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전혁 명지대 교수, 전 국회의원
한 배에서 나온 애들인데도 큰 애와 작은 애는 달라서 너무 다르더군요.

큰 애는 매사에 적극적이고 도전적입니다. 반면에 작은 애는 소극적이고 방어적입니다. 큰 애는 못된 면이 있고 작은 애는 매사에 착하고 모범적입니다. 그래서 큰 애는 제 어미랑 가끔 부딪힙니다. 제 아내는 한 번씩 열이 나면 “저 년 못된 년이다. ... ” 그러면서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작은 애는 저나 제 아내와 한 번도 부딪힌 적이 없을 정도로 온순합니다. 심부름시키면 뒷말, 군말이 없습니다.

성격만큼 공부 방법도 완전히 다릅니다. 두 녀석이 영어 공부하는 걸 가만히 보고 있으면 흥미있습니다. 작은 애는 영어 공부할 때면 토플이니 토익이니 책을 사다놓고 인강이 됐든 학원이 됐든 꼭 선생이 있어야 공부가 되나 봅니다. 반면에 큰 애는 지가 알아서 합니다. 지가 흥미를 느끼는 영어잡지를 읽던지 아니면 자막 없는 영어 영화와 대본을 다운로드 받아 그걸로 공부합니다.

큰 애 얘기를 들어보니 헤리 포터 원전 소설을 두 세 번 읽었고, 또 헤리 포터 영화시리즈도 서너번 이상 봤다더군요. 리스닝은 지가 좋아하는 영화로, 리딩은 잡지나 영화대본으로, 아침에는 전화영어인가 뭔지로 ... 그렇게 몇 년을 공부했더니 귀도 눈도 뚫리고 입도 뚫리더라는군요. 큰 애는 요즈음은 흔해진 어학연수 한 번도 못 갔지만 영어소통에 별 문제가 없습니다.

반면에 작은 애는 아주 영어에 ‘잼병(?)’입니다. 흥미가 없으니 아무리 공부해도 실력이 늘지 않고, 그러다 보니 더 흥미가 멀어지고 그래서 더 공부하기 싫고 ... 일종의 ‘빈곤(?)의 악순환’ 같은 나쁜 순환구조가 만들어 진 겁니다. 가끔 고모집이 있는 LA에 놀러 가도 영어에 주눅 들어 상점에서 물건도 잘 사려하지 않습니다.

재미와 흥미가 없으면 성취도 어렵습니다. 제가 강의할 때 학생들의 반응도 마찬가집니다. 뭔가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미끼(?)를 띄우고 강의하면 훨씬 집중합니다. 아이들 머리에 쏙 쏙 들어가는 게 보일 정도입니다. 전주의 강의가 흥미 있으면 “다음 주에는 교수님이 어떤 주제로 강의하시나?” 이렇게 기대를 갖게 됩니다. 큰 기대만큼 더 집중하고 집중한만큼 더 성과도 좋습니다.

유학할 때 느꼈던 건데 ... 사람마다 공부를 대하는 태도가 각양각색이더군요. 당시 같이 유학했던 유학생들 중에 즐기며 공부하는 분도 있었고, 공부가 거의 ‘고문(?)’이었던 분도 있었습니다. 두 부류의 결정적인 차이. 전자는 공부가 좋아서 하는 부류였고, 후자는 ‘학위’가 목적인 부류였습니다. 학위가 목적인 분은 학위를 못 따면 큰일이라는 듯 중압감에 시달려 억지로 공부할 수밖에 없죠. 제가 관찰한 결과 그런 분들일수록 유학 기간도 길어지고, 학위를 못 받고 중도에 떠나는 비율도 높더군요.

이런 말이 있죠? “열심히 하는 놈이 즐기면서 하는 놈 못 당한다.” 제가 보기에는 이 말은 짧지만 정확한 말인 것 같습니다. /조전혁 명지대 교수, 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