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본 20대 총선 성적표…친노세력 몰락, 운동권 청산 분명
   
▲ 조우석 주필
코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인데, 왜 이슈도 없고 바람도 안 부느냐고 일부는 말하지만, 그런 것만은 아니다. 어느 총선 못지않게 우리정치의 지형지물을 바꿔줄 의미있는 변화를 기대할만하다. 투표 하루 전 날 그런 그림을 너끈히 내다볼 수 있을 정도다.
 
그게 과연 얼마만큼인가는 뚜껑을 열어볼 일이지만, 4년 전 총선 이슈였던 경제민주화, 한·미 FTA 공방 등의 결과보다 훨씬 의미있을 것이란 전망도 가능하다. 3김(金) 시대 이후, 혹은 87년 체제 이후 고착됐던 정치구도가 흔들리거나 아니면 형해화될 것도 분명해졌다. 총선 관전 포인트는 대충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호남을 볼모로 한 친노 패권세력의 지역정당 구도 붕괴다. 이 예측은 너무도 분명해서 이론의 여지가 없다. 각종 여론조사와 자체분석을 토대로 언론들은 이번 총선 결과를 새누리당 155~169, 더민주 87~100, 국민의당 19~33, 정의당 5~8, 무소속 8~13석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내일 오후 6시 정각에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지상파 3사들은 "새누리 선방, 더민주 참패, 국민의당 약진" 소식부터 알릴 것이다. 의석수보다 실은 내용이 더 음미해볼만하다. 광주·전남을 중심으로 한 호남 민심이 친노 패권을 휘둘러온 문재인 세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는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문재인이 거푸 두 차례 호남을 방문했어도 이런 분위기가  역전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안철수의 국민의당 약진은 굳어진 판세다. 엊그제 이 당의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35석을 내다보는데, 호남 20석 이상을 포함해 수도권 4~5석, 비례대표 10석"이라고 귀뜸했다. 희망적 관측이 섞였겠지만 흐름은 그쪽이 맞다.
 
한국갤럽이 지난 주말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호남지역의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당이 37%로 더민주(24%)를 크게 앞섰다. 그건 민심 향배의 열쇠를 쥔 서울도 마찬가지라서 국민의당(23%)은 새누리(31%)에 이어 2위를 하며 더민주(15%)를 여유있게 제쳤다. 수도권의 비노(非盧)마저 국민의당에 표를 몰아주면, 더민주는 공중분해된다는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그 맥락이다.

   
▲ 각종 여론조사와 자체분석을 토대로 언론들은 이번 총선 결과를 새누리당 155~169, 더민주 87~100, 국민의당 19~33, 정의당 5~8, 무소속 8~13석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은 더민주 문재인(왼쪽)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낡은 진보 타파가 ‘야당 재구성’계기
 
이것과 엇물려 또 다른 각도에서 음미해볼만한 총선 관전 포인트 두 번째가 운동권 세력의 부분 몰락이다. 이 점도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인데, 당초 친노 패권의 상징인 문재인 전 대표가 수면 아래로 잠적하고, 김종인의 비대위가 좌파 운동권세력을 쳐낸 것부터 시대변화를 반영했다.
 
그건 낡은 진보에 대한 국민의 염증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해찬과 정청래, 그리고 좌파운동권 송호창, 강기정과 전병헌, 임수경 등을 공천 탈락시킨 것은 칭찬할만하다. 더민주가 ‘낡은 진보’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몸부림이지만, 운동권 몰락은 유감스럽게도 부분 청산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20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우환덩어리로 남을 것으로 관측된다.
 
사노맹 출신의 은수미를 비롯하여 김태년, 진선미, 진성준, 전해철, 이인영, 최민희 등이 30명이 넘는 집단 세력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20대 총선에서 유권자의 어떤 선택을 받는지가 주목되는데, 우리가 진정 바라는 것은 ‘야당의 재구성’이다.
 
일테면 더민주의 전신인 민주당 정강정책의 서문에 "2008년 이후 촛불 민심이 표출한 시민주권의식 및 정의에 대한 열망을 계승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었다. 김대중-노무현 이후 반복되어온 이런 패착을 접고 중도개혁과 실용주의로 돌아가 건국 이후 한민당의 전통을 회복할 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 모두가 총선의 표심으로 결정된다는 것도 자명하다.
 
총선의 관전 포인트가 '덜떨어진 집권여당' 새누리가 과연 자기갱신에 성공할까 하는 점이다. 그들도 13일 심판의 도마에 오른다. 과반을 차지할 것은 분명하지만, 지난 2월 말까지만 해도 180석이 넘는 의석을 갖게 된다는 게 중론이었던데 비해 크게 후퇴한 수치다.
 
공천학살 자충수로 헤매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유승민을 찍어내느라 대구와 수도권에서 10석 이상을 날렸고, 수도권 친박들은 비박 후보들에게 줄줄이 나가떨어졌다. 유승민과 친여 무소속이 대거 당선될 분위기이니 큰일은 큰일이다.

새누리 과반 "일 잘하면 믿겠다"는 신호

이 통에 텃밭 대구에서 최경환-김문수 등 이 지역 후보자 11명이 나란히 무릎을 꿇은 채 '미워도 다시 한 번'의 읍소작전을 펼쳐야 했다. 제대로 공천 정공법을 행사하지 못했던 행태에 실망했고, "대구 사람들을 졸로 본다"는 지역정서가 형성된 탓인데, 필자가 보기에 너무 근시안적인 분석이다.
 
그건 유권자가 왜, 투표장에 가야 하는지를 설득할 명분과 절박함을 상실시켰던 새누리 지도부에 대한 냉담함일 뿐이다. 올 정초부터 핵실험과 미사일을 쏴대는 평양 전체주의 집단의 광기 앞에서 제대로 대응하기는커녕 국면 주도권을 상실한 저들의 무능함에 질렸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를 즐기던 새누리당의 공천에는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가 과연 무엇인지, 함께 가야할 정치세력이 어떤 집단인지를 보여주는데 결정적으로 실패했다. 낡은 진보의 청산이나 국정 발목 잡는 국회와 정치권 물갈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목표조차 실종시키고 말았다. 
 
그렇다면 과반을 살짝 넘기는 의석수는 매우 상징적이다. 신임을 완전히 거두지는 않겠으니 일을 제대로 하는지는 앞으로 지켜보겠다는 경고다. 당장 세상은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던 박근혜 대통령의 주문도 경청하지 않을 듯한 태도이지만, 그건 투표장 현장에서 또 한 번 달라질 수도 있다.
 
반복하지만, 13일은 평소에 당신이 진저리를 내던 한국정치의 지형지물을 바꿔줄 찬스다. 이슈도 정책도 없는 선거라고 하지만, 어느 역대 총선 못지않게 우리정치의 지형지물을 바꿔줄 변화를 기대할만하다. 그렇다면 투표소에 나가 소중한 한 표를 행세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조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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