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전혁 명지대 교수, 전 국회의원.
사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누구나 독점을 꿈꿉니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유일한 공급자는 그 ‘유일성’에서 나오는 시장지배력을 통해 소비자를 (또는 소지자의 주머니를) 조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독점이 불가능하다면 ‘담합’이라도 해서 독점과 유사한 시장지배력을 가지는 것이 차선입니다. 건설공사를 비롯한 많은 관급공사에서 항상 담합이 문제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 있습니다.

독점이 문제가 되는 근본 이유는 흔히 말하듯 독점기업이 과도한 이익을 올려서가 아닙니다. 어떤 시장이 독점상태에 있으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만큼 상품이 생산되지 않고 자원이 낭비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독점의 또 다른 문제점은 해당기업이 독점력을 유지하기 위해 도전하는 기업의 사업을 방해합니다. 심지어 망하게까지 하려 합니다. 국가적인 측면에서 이는 혁신을 방해하고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립니다. 장기적으로 독점기업은 살찔지 모르나, 국가나 사회의 입장에서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매우 강력한 반독점법이 있습니다. 멀쩡한 회사를 법적 명령을 통해 몇 개의 회사로 쪼개기까지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경쟁하게 만들려는 것입니다. 경쟁해야 혁신이 가능하고, 그래야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AT&T로 기억됩니다면 이 유명한 통신회사는 독점판정이 나면서 5개 회사로 쪼개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하마터면 독점 판정이 날 뻔 했습니다. 아마 독점 판정이 났다면 MS도 AT&T의 운명을 피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아직 다 읽지는 않았지만 어제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란 책을 사서 ‘훑어’봤습니다. 이 책에서 던진 질문 중의 하나는 서구에 비해 70~80년 혹은 그보다 더 빨리 금속활자를 발명한 우리나라에는 서구에서와 같은 ‘문화적 빅뱅’이 왜 일어나지 않았나 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서구의 경우 활자 혁명이 종교개혁에 이은 중세의 종말을 촉발한 계기가 되었지 않습니까?

이 책을 쓰신 분은 부산대에서 한문학을 가르치는 강명관 교수란 분입니다. 그는 한문학자이지만 출판과 인쇄가 조선에서 ‘반동(反動)’의 기제로 활용된 정치경제학적인 원인을 정확히 제시합니다. 조선에서는 출판이 국가독점이었고 그것이 우리나라에서 출판에 의한 문화혁명을 가로막은 주된 원인이었다는 진단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지식의 생산과 유통을 국가가 독점하면서 통치와 교화에 도움이 되는 책들, 예를 들어 사서삼경이나 삼강행실도 같은 책만 만들었습니다. 그 책의 가격 역시 어마하게 비싸서 이런 제한된 지식도 국민들에게 널리 보급되지 못했습니다.

서구의 인쇄혁명은 절대적 종교의 권위를 무너뜨렸습니다. 왕조와 귀족의 힘을 약화시켰습니다. 결과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신장하는 방향으로 정치, 사회, 경제, 문화의 지형을 바꿔버렸습니다. 즉 '중세'를 붕괴시킨 거죠. 이와 반대로 조선에서는 오히려 왕조의 권위와 지배를 강화하고 개인의 자유를 억누르는 방향, 다시 말해 중세를 연장하는 수단에 머물렀습니다.

   
▲ 독점 공기업들은 경쟁을 싫어한다. 독점을 무기로 기득권을 유지하고, 고임금등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기업은 방만한 경영을 하고, 개혁에는 결사 저항한다. 불법파업을 주도해온 철도노조 주동자들이 파업철회를 발표하고 있다.

최근 코레일의 자회사 설립 문제를 두고 철도노조가 장기간의 불법 정치파업을 감행했습니다. 파업의 이유는 간단합니다. 국가 독점 하에 있는 것이 노조 입장에서는 편안하기 때문입니다. 경쟁을 불편합니다. 민영화하면 더 불편합니다. 독점이기 때문에 기관사들을 비롯한 노조원이 똘똘 뭉치면 기차가 서고 결국 정부가 두 손 들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노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경영진도 아마 같은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민영기업의 독점이면 인접산업의 눈치라도 봅니다. 정상적인 철도회사라면 대체운송 수단인 버스, 트럭, 항공과의 경쟁에 눈감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공기업은 인접산업 눈치도 보지 않습니다. 망할 리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우리가 망하면 누가 더 불편한지 함 보자” 이런 심사죠. 이걸 ‘치킨 게임’이라고 하죠? 민영기업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독점공기업이 독점민영기업에 비해 폐해가 더 큰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여러 독점 공기업들이 있습니다. 이 중에 경쟁력 있고 국민의 사랑받는 기업이 단 하나라도 있습니까? 비리로 툭 하면 원자력 발전 스톱시키는 한국수력원자력, 학교는 잠자는 곳으로 만들어 버린 공교육, 해외자원 개발한답시고 수천억 국민 세금 날린 가스공사, 석유공사, 학교 음식물 쓰레기 급증의 주범 학교급식 ... 있으면 단 하나라도 예를 들어 주세요. /조전혁 명지대 교수, 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