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 도입…서울메트로·도시철도공사 경영왜곡·부실화 야기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통합을 진행 중인 노사정 대표단이 이사회에 노동조합을 참여시키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잠정 합의했다. 노사정 대표단은 두 공사 노조의 투표를 거쳐 노동이사의 수와 경영협의회 구성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가 당초 통합을 추진한 이유는 누적부채가 4조6000억원에 달하는 서울지하철의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통합의 본래 명분은 잊은 채 노조의 권력만 키워주는 엉뚱한 길로 가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1970년대에 독일을 중심으로 처음 도입됐지만 지금은 시장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로막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모호하게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시 공기업 노동이사제 도입이 가져올 문제점을 분석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패널로 나선 최완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률 근거가 없는 ‘근로자경영참여’를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기업 정관을 통해 관철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에 위배 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서울시가 통합을 추진하는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부채는 4조6000억 원으로 양 공사의 지난 5년 간 평균 영업적자는 4000억 원에 달하고 시설 재투자 비용만 1조 6000억 원에 육박한다”고 지적했다. 방만경영을 시정하는 노력과 인력구조조정 방안을 모색하는 대신 박원순 시장이 거꾸로 양 사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노조의 정치적 주장을 받아들여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것은 공기업 경영을 왜곡시키고 부실화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래 글은 최완진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최완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기업 노동이사제 도입, 신중하게 접근해야

Ⅰ. 기업지배구조 일반론 

기업지배구조는 현대 기업의 운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 세계의 투자자, 정부 그리고 규제기관들의 최우선적인 과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 기업지배구조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제도개선에 박차를 가해왔다. 회사지배구조는 건전하고 효과적인 기업경영을 가능하게 하도록 경영관리구조를 재편성하고 경영진에 맡겨진 경영권이 적절하게 행사되고 있는 가를 감시하여 주주의 이익을 도모하고 동시에 주식회사가 그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가 그 중심이 된다.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논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넓은 의미로는 주주뿐 아니라 채권자, 근로자, 소비자 등 기업의 각종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의 상호관계에 관한 논의를 말하고, 좁은 의미로는 일단 기업의 주인이 주주라는 전제에 입각하여 소유와 경영의 분리로 인한 경영자(또는 지배주주)와 일반 주주사이의 이익충돌, 즉 경제학에서 말하는 대리문제의 해결에 관한 논의를 가리킨다.

기업의 지배구조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로 인해 발생하는 대리인비용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여 기업의 경영목표를 설정하고 그 경영목표가 이행되도록 규율하는 메커니즘으로 내부지배구조와 외부지배구조로 나눌 수 있다. 기업의 내부지배구조는 기업내부에 존재하여 경영자를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규율하기 위해 이용되는 통제장치를 말하고,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회, 경영진이 보유한 내부지분, 급여체계 등이 해당된다. 기업의 외부구조는 기업의 내부자가 아닌 외부이해관계자에 의한 통제장치로 자본시장에 의한 규율, 기업경영권시장, 기관투자자에 의한 감시 및 감독, 경영자노동시장 등이 이에 해당한다. 

기업지배구조의 세계적인 표준화를 도모하기 위해 1999년에 제정된 ‘OECD 기업지배구조의 원칙’(OECD principles of Corporate Governance)에서는 기업지배구조를 경제적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중요한 요소로서 기업의 경영진, 이사회(또는 감사회), 주주, 기타 이해관계집단간의 일련의 관계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기업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며 성과를 감시하는 방법들을 결정하는 구조를 지칭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구성요소로 지배주주, 기관투자가, 소액주주, 은행 등 채권자, 종업원 등 이해관계집단, 규제권한을 갖는 정부 등을 열거하고 있다.  

