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표 의원 법안 발의, 국회가 CSR관여하는 것은 어불성설

   
▲ 곽은경 자유경제원 기자
사회적 책임이라는 단어 앞에는 으레 ‘기업’이란 단어가 따라온다.

포털사이트에서 사회적 책임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니 90%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내용이다. 이쯤 되면 마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주체가 기업뿐인 것과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우리 경제를 구성하는 3주체는 가계, 기업, 정부인데 개인과 정부의 책임은 어디로 가고 기업에게만 사회적 책임을 강요할까?

2013년 9월 국회에서 ‘CSR정책연구포럼’이 발족됐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을 필두로 남경필, 정의화, 김기현, 문희상, 안철수 등 여야를 막론한 15명의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포럼은 민간차원에서만 논의되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국회와 정부차원에서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회통합과 양극화 해소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홍일표 의원은 비슷한 시기에 상장기업 사업보고서에 환경, 인권, 부패근절 등 CSR에 대한 계획과 성과를 의무적으로 기재하도록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홍 의원은 CSR이 기업의 투명성과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으므로 이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CSR을 국회가 활성화시키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기업이 어떤 사업에 투자하고 어떤 사회공헌활동을 할 것인지는 경영진이 판단할 대상이다. 그것이 경영상의 전략이든 진심에서 우러난 공헌활동이든 외부에서 평가하거나 개입할 명분이 없다. 국회차원에서 CSR을 활성화할 방안을 마련한다고 하니 이러한 움직임이 또 다른 규제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책임은 경영을 잘 해서 이윤을 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자신들에게 투자한 주주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값싸게 질 좋은 제품을 제공받을 수 있다.
 

   
▲ 국회가 자본시장 관련법을 개정해 상장사의 사회적 책임경영(CSR) 계획과 성과를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어서 재계가 반발하고 있다. 기업 CSR은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게 타당한데도, 정치권이 이에 개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중론이다. 사진은 조윤선 여성부장관이 최근 열린 국제CSR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물론 기업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단지 기업의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책임도 더 많이 져야 한다고 강요할 수 없다. CSR은 어디까지나 자발적 수준에서 행해져야 하며 그 내용을 모든 국민들에게 공개하도록 법으로 규제한다면 그 취지가 왜곡될 수 있다.
 

현재 우리 기업은 협력업체의 사정을 고려해 동반성장도 해야 하고, 중소기업과 이윤을 공유해야 한다. 또 노조의 요구에 따라 근로자들에게 높은 복지 혜택도 제공해야 하고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일자리 창출에도 힘써야 한다. 그러면서 정부와 개인을 대신해 사회공헌에도 앞장서라고 하니 기업 못해먹겠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최근 절판되었다 재출간된 에인랜드의 소설 <아틀라스>에는 정의와 공익을 앞세운 정치인들의 규제로 기업이 파업을 하고 사라져버린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스신화에서 이 세상을 떠받들던 아틀라스가 자신의 짐을 내려놓듯 미국 경제에서 기업이 사라지자 세상도 함께 멈추어버린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자 공헌활동은 망하지 않고 살아남아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것이다. CSR정책연구포럼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아틀라스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곽은경 자유경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