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지난해 1조4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자본잠식에 빠졌던 삼성엔지니어링이 주식시장에서 몸값을 올리고 있다. 수주·이익 모멘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추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서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11일 장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은 전일 대비 6.36% 오른 1만1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조265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이후에도 지난달 18일 9420원까지 떨어지면서 신저가를 경신했던 것에 비하면 최근 삼성엔지니어링의 강세는 두드러진다.

이 같은 삼성엔지니어링 주가의 강세는 일단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18일 나이스신용평가는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해 “최근 영업실적, 수주현황과 공사손실충당 부채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단기간 내 대규모 원가율 조정가능성이 제한적”이라며 “지난해 3분기 대규모 어닝쇼크 이후 진행 중인 공사의 원가투입이 손실충당부채 범위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엇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의 지분 추가매입 등 삼성그룹 지배구조 관련 이슈다. 이날 노무라금융투자는 보고서를 통해 “향후 700억원 투자를 약속한 이 부회장의 지분이 잠정적으로 5% 넘게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부회장이 추가 매입에 나서면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꾸준히 거론되는 것이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설이다. 상대는 삼성물산이나 삼성중공업이다.

지난 5일 한 매체는 “삼성그룹이 건설 사업 구조조정을 위해 삼성물산의 플랜트 부문을 떼어 내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개정상법을 이용한 삼각분할합병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었지만 삼성물산 측은 조회공시를 통해 부인했다.

그래서 다시 불거진 것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간 합병 재추진 가능성이다. 특히 8월부터 시행되는 원샷법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을 20일에서 10일로 단축하고, 회사의 주식매수 의무기간은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렸다.

지난 2014년 추진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간 합병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무산됐던 점을 고려하면 합병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건설부문 인력을 꾸준히 줄이고 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 건설부문(E&I)의 직원수는 230명으로 지난 2010년 1059명과 비교하면 5년 동안 78.3%나 줄었다. 원샷법이 시행되면 플랜트 사업의 재편을 위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재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여전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삼성중공업과의 합병설이 오랜만에 나왔다”며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너 그룹의 특성상 이 부회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당분간 삼성엔지니어링을 둘러싼 루머는 시장에 지속적으로 돌아다닐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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