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이스는 성장한계, 아바타 소니 K-POP 등 콘텐츠 키워야

   
▲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삼성전자가 숨차 보인다.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18%가 빠지는 어닝쇼크로 나오자 다들 술렁대고 있다. 진단도 각양각색이다. 삼성전자 없는 한국경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비장한 사설까지 나왔다. 곰곰 미디어산업 관점에서 삼성전자 평생운을 짚어본다.

 삼성전자는 C-P-N-D라고 하는 미디어산업 생태계 끝, 말석에 있다. C(콘텐츠)가 나와 주면 방송국, 인터넷 포털 같은 P(플랫폼)가 모아 주고 N(유무선 네트워크)이 빠르게 실어 날라 D(디바이스)에서 표출되는 구조다. D는 곧 수상기와 단말기 범주고 삼성은 이를 호령해왔다. D는 현재 가장 강대하고 화려하나 사실은 꼬리 칸이다. 콘텐츠가 없고 소프트웨어 운영체계가 핵심인 플랫폼, 태평양 해저 광통신까지 깔아야 하는 망 없이는 지탱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후천개벽. 세상이 거꾸로 되면서 대운을 잡게 된 케이스다.

콘텐츠가 풀뿌리부터 차고 넘치고 애플과 구글이 플랫폼을 사실상 표준화하고 오픈소스로 개방하면서 시장을 단순화시켰다. 네트워크도 나라마다 지역마다 탄탄한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면서 기본 반찬이 되어주었다. 오직 디바이스만이 경제원론 첫 마디 희소가치 표본으로 살아남았다.

핸드폰과 컴퓨터, 종이신문, 잡지, TV, DVD, CD 등을 따로 거느렸던 미디어 이용습관이 단일 스마트폰 하나로 집적되자 총정리(attention to assemble)에 능한 한국의 삼성전자가 일약 챔피언에 등극했다. 경영자원을 집중한 게 주효했다.

노키아처럼 P(플랫폼)에 신경을 분산시키지 않았다. 애플처럼 제조업을 아웃소싱하지 않아 전광석화와 같은 시장 반응과 고품질관리를 해보였다. 소니처럼 미래 콘텐츠 개척하는 위험 감수는 진즉에 피했다. LG그룹처럼 내수용 통신 따위가 엉겨 붙을 일도 없었다. 일사천리 적토마 쾌를 잡고 성공가도를 달려온 셈이다.
그랬건만 이번 삼성전자 퇴조는 예사롭지 않다. 격변을 알리는 기별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미디어산업 스키마(schema)가 뒤집어지고 있어서다. 최고 지위를 누렸던 디바이스쪽이 다시 끝 순서로 리셋 되는 정황이다.

   
▲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로 스마트폰 분야에 대한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이 스마트폰 정체를 타개하려면 현재의 과잉 기술 미디어 등 디바이스 중시에서 아바타, 반지의 제왕, SM의 K-POP 등 콘텐츠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삼성에 뒤진 소니가 최근 음악과 영화 등 콘텐츠 육성에 투자하는 것을 중시해야 한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쇼(CES 2014)에서 참가자들이 삼성전자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이다 구매하면 깎아주는 알뜰폰도 나왔고 십만원대 스마트폰도 중국에서 등장했다. 노키아 인수한 MS도 저가 차별화로 공격할 수 있다. 구글도 자체 폰 전략을 강화중이다. 영혼이 담긴 제품이라고까지 칭송받는 라이벌 LG전자도 갤럭시 턱밑까지 추격중이다.

수상기 쪽은 거의 절벽이다. UHD TV 가격이 2012년 7000달러 선이었다가 2014년 1000달러 선으로 1/7수준까지 급락할 것이라고 월 스트리트 저널은 내다봤다. 중국 가전사들은 삼성, LG UHD TV 반의 반 값에 품질은 엇비슷한 제품을 시판중이다. 절체절명 태풍 전야다.


이 짙은 그림자에는 중대 원인이 도사리고 있다. <트랜스포머> 에피소드에서 그 원인을 포착할 수 있다. 2014 CES 가전쇼 삼성 부스에 나온 <트랜스포머> 감독 마이클 베이가 행사 도중 돌연 퇴장했다. 초고화질 UHD TV 위력을 보여주러 나왔던 베이가 발표 화면 연결에 문제가 생기자 극도로 긴장하며 돌발 행동을 했다고 한다.

이 NG(No Good) 장면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일대전환 변곡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콘텐츠 칼자루를 누가 쥐느냐 하는 이슈가 명운을 가른다는 분석이다. 칼자루 잡은 <아바타> 제임스 카메론, <트랜스 포머> 마이클 베이,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회장을 모셔왔던 흑역사가 있었다. 대중문화 콘텐츠 졸부들에게 시혜를 베풀었다 볼 수도 있겠지만 실상 본질은 디바이스가 콘텐츠에 조공을 바친 관계다.

당연하게도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콘텐츠라는 머리 칸 없이는 꼬리 칸 디바이스가 살 수 없다. 그게 바로 C-P-N-D 순환 철칙이자 섭리다. 창조적 문제작 없이는 디바이스 판매도 소비도 발전도 있을 수 없다는 원리다. 카메론, 베이, 이수만이라는 콘텐츠쟁이들이 미디어산업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면 스마트폰은 그저 빈 깡통 껍데기일 뿐이다.

그러니 기술 미디어만 신봉해서 요행처럼 전성기를 맞은 경우라면 문화 미디어를 도외시한 대가를 피할 길 없다. 오묘할 것도 없는 세상의 이치요 비정상이 정상화하는 수렴이다.

 그러니 삼성은 소니 같은 창의적 콘텐츠기업을 다시 봐야 한다. UHD TV하면서 초고화질에 적합한 영화, 드라마 재제작 손대고 마케팅 하는 쪽은 소니뿐이다. TV나 스마트폰에서 소니를 꺾었다고 자축했지만 여전히 미디어산업 창작 툴인 카메라 장비는 소니가 이끈다. 지구촌 음악 산업 리더도 소니다.
 

아울러 <반지의 제왕>과 <호빗>을 만든 뉴질랜드 피터 잭슨감독과 WETA 스튜디오 창작자 집단 문화콘텐츠 R&D(연구개발) 활동을 배워야 한다. 디바이스가 좌지우지해온 미디어산업 하행선 열차가 콘텐츠가 모는 상행선으로 바뀐 상황변화를 곧이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한국경제 엔진 삼성전자는 지금 명운을 가르는 지점에 와 있다. 과잉 기술미디어를 줄이고 결핍 문화미디어(콘텐츠) 키우며 균형 잡는 신경영 단행해야 미디어산업 백년대계를 논할 수 있다. 기어이 화무십일홍이 될런가?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