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에 대한 사려 깊은 묘사가 돋보이는 영화 <베니와 준>. 

<베니와 준>은 ‘비정상’으로 분류되기 쉬운 인물들을 내세워 평등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 조니뎁, 스튜어트 매스터슨, 에이단 퀸 주연의 영화 '베니와 준' 스틸컷

베니와 준. 두 사람은 세상에 단 둘뿐이다. 오빠 베니(에이단 퀸)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고 있고 감정 기복이 심하고 예민한 동생 준은 집을 지킨다. 불면 날아갈까 쥐면 부서질까 베니는 준(메리 스튜어트 매스터슨)을 무척 소중히 여긴다. 

사고뭉치 동생 때문에 베니에겐 개인적인 생활도 없다. 그나마 정비소 동료들과 저녁마다 즐기는 카드게임이 여가의 전부다. 돌볼 사람도 마땅치 않아 베니는 준을 데리고 동료의 집을 찾는다. 

잠시 베니가 자리를 비운 사이 준은 카드 테이블에 끼어앉아 판돈 대신 엉뚱한 약속을 걸고 게임을 한다. 그 바람에 베니와 준은 베니의 동료가 데리고 있던 골칫덩이 사촌 샘(조니 뎁)을 떠맡게 된다. 

버스터 키튼을 롤모델로 삼은 샘은 조금 이상한 남자다. 고전영화의 레퍼토리를 줄줄 외는 일은 예사, 다리미로 식빵을 굽거나 길 가다 말고 퍼포먼스를 벌여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일쑤다. 

샘과 준은 묘한 데서 취향이 맞아 금세 가까워진다. 덕분에 베니도 근심을 덜고 정비소에 차를 맡기러 온 무명배우 루시(줄리안 무어)와 연애를 시작한다. 

베니는 샘의 연기 재능을 눈여겨 보고 샘이 오디션을 보도록 적극 권유한다. 뾰족한 소녀인 준은 샘과 친밀하게 지내며 사랑을 알게 된다. 

오빠로부터 독립해 온전한 한 사람의 여자로 살고 싶은 준은 샘과 사랑의 도피를 꾀하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그마저 실패한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준은 자동차를 타면 발작을 일으키고 마는 것이다. 베니는 크게 화를 내며 샘과 준을 떨어뜨려 놓고 샘에게 심한 소리를 한다. 

준은 주변의 신고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한다. 첫사랑을 잃은 준은 오빠에게 앙심을 품고 오빠의 면회를 거부한 채 하루하루 바싹 말라간다. 베니는 준에게 생기를 되찾아주려면 샘이 돌아와야 한다는 걸 깨닫고 샘과 화해를 한다. 

정신병원의 엄중한 수비를 따돌리고 준의 병실까지 잠입한 베니와 샘은 준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성공한다. 준과 샘, 베니와 루시의 생활은 좀 더 평화롭고 행복해진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