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9일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2.50% 수준에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영하기로 했다. 지난해 5월 한 차례 금리를 내린 후 8개월 연속 동결이다.

인상이든 인하든 금리를 변동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국내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시행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대부분 동결을 전망했지만 일부 외국예 IB(투자은행)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전망했고 여당을 중심으로 금리 인하 압박이 있어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깜짝 금리 인하'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졌지만, 결과는 동결로 결정났다.

◇"경기 아직 성숙단계 아냐...금리에 손 대기 애매한 상황"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국내 경기가 아직 기준금리를 올릴만큼 성숙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또 원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가계 대출이 1,000조원을 넘어서 금리를 올릴 수도 없었다. 결국 한은으로써는 금리에 손을 댈 수 없었던 것이다. 

여당을 중심으로 경기 활성를 지원하고 지나친 원화 강세 현상을 막기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있었지만 한은은 아직 시기상조라 판단했다. 

시장에서도 동결을 예상하는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금융투자협회의 설문조사에 응한 채권전문가 122명 중 99.2%가 "이달에는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섣불리 금리를 낮췄다가는 물가안정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다"며 "원화가치 절상이 위협적이지만 이 문제는 통화정책보다는 거시건전성 규제가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올해 경제가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보지만 대외 여건이 불확실해 통화정책을 어느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미 금리 인상은 시기상조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김 총재는 지난 3일 '2014년 범 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미국 경제가 좋아지고 있지만 세계 전체로 보면 아직 어렵다"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반기 금리 인상 논의될 것…해 넘길 수도

이달 기준금리가 동결됐지만 시장에서는 올해 말 한 차례 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경기 회복 기조가 현재상황대로 순도롭게 이어지면 하반기에는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잠재성장률과 비슷해 질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또 디플레이션이 우려됐던 저물가 현상도 경기 회복에 따라 안정 범위(2.5%~3.5%) 안으로 들어오면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진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거시분석실장은 "현재로선 정책금리를 움직일 요인이 없다"며 "인플레 압력이 누적되는 올 하반기에나 금리 인상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여전히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어 금리 인상은 해를 넘길 수 있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윤여삼 연구원은 "금리 인상은 부동산 경기가 좌우할 것"이라며 "부동산이 경기가 살아나고 자금 수요가 늘면 금리 인상의 빌미가 될 수 있겠지만 내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점쳤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들을 쓰고 있기 때문에 기준 금리 인상은 어렵다"며 "한은보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되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뒤로 많이 밀릴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