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은 오만과 독선 심판"이란 언론 주장은 '오버'
   
▲ 조우석 주필
 집권여당으로선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참패했으니 원인을 따지고 책임을 묻는 과정이 당연하겠지만, 엉뚱한 일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메이저 언론과 종편까지 가세해 청와대 때리기 일색이다. 대통령에게 사실상의 굴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일부 들린다. 

"박근혜 대통령 독선에 대한 심판이 4.13총선의 민의"라며 불통 이미지를 씌우는데도 저들은 여념 없다.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조기 레임덕을 부채질하는 일도 예사다. 새누리당 패배가 사실상의 투표탄핵이었다면서 기회에 '무원칙한 협치(協治)', '묻지마 타협'을 요구하기도 한다.

유권자는 3당에 기회-경고를 함께 줬음을 기억하라

그게 과연 맞는 소리일까? 우리가 원하는 건 총선 결과에 대한 보다 균형 잡힌 분석이다. 안보-경제 동시위기인 지금 국면에서 국민결집을 위한 노력도 절실하고, 책임있는 화합의 자세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보다 다양하게 해석해야 할 총선 민심은 따로 있는데, 그걸 일부 암시했던 대목이 정당투표였다.
 
비례대표 의원을 뽑기 위한 정당투표에서 새누리당은 33.5%를 얻어 1위를 했다. 정당투표가 생긴 17대 총선 이후 최저 득표율인 게 아쉽지만, 그래도 내용은 흥미롭다. 253개 선거구 가운데 새누리당이 정당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곳이 무려 180곳이다. 2위 국민의당(52곳)에 밀려 더불어민주당(15곳)은 꼴찌로 드러났다. 

정당 따로, 후보 따로인 교차투표가 만들어낸 새로운 현상인데, 막상 새누리 후보가 1위를 차지해 지역에서 당선된 사람은 105명에 불과했다. 더민주당은 109곳으로 새누리당보다 더 많아 가까스로 제1당 지위에 올라섰을 뿐이다.
 
새누리 입장에서는 비효율적인 투표에 울어야 했지만 더민주는 그 반대인 경우다. 문제는 이걸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얘기가 또 달라진다는 점이다. 유권자는 새누리-더민주-국민의당 3당에게 기회와 함께 경고를 동시에 준 것이다. 이 절묘한 표심(票心)의 양면성을 외면한 채 총선 패배 책임을 지라며 청와대를 때리고, 대통령을 몰아세우는 건 실수가 분명하다. 
 
기회에 외려 거꾸로 되물어야 옳다. “정당투표 1위 선거구 180곳에서 무려 70여 석을 날려 결국 105명만 당선시킨 건 누구 탓인가?”그건 옥새 파동을 일으킨 대표 김무성,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 막장 공천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게 아닐까?
 
굳이 경중을 따져야 한다면 김무성이다. 현역 기득권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공천방식을 고집해 혼란을 초래했던 장본인이 그였다. 대대적인 물갈이와 새 국회를 원하는 민심을 배반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인적 쇄신과 함께 새로운 정치 도전자를 등장시키려 했던 세력의 노력을 ‘진박(眞朴) 마케팅’이라고 딱지 붙였던 것도 지난 몇 달 균형을 크게 잃었던 종편의 선동방송이 아니었던가?

   
▲ "박근혜 대통령 독선에 대한 심판이 4.13총선의 민의"라며 불통 이미지를 씌우는데 메이저 언론과 종편까지 가세해 청와대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조기 레임덕을 부채질하는 선동적 언론의 태도는 지나친 오버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대통령도 국정운영 스타일에 변화 줘야 

유권자들은 그런 정황을 너끈히 감지했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 진박 핵심인사들은 대거 생환시켜 국회로 보냈고, 친김무성계는 반타작만 시켜줬다. 친유승민계도 마찬가지이고, 이재오 등은 몰락하다시피했다. 그렇다면 20대 국회의 여당은 규모는 줄었지만, 더 단단해졌다.

이런 분석이 맞다면, 국정정상화를 위한 개혁 드라이브를 정말 못해볼 것도 아니다. 또 일부 언론은 총선 패배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탓 발언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터무니없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정기국회가 열린 뒤 회기 중에만 20차례 이상의 국회 비판 발언을 내놓았던 건 사실이다.
 
폐회 이후엔 "국회를 바꿔 달라"고 거듭 국민들에게 요구했지만, 그건 국정 최고지도자 입장에서 불모(不毛)의 여의도정치에 대한 당연한 주문이었다. 물론 같은 기간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만난 횟수는 단 두 번에 불과했으니 그도 차제에 국정운영 스타일에 변화를 줘야 옳다. 그렇다고 '묻지마 협치'를 요구하는 건 일부 언론의 말도 안 되는 월권이다.

그래도 우린 박근혜 정부를 믿는다

어려운 시기다. 나라 안팎에 위기다. 오죽하면 좌파가 집권하면 나라가 빨리 망하고, 우파가 집권하면 속도를 좀 늦출 뿐이라는 말이 시중에 떠돌겠는가? 안보와 경제의 동시 위기 속에 동북아 정세는 요동친다. 심각해지는 양극화와 저출산, 수출 급감, 최악의 청년 실업 등도 우리의 숙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금융·노동·공공·교육의 체질을 바꾸는 구조 개혁이 시급한 건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한국사회의 지혜와 성숙함 그리고 역량을 한 곳에 모으는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도전 앞에 우리는 서있다. 사실 이번 총선은 국민축제의 장이면서, 동시에 정치투쟁의 과정에 다름 아니었다.
 
민의를 묻고 그에 따라 정치사회적 세력을 형성해가는 합법적인 싸움이었다. 이 과정에서 함께 가야할 정치세력, 가지 못할 그룹이 더 분명히 가늠됐다. 그걸 제대로 읽어보고 개혁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게 지금이다. 그래도 우리가 믿는 건 박근혜 정부다. 
 
대통령 자신의 진정성을 알지만, 정부 출범 이래 통진당을 해산시켰고, 개성공단 폐쇄라는 승부수를 띄운 노력도 모두 기억하기 때문이다. 뿐인가? 전교조 법외 노조화, 국정교과서 발행 결정도 대한민국을 망치는 암적 요소를 걷어내려는 노력이었다.
 
한반도 안보에 극히 위태로웠던 요소인 전작권 환수도 재연기에 합의한데 이어 한일위안부 문제도 타결했으니 모두 방향이 옳았다. 안타까운 건 정치적 지략이 모자랐다는 점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란 제도가 대중까지도 세상을 이해하고 동참하도록 만드는 틀이라는 걸 충분하게 만족시켜주지를 못했다. 
 
그래서 총선에 참패했지만, 임기는 2년 가까이 남아있다. 숙제도 변한 게 없다. 이 나라 언론들은 다음 주초 대통령이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무슨 발언을 할까 촉각을 곤두세운다. 너무도 자명하지 않을까? 선동언론은 참조항목의 하나로 놔둔 채 본래 자임했던 국가적 목표와 비전에만 충실하길 기대한다. /조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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