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광주 투자유치'공약은 포퓰리즘…정치 권력의 어두운 그림자

[미디어펜=이미경 기자] 4·13 총선을 목전에 앞두고 시대착오적 구태정치가 판을 치고 있다. 포퓰리즘을 넘어 정치 권력의 어두운 단면을 여실히 보이고 있다.

한 표를 구걸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업을 사유화하고 남용하는 정치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기업을 볼모로 삼아 호남 표를 받기 위한 야당의 행태가 도를 넘어섰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텃밭인 광주에서 국민의당에 밀리자 계획에도 없는 기업 유치라는 뜬금포를 날려 기업의 팔을 비틀고 있다. 김종인 대표는 6일 국회 광주경제살리기 특별기자회견에서 “광주에 삼성의 미래차 산업을 유치해 5년간 2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선심성 폭탄발언을 했다.

선거 때만 되면 기업의 의사도 묻지 않은 채 제멋대로 공약 발표를 하는 구태가 다시 도진 것이다.

김종인 대표의 발언에 삼성은 곤혹스러운 기색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김 대표의 공약 발표 직후 “전장사업은 이제 사업성 여부를 모색하는 단계”라며 “구체적 추진방안과 투자계획은 검토한 바 없다”고 완곡한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의 억측 발언이 대한민국 대표기업인 삼성을 당혹케 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6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를 미래형 자동차 생산의 산실로 만들겠다"며 삼성의 미래차 산업을 광주에 유치해 5년 간 2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광주 서을에 출마한 삼성전자 상무 출신의 양향자 후보./연합뉴스

삼성은 지난해 12월 기존 주력 부문의 성장 한계를 극복할 '포스트 반도체' 사업으로 전장사업을 제시한 바 있다.  삼성은 미래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미래 스마트카 사업으로 불리는 전장사업을 추진중이다. 삼성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전장사업팀을 신설, 자동차에 탑재되는 IT·전기·전자 장비를 통칭하는 전장사업에 진출을 본격적으로 준비중이다.

주춤했던 삼성을 다시 성장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사업인 만큼 첫 단추가 중요하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총력을 펼쳐도 모자란 판에 정치판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김 대표의 발언 배경에는 더민주가 영입해 광주 서구을에 출마한 삼성전자 상무 출신 양향자 후보가 있다. 논란이 일자 김 대표는 “양향자 후보가 삼성과 약간의 협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양향자 후보 역시 “삼성도 나빠하지 않을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삼성의 입장은 다르다. 삼성 관계자는 “각 정당의 공약에 대해 개별 기업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비치며 투자 관련 논의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날 더민주는 ‘3조 원 투자 유치, 2만 개 일자리 창출’ 등 관련 산업단지의 투자 규모와 고용 규모까지 제멋대로 발표했다. 기업을 자신들의 표 얻기 도구쯤으로 생각한 것이다.

한술 더 떠 김 대표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 관련 법률에 따라 투자촉진을 위한 정부 보조금 확대, 민간투자유치를 위한 각종 세제지원 등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시하겠다”며 “광주는 기아차 공장에서 연간 62만 대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 생산기반 최적합지”라고도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즉각 더민주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정치가 시키면 기업이 무조건 따라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5공화국식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김정현 국민의당 대변인도 “선거를 일주일 남겨놓은 시점에서 급조된 선심성 공약”이라면서 “선거를 코앞에 두고 특정 정당이 특정 기업을 지목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광주시민의 수준을 낮게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선거 때만 되면 기업들이 몸살을 앓는다. 정치권이 쏟아내는 공약들이 하나같이 기업에 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야당은 청년의무고용 할당제, 납품단가연동제, 초과이익공유제 등 기업의 부담을 높이는 공약을 쏟아냈다. 그리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기업의 투자까지도 제멋대로 요구하고 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도 자신의 트위터에서 “당이 압승하고 있었으면, 과연 삼성 유치 공약이 나왔겠냐”며 “선거 때 이런 공약 내세워 야바위 치기 전에 미리 했어야지요”라고 비판했다. 또 “안철수 ‘정치에 기업 따르라는 건 5공식 발상’”이라는 기사를 링크한 뒤 “삼성에게 광주 기업 유치를 강요하려면, 공갈협박하던지, 재벌에 특혜주는 것, 두 가지 밖에 없습니다”며 “이게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본질입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변 대표는 “김종인과 문재인당은 광주에 삼성미래차 유치한다는 공약은, 총선과 대선에 참패해도 죽을 때까지 지키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표주면 기업 유치하고 표 안주면 기업 빼돌리는 야바위꾼 됩니다”라고 했다. 이어 “김종인의 삼성미래차 광주 유치 공약이 비열한 게 이미 호남은 문재인당에 90% 몰표를 주며 몸과 영혼까지 다 바쳤지요”라면서 “저런 자들에게 그간 90% 몰표 몰아준 호남인들부터 처절한 반성해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대기업 때리기로 일관해 왔던 김종인 대표가 삼성보고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창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가 부르짖어온 경제민주화의 골자는 대기업의 투자와 성장을 통해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득을 높인다는 '낙수효과'를 부정하고 중소기업 중심의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표를 얻기 위해 대기업을 끌어 들이고 계획에도 없는 유치를 사실인양 내세워 기업의 발목마저 잡아채고 있다.

일자리 공약은 취업난에 부닥친 이들에게 일자리 공약만큼 솔깃한 게 없다. 표를 얻기 위해 이런 유권자의 마음을 악용하고 훔치는 것도 모자라 가만히 있는 기업까지끌어들여 멋대로 이용하는 것은 그야말로 막장이다. 표 모으기에 급급해 실현 가능성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내질러보는 포퓰리즘이다.

떡 줄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셔 댄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과 유권자가 떠안게 된다. 약속이 이행 안되면 반기업정서만 부추긴다. 그야말로 삼성은 가만히 안아서 폭탄을 맞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특정기업을 거론하면서 투자대상과 투자규모까지 선거공약에 넣어버린 발상 자체가 믿기 어렵다”며 “만약에 공약대로 투자를 안하면 나중에 해당기업에 보복을 하겠다는 것인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니까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 아니겠냐”며 “기업들의 투자유치를 위한 정책이나 인센티브를 공약에 넣어야 하는데 앞뒤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라고 발끈했다.

김종인 대표의 '삼성 광주 투자유치'는 투표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호남 열세에 다급해진 나머지 제시한 묻지마 공약에 다름 아니다. 문제는 이런 사탕발림 공약이 유권자를 현혹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 몫이 된다.

김종인 대표는 지난달 16일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우리 경제가 위기다.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 안정을 위해 기존의 낡은 경제운용방식을 완전히 탈피해 새로운 경제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며 "포용적 성장'을 추진해 불평등,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한 바 있다.

김종인표 경제민주화는 결국 표에 무릎 꿇는 낡고 시대착오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자본주의 경제발전은 기업이 이끈다. 기업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투자에 나서고  성과로 보상받는다. 그 성과는 인센티브와 투자로 이어진다. 재투자는 중소기업의 성장동력이 되고 그 보상은 가계로 이어진다. 이것이 낙수효과다.

정치의 권력이 지배하는 사회는 재난이 되풀이 된다. 기업은 정치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새겨야 한다.

[미디어펜=이미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