   
▲ 노동이사제 도입은 노조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 공기업 경영을 장악하도록 할 우려가 크다. 노동조합이 공기업 경영에 간섭하게 되면 공기업의 개혁이나 구조조정이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공기업지배구조를 후진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사진=연합뉴스


Ⅱ. OECD 기업지배구조원칙

OECD 기업지배구조원칙은 각국의 제도적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기업지배구조의 공통요소를 추출한 것으로서 구속력을 갖지 않는 일종의 준거자료이다. OECD원칙은 기업의 자금조달비용을 줄이고 안정적인 투자를 유도하는 핵심요소로서 기업의 지배구조를 파악하고 있으며, 주주의 권리와 소유권의 주요기능, 주주에 대한 평등한 대우, 기업지배구조에서의 이해관계자의 역할, 공시와 투명성 및 이사회의 책임의 5개의 항목에 걸친 원칙과 권장사항 및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OECD 원칙에 관한 보고서는 두 부분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원칙들이 제시되어 있는데, 이는 ① 주주의 권리, ② 주주의 동등대우, ③ 기업지배구조에서 이해관계자의 역할, ④ 공시 및 투명성, ⑤ 이사회의 책임의 5개 분야로 나누어지고 각각의 분야별로 단일 원칙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권고사항들이 제시된다. 두 번째 부분은 원칙에 대한 주석이다. 주석은 원칙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관련 사항들의 주요동향과 원칙의 구체적인 적용을 통하여 활용될 수 있는 대안들을 담고 있다. 

OECD 원칙은 그 속성상 진화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기업지배구조를 결정하는 제반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있는 경우에는 원칙도 변경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업은 변화하는 세계경제환경 속에서 새로운 요구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하여 자신들의 기업지배관행을 혁신하여야 한다. 정부도 주주와 이해관계자의 기대에 부응하고, 시장이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여건을 조성할 책임이 있다. 규제의 비용편익이라는 고려 하에 기업지배구조의 체계를 개발함에 있어, OECD 원칙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각국의 정부와 시장참여자에게 달려 있다.


Ⅲ. 지방공기업의 지배구조의 특징과 쟁점

지방공기업은 일반적으로 독점적으로 시장구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사기업에 있어서 외부지배구조 구성요소 중의 하나인 경쟁 또는 시장규율이 결여되어 있다. 사기업은 소비자의 수요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적정 수익을 확보할 수 없어 파산이나 합병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반면에 지방공기업의 경우에는 이러한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여 경영효율성 향상을 위한 동인의 하나인 파산이나 합병의 메카니즘이 작동할 수 없다. 또한 지방공기업은 일반적으로 법적 독점에 의해 보호되기 때문에 생산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유발되는 자극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울러 지방공기업의 경우에는 안정된 시장이 확보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혁신이나 원가절감방법을 개방하기 위해 노력할만한 동기도 결여되어 있다. 

지방공기업의 경우 시장기능 또는 시장기구를 통한 외부지배구조 또는 기업통제시장(corporate control market)이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거나 거의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내부지배구조를 중심으로 기업지배구조가 형성된다. 

   
▲ 표. 사기업과 지방공기업의 지배구조 비교


2014년에 추가된 OECD 기업지배구조의 원칙 제3장「시장과 공기업의 주요내용」으로는 ① 정부가 소유권기능과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공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정부기능을 명확하게 분리할 것을 권고하고, ② 수익사업과 정부 정책사업을 병행하는 공기업의 비용구조를 매우 투명하게 관리하고 공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③ 공기업은 시장에서 활동하는 일반기업에 적용되는 법률, 세금, 채무, 규제의 대상에서 제외시키지 말 것을 포함하고 있다.

제 6장「투명성과 공시」의 주요내용으로는 ① 정부, 소유권기구는 공기업에 관련된 통합 연간백서를 발간하고, 일관성을 갖춘 정부공시체계를 구축할 것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② 일반 국민들의 접근성 제고를 위한 웹기반의 시스템 구축을 모범사례로 권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공기업의 재무정보, 운영 결과뿐만 아니라, 이사회 임원 임금 및 보상정책, 임원자격 및 추천과정 등을 포함하여 독립성과 관련된 정보도 공시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정보 공개의 수준을 공기업과 정부, 다른 공기업과의 거래, 민간과의 거래까지 모두 포함할 것을 제시한다. 이에 정보의 양과 질의 제고 필요성과 적시성의 중요성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

지방공기업의 지배구조는 민간기업의 지배 구조와 다른 몇 가지 특징을 보이고 있다. 그중 가장 큰 특징은 이해관계자가 지역 주민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기업 지배구조의 비전과 가치는 구분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과의 관계에서 책임성, 투명성을 담보하는 것이고 주민의 참여와 윤리를 담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변화와 혁신을 통해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여 주민의 복리 증진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지방공사와 지방공단의 내부지배구조는 기관장(사장 또는 이사장), 이사회, 감사제도, 경영성과계약제도 및 성과급제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방공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하여 고려하여야 할 몇 가지 요소를 검토하면, 다음과 같다.  

