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기업인 우리 주위에 많이 둬야, 창발 일어나

   
▲ 좌승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미디어펜 회장
한국경제의 성공요인은 무엇인가? 왜 세계인이 부러워 할 '한강의 기적'을 가져왔는가?  60년대 산업화 이후 20여년이상 연평균 8%대의 고도성장을 이룩하며 세계 10대경제강국으로 진입했는가? 그런데 왜 90년대후반 민주화열풍과 분배 평등을 강조하는 사회주의적 경제민주화시대이후 저성장과 성장정체 국가로 전락했는가?

한국 현대경제사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자이자 정통 이코노미스트인  좌승희 박사(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겸 미디어펜 회장)는 한국경제의 성공신화와 최근의 성장정체의 문제점을 시장경제와 제도경제사적 측면에서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그 핵심은 차별화와 창발 경제이론이다. 열심히 일해서 성공한 사람과 기업, 지역등에 대해서는 차별화된 인센티브를 주자는 것이다.

단순히 금전적인 지원보다는 재산권 보호 등 제도와 정책, 경기규칙을 통해서 열심히 일한 개인이나 기업, 지역, 학교, 마을 등에 대해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는 데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다. 이를 위한 사회분위기도 중요하다.    

 한국경제의 성공은 이같은 흥하는 사람과 기업, 기업인, 조직, 사회에 대해 상응하는 보상을 주고, 이들이 더욱 열심히 일하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좌회장은 경제민주화 열풍 속에서 정체되고,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국부전략을 비선형이론, 창발이론, 차별화정책을 통해 제안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자유와 효율 재산권 보호 차별화 등 자유주의적 시장경제가 퇴조하고, 분배와 평등 등 마르크스주의적 사회주의 경제관이 득세하고 있다. 좌회장의 차별화이론, 창발이론은 우리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중요한 전략포인트를 제시해준다. 좌회장의 신국부 전략과 향후 과제등을 시리즈로 싣는다.(편집자주)  

 좌승희회장의 선진부국 4만불 경제정책-차별화경제 강의(1)

한국 경제 천지개벽 요인과 문제점, 향후 과제

세계 경제 발전사를 보면 경제발전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인류는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면서 적어도 250만년의 경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짧게는 분업과 교환을 하면서 1만5000년 이전부터 수렵과 채집의 시장경제를 했다. 즉, 수렵을 잘 하는 사람은 사냥을 많이 하고 채집을 잘하는 사람은 채집에 전문화를 해서 서로 교환하는 것, 이것이 시장교환경제이다.

하지만 역사를 통해서 살펴보면 경제발전이라고 부를 만큼 소득이 증가한 시대는 지난 200년 밖에 안 된다. 그 이전 1만4800 년 동안의 교환경제생활이나, 혹은 250만년 가운데 248만8800년 동안의 경제생활은 전부 말사스적 함정이라는 빈곤상태를 못 벗어났다. 경제학자들이 아직도 왜 지난 200년 동안만 인류가 부를 쌓고 축척할 수 있었는지 설명을 잘 못하고 있다.

200년 동안의 부의 축척은 영국의 산업혁명 시기부터 시작되었다. 놀라운 것은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에 전 세계 부의 가장 많은 부분은 중국이 차지하고 있었다. 산업혁명으로 영국이 세계 부의 성장을 주도하였으나 20세기 들어 영국이 점차 일등 국가를 미국에게 빼앗겼다. 아직도 미국이 일등국가라고 하지만 전체 흐름을 보면 일본을 거치고 다시 한국과 중국을 거치면서 동북아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왜 이런 결과가 생겼는가? 서구가 산업혁명 이후 독일이 영국에 무임승차하고 미국이 영국에 무임승차를 하였으며, 그렇기 때문에 영국이 궁극적으로 추월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이 산업혁명의 노하우가 서구로 퍼지면서 서구시대가 열렸는데, 당시 서구 역사를 보면 모든 성공한 나라들이 흥하는 이웃을 키우는 일을 열심히 했다.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도록 경제적 자유가 확대되고 재산권제도가 정착되었다.

   
▲ 한국경제는 지난 3년간 매년 무역1조달러를 돌파, 세계 7대 무역강국으로 도약했다. 세계 최빈곤국가에서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도약한데는 산업화시절 흥하는 개인과 기업, 지역에 대한 차별화한 지원이 결정적인 성공요인으로 작용했다. 민주화시대이후 분배와 평등을 강조하면서 성장이 정체되고, 선진부국 진입도 퇴보하고 있다. 사진은 무역협회 직원이 지난해말 무역1조달러 돌파를 기념해 발행한 우표를 들고 있는 모습

경제사회제도도 그렇고 기업도 만들어냈다. 기업은 개인들의 지혜와 물적 자본을 모아 시너지창출을 극대화해내는 중요한 사회적 기술이다. 오늘날 현대식 기업제도가 제일 먼저 시작된 곳도 영국이다. 1840년대에 최초의 주식회사법이 시도됐고 1864년에 오늘날과 똑같은 기업법이 만들어졌고 이것이 영국이 경제발전을 하는데 핵심동력이 되었다.

