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 등 금융사로부터 반복적으로 개인 정보가 유출돼 피해가 막심하지만 정작 개인정보 관리 책임자에 대한 문책은 허술해 결국 대형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금융지주사 회장을 불러 고객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책을 요구한다지만 이번에도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오후 신제윤 위원장이 직접 주재하는 '금융회사 고객정보 유출 관련 긴급간담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4대 금융지주사 회장, 각 금융협회장, 은행·보험·카드·증권업계의 주요회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신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을 비롯해 금융계 CEO들을 불러 고객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책을 요구한다.

또 고객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을 주문하는 한편 앞으로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재발할 경우 CEO까지 엄중 문책하겠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이같은 엄단의지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적당히 처벌하는 시늉만 하고 또 다시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금융권의 잇단 고객 정보 유출 사고에도 솜방망이 처벌로 사실상 책임자를 면책해 문제를 봉합하기는 커녕 대형사고를 키운 것이 바로 금융당국이기 때문이다 .

지난해만 해도 한화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에서 16만여건의 고객정보가 유출됐고 농협은행에서도 3톤 분량의 고객 개인정보가 폐지수거업체에 넘어갔다. 12월에는 SC은행과 시티은행에서도 13만여건의 고객대출정보가 유출됐다.

그러나 이때마다 금융당국은 고객정보를 유출한 금융사에 대해서 부랴부랴 현장검사에 착수했지만 결국 기관제재와 최고경영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예고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대형사고에는 이미 수차례 전조가 있다"며 "잇단 사고에도 금융당국이 관계자 처벌에 소홀해 대형 사고를 일으킨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개인정보 보호에 소홀한 금융권의 보안 불감증도 지적되고 있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개인정보 보호에 투자하는 것을 불필요한 비용으로 치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대형사고를 일으키고 말았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 IT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대우는 3D 업종만큼 푸대접"이라며 "이번 금융권 보안사고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