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불의 고리(Ring of Fire)'가 심상치 않다. 42명의 목숨을 앗아간 일본 구마모토현 지진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강풍과 폭우속에 470여회에 달하는 여진은 심장을 오그라들게 했다. 구마모토현은 14일 6.5규모의 1차 지진에 이어 16일 규모 7.3의 2차 지진이 덮쳤다.

구마모토현 2차 지진 31시간 후 이번엔 일본에서 1만5000㎞ 떨어진 태평양 반대편 남미 에콰도르가 흔들렸다. 16일 저녁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170㎞ 떨어진 태평양 해상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해 최소 240여명이 숨졌다.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진의 공포마저 도사리고 있다.

'불의 고리'가 흔들리고 있다. 48시간 이내에 아시아와 미주 대륙에서 오세아니아에 이르는 태평양 연안 지역에 잇단 강진이 발생했다. 불의 고리는 환태평양 지진대를 일컫는 말이다. 세계 지진의 90%, 규모 7.0 이상 대형지진의 80%가 이 지진대에서 발생한다. 서쪽의 일본·대만·동남아, 북쪽의 러시아 캄차카와 미국 알래스카, 동쪼그이 미주 대륙 서부 등 태평양 연안 지역을 고리모양으로 아우르고 있다.
 
   
▲ '불의 고리' 일본·에콰도르 흔들…한반도 지진 안전지대?. /사진=기상청 홈페이지 캡쳐

에콰도르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은 1000여 명이 숨졌던 1987년 규모 7.2의 지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에콰도르 지진 7시간여 뒤 남태평양의 섬나라 통가와 피지에서 각각 규모 5.8과 4.9의 지진이 일어났다. 또 이에 앞서 16일 오후 8시쯤(현지 시각)에는 대만 남동부 타이둥 동쪽 80㎞ 떨어진 해상에서도 규모 4.9의 지진이 일어났다.

불의 고리는 올 들어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있다.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에서는 이달 들어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네 차례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 동부 캄차카반도와 알류샨열도에서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났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이 '심각한(significant) 단계'로 분류한 규모 4.0 이상의 지진 발생 추이를 보면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총 39건이 발생했는데 그중 29건이 '불의 고리'에서 일어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지구촌 전역의 규모 4.0 이상 지진 발생 건수(26건) 및 불의 고리 지역 발생 건수(21건)를 넘어서는 수치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전체 지진 발생 추이는 확연한 증가세다.

일본도 구마모토현 마시키 마을에 이어 아소시, 오이타현까지 연쇄 지진이 발생하자 기상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아사히 신문은 "이제까지 경험했던 지진 법칙에서 벗어났다"고 16일 보도했다.

일본 기상 전문가들은 14일 구마모토 6.5규모에 이어 16일 7.3 규모의 여진과 관련 "이번 지진은 일반적으로 본진 뒤에 여진이 따르는 '본진-여진형' 지진 패턴이 아니라 '전진-본진형'지진"이라고 지적하며 "특히 수평형이 아닌 직하형"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지진 피해는 직하형이 수직형보다 피해가 크다.

일본은 이번 지진 발생 지역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과 관련 "구마모토 지진의 여진이 아니라 종류가 다른 지진이 연쇄적으로 발생한 것"이라며 지진 관측 이후 넓은 지역에서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는데 주목하고 있다. 지진의 전국적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국민안전처는 17일 국토교통부, 기상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관계기관과 일본 지진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이번 강진이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전처 관계자는 일본 지진 영향으로 흔들림이 감지 신고가 3908건이나 접수됐지만 실제 피해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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