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인수가가 지나치게 비싼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전일 오후 현대그룹은 KB금융지주에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다고 통보했다. 이로써 KB금융지주는 현대증권의 인수를 통해 그토록 염원했던 비은행 부문의 강화 토대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등 대형증권사 인수에 잇따라 실패했던 쓰라린 속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인수가가 지나치게 고가인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KB금융은 지난 25일 진행된 본입찰에서 현대증권 인수 가격으로 1조원 안팎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대증권의 인수가격이 애초 7000억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이다. 이번 매각대상 현대증권 지분 22.56%의 전일 종가(6760원)로 계산하면 3700억원선이다. 경영권 프리미멈 30%를 붙인다고 해도 채 5000억원이 안 된다. 때문에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인수해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인수가가 지나치게 고가라는 지적에 대해 “현대증권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 등을 감안한 가격”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인수가가 고가인 것은 맞지만 KB금융지주에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는 게 중론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1조원대 가격은 현대증권 순자산가치 대비 약 1.33배 수준으로 지난해 현대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7.0% 내외이고 경상 ROE는 5.0~6.0%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비싼 인수 가격”이라고 평가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고가 인수 논란이 부각될 수는 있지만 펀더멘털 관점에서는 현대증권 인수를 통해 KB금융이 취약한 증권부문의 외형적 기반을 단기간에 갖출 수 있고 자본을 효율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다”며 “KB금융의 올해 예상 당기순이익 1조6000억원을 감안하면 인수 자금 부담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인수가가 비싸다는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자기자본 4조3200억원에 달하는 대우증권 지분 43%(1억4048만주)를 2조3205억원에 인수한 것을 고려하면 자기자본 3조3278억원의 현대증권 지분 22.56%가 1조원에 넘는 가격을 형성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우증권은 매각 기대감에 지난해 4월 23일 주가가 1만8550원까지 치솟으면서 매각가가 3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지만 현대증권은 인수전 막판까지 매각가가 1조원대로 오를 것이라는 예상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 측이 LK투자파트너스를 통해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할 것처럼 고도의 언론플레이를 펼치면서 가격을 올려놨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KB금융지주나 한국금융지주에 부담을 주기 위해 인수전에 참여할 것처럼 하면서 막판에 발을 빼 기존 7000억원대 가격이 1조원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이 5000억원, 기관투자자가 5000억원 등 총 1조원의 자금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인수전에 참여한다는 루머도 돌았다. 이때부터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1조원대의 베팅을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은 한껏 열기를 올린 뒤 지난달 23일 전격 인수전 참여 포기를 선언했다.

실제로 LK투자파트너스가 전략적 투자자(SI)를 유치하기 위해 여러 곳에 투자 의향서를 보냈다지만 알려진 곳은 미래에셋 뿐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 관계자는 “언론플레이는 아니고 실제로 LK투자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한 것을 검토한 것이 맞다”며 “시장이 너무 과열된 모습을 보여 중도에 발을 빼게 돼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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