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2020년까지 자본시장을 선도하는 세계 7위권 거래소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에 따른 중장기 과제를 수립했다. 침체된 자본시장에 역동성을 불어넣어 '글로벌 빅7 거래소'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9일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브리핑을 갖고 "지난해 10월 취임 직후 금융투자업계·학계 전문가들이 공동 참여하는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3개월간의 작업을 거쳐 중장기 과제의 청사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최 이사장은 거래소가 세계 7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해 2020년까지 현재 세계 13위인 주식시장 시가총액 규모를 세계 9위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주식거래대금과 파생상품거래량 역시 현행 11위에서 5위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거래소는 또 자기자본수익률(ROE)을 현재의 5.6%에서 10.0% 수준으로 올리고 글로벌 매출도 145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늘리겠다는 경영목표를 세웠다.

거래소는 이를 위해 ▲자본시장 활력 증대 ▲미래 성장동력 육성 ▲글로벌 외연 확대▲지속가능 경영 구축이라는 4대 전략방향과 12대 세부 전략과제도 수립했다.

◇정규거래시간 연장·파생 위탁증거금율 인하 추진

자본시장 거래 활성화를 위해 거래소는 현행 6시간인 정규시장 거래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미국과 유럽 등 대부분의 해외 거래소들이 6시간30분~8시간의 거래시간을 유지하는데 반해 국내 증시의 거래시간이 짧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호가 단위를 낮추고 단주거래를 허용해 거래 편의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특히 시간외시장의 가격제한폭을 확대하는 등 거래 편의성을 높이고, 유동성공급자(LP) 제도 개선을 통해 중형 우량주식 거래 확대를 유도할 방침이다.

파생상품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현행 1.5배인 최소 위탁증거금율을 국제기준에 맞게 낮출 방침이다. 현재,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는 1.25배, 유럽파생상품거래소(Eurex), 일본거래소그룹(JPX), 싱가포르상장거래소(SGX) 등은 1배의 증거금율을 유지하고 있다.

거래소는 이와 함께 시장조성거래와 차익거래에 대한 증권거래세 감면을 정부에 건의하고, 파생상품거래세 비과세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상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장·기업별 상장요건을 다양화하고, 코넥스 시장의 조기 안착을 위해 수요·공급 확대를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투자자 보호를 위해 파생상품시장 주문사고 방지책을 마련하고, 일시적 주가급변 방지를 위한 종목별 변동성완화장치(VI)를 도입할 방침이다.

◇중위험·중수익 ETN 도입…변동성지수선물 상장

거래소는 미래 성장동력 육성을 위해서는 상장지수채권(ETN) 등 중위험·중수익의 파생결합증권을 도입하고, 변동성지수 선물을 상장키로 했다. 또 주식선물 기초주권수를 현재의 25개에서 100개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장외상품 위험관리를 위해 오는 3월부터 원화 금리스와프(IRS)에 대한 자율청산을, 6월부터 의무청산을 각각 시작한다. 차액결제선물환(NDF) 등 청산대상상품을 확대하고, 해외 연계청산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청산대상상품 중 장내 표준화가 가능한 장외상품에 대해 전자중개서비스(SEF)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오는 3월 개설되는 금 현물시장을 통해 유통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석유현물시장 거래 활성화를 통해 유가 인하에 기여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정부의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사업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탄소배출권시장 개설을 추진, 녹색성장 인프라를 지원한다.

◇2~3년 내 글로벌 M&A추진…소유·지배구조 개선

세계시장으로의 외연 확대를 위해서는 한국형 증시의 해외 진출을 계속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거래소는 현재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에 합작 증시를 개설, 국내 증권·자산운용사의 동반진출을 돕고 있다. 거래소는 해외에 합작 파생거래소를 설립, 파생상품시장의 해외 진출도 모색할 방침이다.

거래소는 이와 함께 해외 선진시장과의 연계거래를 확대하고 글로벌 인수합병(M&A)을 추진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향후 2~3년 내에 실행 가능한 글로벌 M&A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거래소는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현행 공공기관으로 남아 있는 소유·지배구조를 개선, 글로벌 M&A 등에 적합한 형태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경영진 보수 삭감·직원 복지 축소로 예산 절감

거래소는 지속 가능한 경영 구축을 위해 긴축 예산 편성, 경영진 보수 삭감, 직원 복지 축소 등을 추진,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정상화 시책의 롤 모델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방만경영 해소와 윤리경영 문화 정착으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또 신상품개발 강화, 미래 전략사업 발굴, 상장유치 강화, 해외사업 전문화 등 미래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조직개편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거래수수료에 편중돼 있는 현행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시장정보 상품과 이용료 체계를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키로 했다. 특히 신규 지표를 개발하고, 스탠다드앤푸어스(S&P) 등 해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국제 마케팅을 강화키로 했다.

최 이사장은 "전략 과제별 추진시기를 단기(1년)·중기(2년)·장기(3년 이후)로 구분하고, 정부협의를 거쳐 매년 사업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라며 "직접 반기별로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정부정책·환경 변화 등을 반영해 세부내용 등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