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14일 리히터 규모 6.5에 이어 16일 7.3의 강진이 덮친 일본, 16일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170㎞ 떨어진 태평양 해상에서 규모 7.3의 강진, 20일 필리핀 남부지역 다바오오리엔탈 동북쪽 16㎞ 지점에서 규모 5.0의 지진.

잇단 지진이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불의 고리(Ring of Fire)'에 위치한 국가들의 불안감은 커져 가고 있다. 환태평양 지진대를 일컫는 ‘불의 고리’는 세계 지진의 90%, 규모 7.0 이상 대형지진의 80%가 발생하는 화약고다. 서쪽의 일본·대만·동남아, 북쪽의 러시아 캄차카와 미국 알래스카, 동쪽의 미주 대륙 서부 등 태평양 연안 지역을 고리모양으로 아우르고 있다.

일본 구마모토현은 14일 6.5규모의 1차 지진에 이어 16일 규모 7.3의 2차 지진이 덮쳤다. 20일 현재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47명과 지진의 간접 피해인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으로 숨진 사람도 11명이다. 현재까지 620여 차례의 여진으로 현지 주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다.

   
▲ 요동치는 '불의 고리'…일본·에콰도르 지진에 필리핀도 '흔들'/사진=기상청 홈페이지 캡쳐

구마모토현 2차 지진 31시간 후 이번엔 일본에서 1만5000㎞ 떨어진 태평양 반대편 남미 에콰도르가 흔들렸다. 16일 저녁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170㎞ 떨어진 태평양 해상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해 최소 현재까지 사망자 507명, 실종자 1700명, 부상자 4027명에 달하는 대참사를 빚었다. 실종자 가운데는 상당수는 아직도 무너진 건물 잔해 등에 깔려 있고 부상자 중 중상자도 적지 않아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필리핀에서는 20일 발생한 규모 5.0의 지진에 앞서 지난 14일에도 규모 5.9의 지진이 발생해 대규모 강진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현지 주민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각) 필리핀 화산·지진연구소(PHIVOLCS)는 "일본·에콰도르 등 최근 잇따른 환태평양 조산대의 지진 발생이 필리핀 지진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지만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필리핀 당국도 20일 전국 단위의 ‘지진 대비 훈련’을 예고했다. 이날 필리핀 현지 언론은 “필리핀 정부가 21일 오전 8시 30분 부터 필리핀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지진 대비 훈련에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필리핀 재난관리위원회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도 마닐라가 지진으로 큰 충격을 받을 것에 대비해 공군 기지가 있는 도시인 클라크를 지진 대비 훈련의 임시 작전본부도 뒀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불의 고리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에서는 이달 들어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네 차례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 동부 캄차카반도와 알류샨열도에서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났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도 발생 추이는 확연한 증가세에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이 '심각한(significant) 단계'로 분류한 규모 4.0 이상의 지진 발생 추이를 보면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총 39건이 발생했는데 그중 29건이 '불의 고리'에서 일어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지구촌 전역의 규모 4.0 이상 지진 발생 건수(26건) 및 불의 고리 지역 발생 건수(21건)를 넘어서는 수치다.

일본의 기상 전문가들도 "이제까지 경험했던 지진 법칙에서 벗어났다"며 지진 관측 이후 넓은 지역에서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는데 주목하고 있다. 지진의 전국적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다.

한편 일본 기상청은 21일 지진 피해를 입은 규슈 지역에 폭우가 내릴 것으로 전망돼 추가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21일 오전부터 낮까지 규슈 북부에 국지적으로 천둥과 폭우가 내리고 강풍이 불 것이라고 예보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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