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과 독설은 이구일언(二口一言)…인격모독성 발언도 서슴치 않아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별명은 '차르'(러시아 전제군주)다. 절대 권력을 잡아 보지도 않은 그에게 왜 이런 별명이 붙었을까? 20대 총선을 통해 그가 보여준 행보에 얼마간의 답이 있다. 더민주는 브레이크 없는 김종인 대표의 독주에 "당의 영혼까지 팔려나갔다"는 탄식도 나왔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2012년 총선·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조차 그에게 제동을 걸지 못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통제 불능'이란 얘기다. 셀프공천에서 보여준 그의 본색과 상대에게 퍼붓는 독설이 딱 그대로다. 김종인 대표는 76세로 현역 최고령 정치인이다. 공자의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생각하는 것이 원만하여 어떤 일을 들으면 곧 이해가 된다고 한 이순(60·耳順)을 훨씬 넘었다. 곧 희수(77·喜壽)다.

4·13총선 전이나 후나 그의 독설은 조금도 원만해지거나 순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날이 섰다. 그의 독설은 피아의 구분이 없다. 자신의 생각과 뜻이 다르면 여지없이 독설의 희생양이 됐다.

총선정국에서 가장 독한 말을 들은 사람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다. 광주 삼성전자 유치와 관련해 안철수 대표가 "5공식 발상"이라고 비난하자 김종인 대표는 "(안철수 대표의 발언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람 사고에 기본적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 김종인 대표의 독설 저변에는 자신만이 완벽하고 이기기 위한 것에만 집착한다. 권력의 양지만을 좇는다는 그의 일면을 보는 듯하다. /사진=연합뉴스


이뿐만이 아니다 "(안철수 대표)대권은 불가능 하다", "(안철수 대표) 의사하다가 (PC보안) 백신 하나 개발했는데 경제를 알겠느냐", "그 사람(안철수 대표)은 경제를 몰라 누가 용어를 가르쳐 주니 '공정성장' 얘기를 하는 것", "시장적 정의와 사회적 정의를 구분 지을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등 맹비난했다.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제3당은 선거 후에 반으로 쪼개질 수밖에 없다. 안철수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하는 이들만 남고 나머지는 더민주로 복귀할 것"이라고 김을 뺐다. "박지원·천정배·안철수 그 사람들이 따로따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도 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비켜가지 못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총선 직전 광주에서 대선 불출마를 언급한 발언을 선거 후 뒤집는 듯하자 김종인 대표는 "그런 말이 호남 사람들을 더 자극하고 있다. 진짜 잘못했다고 말해야지 뭘 기다린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그 이전에는 "차기 대통령감을 아직 못 만났다"며 문재인 전 대표를 무시하는 발언도 했다.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이 김 대표에게 '1대1 끝장토론'을 제안하자 단칼에 거절하며 "토론이라는 것은 상대가 되는 사람을 가지고 토론을 해야지 상대도 안 되는 사람이랑 무슨 토론을 하느냐"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김 대표는 "강봉균이 같은 사람하고 토론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강봉균은 관료할 적엔 그래도 총명하다고 생각해서 그 사람을 많이 봐 줬는데 지금 와서 보니까 머리가 아주 몽롱해졌다"고 독설을 날렸다.

손학규 전 대표를 선거유세에 나설 줄 것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선거가 끝난 후 "손 전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당 내에서 그가 유세에 나서기로 했다며 간청하는 모양새를 갖춰 달라고 했다. 그랬는데 끝내 거절했다. 나만 스타일을 구겼다"고 원망 섞인 분노를 토해냈다.

김종인 대표는 셀프공천으로 논란이 일자 당무를 거부하며 "사람을 인격적으로, 그따위로 대접하는 정당에 가서 일을 해주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며 "내가 큰 욕심이 있어서 한 것처럼 모독하면 나는 죽어도 못 참는다"고 발끈했다. 또 "전날 밤에도 분하다는 생각 때문에 잠을 거의 못 잤다"며 "내 명예를 더럽힌 사람들과는 함께할 수 없다"고도 했다.

김종인 대표의 독설 저변에는 자신만이 완벽하고 이기기 위한 것에만 집착한다. 권력의 양지만을 좇는다는 그의 일면을 보는 듯하다. 김종인식 독설의 정치학은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막말의 대가로 정청래 의원을 낙천시켰다. 막말과 독설은 이구일언(二口一言)이다.

'나만 스타일 구겼다'는 오만도 뿌리 깊다. '죽어도 못 참는다'는 원망 섞인 말은 협박이나 한 가지다. '머리가 아주 몽롱해졌다'는 인격모독성 막말이다. 김종인 대표는 현역 최고령 정치인이다. 어른다움이 필요하다. 김 대표는 자신보다 나이 어린 모든 정치인을, 아니 모든 사람을 이렇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독설은 독설을 부른다. 이대로라면 그는 성공한 정치인보다 최고령 막말 정치인에 오를 날이 더 빠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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