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만 철도노조 부위원장은 조계사서 속히 나와야

   
▲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성탄절과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기 위해 예배당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가볍고 표정은 밝다.

초파일이나 수능시험 임박해서 사찰에 등을 달고 예불 올리는 불제자들의 얼굴도 진지하고 평화롭다. 무종교인 내가 봐도 ‘아, 종교란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느낌과 함께 내 마음도 평안해지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세상의 고통과 번뇌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 안식, 소망을 주는 것이 종교요, 그 역할을 구체적으로 담당하는 이들이 성직자라고 나름 생각하며 살아 왔다.

우리사회에서 종교와 정치간 영역구분이 갈수록 모호해진다. 일부 사제단의 도 넘은 정치참견이 이어지고, 정부정책에 반기들며 불법파업을 주도한 핵심인사가 조계사를 방패삼고 있다. 야당은 정치무대에 종교계를 끌어들여 자신들의 정치아픔을 치유해달라 한다.

이 혼란의 시발점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있다. 주한미군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광우병촛불사태, 한미FTA 반대, 제주해군기지 반대, 밀양 송전탑 건설반대 등 각종 반정부, 국책사업저지, 반미 활동에 단골로 개입해왔다. 최근엔 정권퇴진 운동이라는 정치의 최일선에 나서고, 시국미사를 가장해 신도들을 선동한다. 종교의 외피를 뒤집어 쓴 정치활동이다.

사실 종교의 정치관여를 당연하다고 여기는 일부 종교인들의 인식이 문제다. 그들은 종교의 본질이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약자와 정의의 편에 서야 한다’고 외친다. 사회의 오랜 분쟁과 갈등을 해소시키기 위해 성직자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문제는 자신들의 생각과 다를 때 마다 성직자란 이름으로 정치현실을 바로잡겠다며 거리투쟁에 나서는데 있다. 마치 옛 선지자처럼 국민이 선택한 권력 위에 군림하려는 오만함일 뿐이다.

   
▲ 철도노조의 불법파업에 조계사가 개입하고, 밀양송전탑 건설과 국정원 댓글논란등에 대한 정의구현사제단의 노골적인 간여와 대선불복선동이 우려되고 있다. 노사정의 세속적 이슈에 대해 종교계가 간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해 11월말 전주교구 박창신 신부의 북한 두둔 발언이 논란을 일으켰다. 국가안위와 직결된 사건의 파장은 컸다.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박 신부가 수사를 받게 되자, 정의구현사제단은 ‘빨갱이 몰이’라고 비난하며 ‘종교 탄압’ 운운했다.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거늘 성직자란 신분을 앞세워 법의 예외영역을 만들고 숨으려 한다. 세속의 일에는 ‘감놔라 배놔라’ 하면서 세속의 규율에선 예외가 되려 한다. 종교와 정치 사이 아슬아슬한 담장 위를 거닐며 때에 따라 유리한 쪽을 택하는 모습이다.

종교와 정치를 분간하는데 서툰 건 언론과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정의구현사제단을 두둔하는 언론들은 종교계와 정부의 대립 구도로 여론을 몰아간다. 그런 보도들은 정부가 마치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고 종교를 탄압하는 듯 연출한다. 정의구현사제단과 맥을 함께 해온 야당은 자신들의 정략에 종교계 목소리를 빌려와 종교계의 정치활동을 계속 부추긴다. 종교계 일탈에 맞장구치며 종교인에게 정치활동의 자리를 만들어준 듯하다.

최근엔 불법파업을 주도한 철도노조 지도부가 종교를 끌어들였다. 불법파업을 정당한 것처럼 포장하고 조계종을 든든한 지원군으로 얻으려는 계략이었다. 박태만 부위원장은 조계사에 잠입 후 기자회견을 열고 종교계가 정부를 상대로 중재에 나서길 요구했다.

파업철회 일주일이 지났고, 체포영장이 발부된 노조간부들이 속속 경찰에 출두하건만 박 부위원장은 계속 조계사에 숨어 있다. 조계종을 움직여 파업 가담자 징계수위와 손해배상 청구, 철도개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모양이다. 종교계와 정부의 갈등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요즘 인기 좀 있는 사람들 중에 자아도취 병을 앓는 이들이 더러 있다. 일부 소설가, MC, 가수는 마치 자신이 전능한 인간처럼 우쭐대며 자만한다. 즉 소설이야기와 문체를, 입담과 재치를, 노래와 가창력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자신의 이념 성향까지 따르길 기대한다.

성직자도 마찬가지다. 신도들은 진리의 말씀을 전하는 성직자로 그를 따를 뿐인데, 일부 사제들은 자신의 정치사상까지 전파한다.

정의구현이란 거창한 이름을 달고 운동권 사제들이 일탈행동을 계속하겠다면 차라리 사제복을 벗고 정치판에 뛰어드는 게 낫다. 야당과 외부세력도 더 이상 종교를 정치에 끌어들여 정부와 종교의 충돌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꼼수를 버려야 한다. 조계사에 은신중인 철도노조 지도부도 조계종을 난처하게 만들지 말고 이제 그 곳을 떠나길 바란다.

정교분리(政敎分離)후 종교와 정치는 어느 영역이 더 높고 낮은 관계가 아니라, 각자의 영역에서 가치와 의미를 가질 뿐이다. 정치가 종교에 간섭하는 것을 생각할 수 없듯이, 종교도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