준가격을 비교하는 과정을 마쳤지만 내부적으로 논의할 내용이 남았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에서다.

이처럼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연이어 미뤄지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각종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가장 먼저, 제기되고 있는 것은 ‘액티스 배제설’이다. 액티스가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했지만 자금 조달에 대한 의구심에 현대그룹이 한국금융지주나 KB금융지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넘기길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7000억원가량을 써낸 것으로 추정되는 액티스는 현재 3000억원의 펀드 자금과 함께 나머지 4000억원 정도를 인수금융 대출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액티스의 인수금융에 대한 투자확약서(LOC) 증빙을 요구하자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상선 입장에서는 이번에도 현대증권 매각에 차질이 생기면 자칫 법정관리로 갈 위험이 있어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더불어 현대증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분 투자 잠재부실 때문에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추측도 있다. 인수 후보자가 이에 대한 신용보강이나 가격 삭감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현대그룹의 현대증권 매각에 대한 진정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다시 나도는 등 혼란스러운 양상이다. 특히 이날 현대상선은 채권단으로부터 채무를 3개월 유예받는 조건부 자율협약을 승인받았다. 3개월 동안 용선료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현대증권을 팔 이유는 없어진다. 용선료 협상 성공을 기반으로 현대상선 경영정상화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수 후보 세곳이 7000억원대의 비슷한 가격을 써낸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만으로 결정하기 힘들어지면서 비가격요소를 고려하다보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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