그 후에 영국의 성공노하우가 독일로 퍼지고 미국은 식민지로서 당연히 영국을 복제하였고 일본은 독일과 영국에 무임승차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G7이 등장하고 서구시대가 열렸다. 미국의 세계경제 주도권은 바로 영국을 통해 배운 기업제도를 적극 활용한 덕분이었다. 일본과 한국, 중국의 도약도 바로 기업제도를 활용한 덕분이다.

우주 안 이 세상의 모든 시스템의 변화는 서로의 만남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최근 소위 복잡계 과학의 발견이다. 일종의 상호작용(interaction)이 모든 변화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상호작용이 없으면 그 사회의 조직이나 시스템은 더 높은 차원으로 창발할 수가 없다.

열려 있으면서 상호작용을 통해 외부와 소통을 해야 하고 그리고 외부로부터 에너지(시너지)를 받아야 새로운 차원으로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닫힌 시스템은 주어진 에너지를 다 쓰고 나면 무질서가 극대화되어 소멸하게 된다는 것이다. 단세포동물이 집적되어야 다세포동물이 생기고 이것들이 더 집적되어야 인간이라는 고등한 생명체도 만들어진다.

인간사회의 형성은 수십억 년간의 유전자들의 집적을 통한 인간의 탄생과 인간간의 수백만 년간의 만남을 통한 인간사회의 형성과 수천 년간의 사상의 집적을 통한 문화의 형성을 통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인류역사는 열린 만남과 이를 통한 더 높은 차원으로의 변화과정이다.

협력적 만남은 서로 시너지를 공유함으로써 그 합이 단순한 선형적인 합이 아니라 그 보다 더 큰 힘을 낸다. 세포 100조개의 합이 세포덩어리, 즉 1+1.........+1=“100조개의 세포덩어리”가 아니라 생명체, 즉 1+1.......+1=“인간”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만남을 비선형적 만남이라하며 이것이 우주 안에 있는 모든 시스템의 진화를 설명하는 가장 핵심적인 원리이다. 이런 원리를 통해 우주 안에 있는 모든 열린 시스템이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으로 진화하는 현상을 창발현상이라 부르는 것이다.

경제사회는 바로 이 원리가 적용되는 복잡적응계(complex adaptive system)이다. 열린, 비선형적, 협조적 만남만이 새로운 발전을 잉태할 수 있다. 마차를 생산하는 사회에서 마차를 아무리 많이 만들어 선형적으로 이어도 기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 발전이라는 것은 마차를 만들던 사회가 질적 변화를 통해 기차, 자동차, 비행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기존의 경제학에서는 마차를 열 개 만들다가 백 개 만들면 “생산성이 늘어났다, 경제 발전이다”라고 하는데 그것은 진정한 발전이 아니다.

마차에서 기차를 만들어내고 자동차를 만들어 내고 더 나아가서 비행기를, 그리고 우주선을 만들어 내어 경제가 점점 더 복잡해지는 것이 경제 사회가 발전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의 핵심은 서로 다른 개체가 만나 상호작용하면서 시너지를 창출해야한다.

시너지를 창출하려면 나와 다른 사람, 나보다 훌륭한 사람을 내 주위에 더 많이 두고 따라 배우며 그것을 잘 활용할 줄 알아야만 하며, 이래야 발전, 즉 창발의 메커니즘을 창출해 낼 수 있다.

미국의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5%정도 밖에 안 된다. 그런데 20% 가까이 전 세계 부의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전 세계 인구의 1%로 역시 세계부의 1%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이를 선형경제라 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1%의 인구가 5% 가까운 부의 비중을 생산하는 비선형적 창발경제라고 할 수 있다. 중국도 요즘 잘한다고 하지만 13억 인구가 세계 부의 13%정도 밖에 창출하지 못한다. 중국도 아직은 별로 잘하는 경제가 아니다. 우리 경제를 더욱 역동적으로 발전하게 하려면 각 개인과 개인의 만남이 미국과 같이 보다 많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경제로 도약하여, 우리가 1%의 인구지만 적어도 5% 이상의 세계경제 부의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가 되어야 선진국이 되는 것이고 강한 나라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국가나 사회가 흥하는 이웃을 보다 많이 키워내어 발전의 문화유전자를 전파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무임승차하여 발전의 대열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서 흥하는 이웃이 많아져야 내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고 사회도 발전할 수 있는 법인 것이다.

어느 사회든 열심히 노력하여 성공하는 사람들을 대접하는, 예컨대 잘하는 기업인을 대접하고, 잘하는 학자를 대접하고, 잘하는 학생을 대접하고, 잘하는 지역을 대접하는 사회는 발전에 성공한다. 반도체와 갤럭시, 가전제품으로 세계 전자시장을 지배하는 삼성전자와 자동차 불모지에서 세계 5위 글로벌 자동차업체로 도약한 현대차 같은 성공한 기업들이 우리 주위에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10개, 20개가 더 탄생해야 한다. 제2의 삼성전자, 현대차가 나오기위해선 정부나 사회가 이들 기업에 대해 잘 대접하고, 각종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투자가 더 잘 이뤄지도록 규제를 혁파해줘야 한다.

반대로 열심히 노력하여 성공하는 사람들을 폄하하는 사회는 발전에 성공하지 못한다. /좌승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미디어펜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