① 현재 지방공사의 사장 또는 지방공단의 이사장은 해당 지방공기업의 경영집행을 책임지고 있다. 사장 또는 이사장은 임원추전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상임이사를 직접 임명할 수 있고, 이들 상임이사와 함께 해당 지방공기업의 경영집행기능을 담당한다. 사장 또는 이사장의 최초 임기는 3년으로 설정되어 있고, 경영성과가 우수하여 연임되는 경우에는 1년 단위로 연임될 수 있다. 지방공기업조직의 운영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은 CEO가 담당하므로 기관장 임명에 있어 보다 투명한 절차가 요구된다. 따라서 의회의 승인을 받는 절차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② 내부 개혁을 위해서는 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단순히 사후적인 합법성 감사뿐만 아니라, 평가의 기능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지방공기업의 감사에 대해서는 기업감사에 필요한 회계감사능력 등 감사로서의 전문성과 함께 업무성격상 철저한 청렴성과 도덕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③ 집행기능과 의결기능을 구분하고 상호견제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기능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민간기업의 CEO는 사업이 망하면 자신이 망하는 것이지만, 공기업의 기관장의 경영실패는 결국 그 부담을 주민이 떠안게되므로 이사회를 통해 책임경영의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방공기업에 대한 경영 공시를 보다 강화하여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④ 경영 공시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계량화된 지표를 가지고 성과 평가를 수행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은 노동이사제의 도입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근거가 없는 근로자경영참여를 서울시가 공기업의 정관을 통하여 관철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에 위배 될 소지가 있다./사진=연합뉴스


Ⅳ. 지방공기업 지배구조의 개선방안

일반적으로 지방공기업은 그 재산권과 소유주체가 명료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지방공기업을 ‘주인 없는 기업’ 또는 ‘주인 없는 대리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방공기업의 이러한 소유구조적 제약요건으로 인해 지방공기업의 감독자 또는 경영자에게는 재산가치를 증식시키고 이를 적절히 유지 · 관리하고자 하는 동기와 규범이 결여되어 있다. 그 결과, 지방공기업의 경영과정에서는 민간기업에 비해 도덕적 해이 또는 역선택 형태의 대리인 문제, 비효율성 등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방공기업의 효율적인 지배구조 구축을 위한 핵심적인 과제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의한 지방공기업의 최고경영자 중심의 전문적인 책임경영체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공기업 경영에 관한 모든 권한을 자치단체장이 아닌 지방공기업의 CEO인 사장이나 이사장에게 부여함으로써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등의 경영간섭을 배제하는 가운데 임기를 확실하게 보장하고, 경영성과에 대해서만 책임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방공기업은 내부에 과도하게 많은 다중적인 외부규제 및 통제기관이 있어 통일된 경영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전제로 한 정부 조직에서 부처 간의 적절한 긴장관계는 일부 긍정적 측면도 있으나, 지나친 부서할거주의는 효율적인 운영체계를 갖지 못하게 되는 원인이 되므로 이에 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방공기업의 주인인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국민은 지방공기업의 다층적 외부지배구조로 인해 지방공기업이 수행하는 업무내용을 완전하게 알 수 없거나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대리인인 지방공기업의 임직원보다 더 적은 정보를 얻는 소위 정보의 비대칭성의 문제가 생겨난다. 공기업에 편재된 경영정보는 지방공기업의 경영투명성을 저해하고 고비용·저효율의 방만경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지방공기업 재정위기 상태와 부채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이를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지방공사·공단의 내부감사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자산규모 1조원 이상인 10개 지방공사에는 감사위원회를 도입하고, 자산규모 1조원 미만인 경우에는 감사를 두되 현직 공무원의 겸직을 금지하고 외부전문가를 임명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안전행정부가 매년 지방공기업 결산지침을 통해 회계감사기본요구사항을 제시함으로써 지방공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외부감사기준을 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감사업무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지방공기업 회계감사의 특성을 반영한 지방공기업 회계감사기준을 별도로 제정하여 회계감사인들이 이 회계감사기준을 적용하여 회계감사를 수행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Ⅴ. ‘지방 공기업 노동이사제 도입’에 관한 검토 

노동이사제의 도입은 노조 경영참여의 한 방법으로 진보진영의 일부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제도이다. 노조의 경영참여를 통한 투명경영이 이 사회의 부정부패 척결과 고용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한다. 노조의 경영참여는 사외이사제를 대신해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대안으로도 제시되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기업들은 ‘노동자 경영참여’라는 명목으로 제품 품질 관리, 노동자 제안, 작업장 개선, 적시 생산방식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노조의 경영참여 제도를 일부 도입하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1970년대 독일을 시작으로 유럽에서 일부 도입되었다. 노조 대표가 아니라 노조가 추천하는 외부 전문가들이 참석해 감시 기능에 집중한다. 특히 독일은 유럽의 여러 나라 중에서도 노조의 경영참여 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자가 2천명 이상인 기업은 노사가 참여하는 ‘감독이사회’를 구성해 ‘경영이사회’의 주요한 결정을 감독하도록 하는 ‘공동결정제’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준 높은 경영참여를 보장한다는 독일에서도 노동자들은 기업경영의 실질적인 결정권을 갖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의사결정만 더디게 하고 책임소재를 모호하게 한다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우리 지하철 노조가 1987년 노조 결성 이후 시민의 발을 볼모로 분규와 파업을 일삼은 전례에 비추어 볼 때 현재 서울시가 구상하고 있는 서울지하철 통합공사의 노조는 공룡화 되어 경영효율화를 위한 성과연봉제를 거부하거나 저성과자 퇴출제도를 저지하고 강경 파업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외국에서 노동이사제가 일부 긍정적 역할을 한다고 해서 노사관계의 역사와 문화, 법체계가 다른 우리나라에서도 제대로 작동하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한 독일의 경우 오랜 산별교섭의 역사를 지니고 있고 경제의 중대 고비마다 노사정대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온 역사와 전통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힘겹게 이룬 9·15 노사정 대타협이 불과 4개월 여 만에 파기된 데서 보듯 노사정 대화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유럽에는 없는 부당노동행위제도나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금지 조항 등을 통해 노조를 보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조의 자주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해 행동하는 자’가 노조에 참가하면 설립신고증을 내주지 않는 등 여러 법적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이사제를 도입하여 경영에 관한 의사 결정을 내리도록 한다면 법체계의 안정성이 무너질 염려가 있다.   

노동이사제 도입은 노조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 공기업 경영을 장악하도록 할 우려가 크다. 노동조합이 공기업 경영에 간섭하게 되면 공기업의 개혁이나 구조조정이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공기업지배구조를 후진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또한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들 가운데 상당수가 집단이기주의 행태를 버리지 못 하고 있는 현실에서 노조에 ‘경영권 참여’를 허용할 경우 혼란과 갈등을 불러 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제도의 도입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근거가 없는 ‘근로자경영참여’를 서울시가 공기업의 정관을 통하여 관철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에 위배 될 소지가 있다.

현재 서울시가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메트로는 부채가 3조3293억 원, 도시철도공사는 1조2777억 원으로 이것을 합하면 총 4조6000억 원의 엄청난 규모이다. 또한 양 공사의 지난 5년 간 평균 영업적자는 4천억 원에 달하고 있고 시설 재투자 비용만 1조 6천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만경영을 시정하는 노력과 인력구조조정 방안을 모색하는 대신 거꾸로 양 사의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한편,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서울메트로9호선(주)의 경우에는 지난해 37억5350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2012년 215억9758만 원의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서울시가 노동조합의 정치적 주장을 받아들여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공기업 경영을 왜곡시키고 더욱 부실화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최완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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