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붐'을 이룰 정도로 각광받던 펀드시장이 갈수록 인기가 '시들'하다 못해 '외면'받는데 이르렀다.

근본적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식 시장이 곤두박질치자 펀드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면서 이에 따른 트라우마가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펀드 시장의 활성화는 장기 투자 문화를 정착시켜 근본적으로 주식 시장을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에 업계의 신뢰회복 노력과 정부 당국의 제도 개선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계 최하위권 펀드 후진국

펀드 인기가 시들하면서 순자산도 세계 바닥권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2009년 금융위기 직후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15일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한국의 펀드 순자산은 2,818억달러, 펀드당 순자산은 2,859만달러에 그쳤다. 이는 불가리아(472만달러), 칠레(1554만달러), 슬로베니아(1962만달러), 파키스탄(2109만달러) 다음으로 작은 것이다.

펀드 수가 두 번째로 많은 룩셈부르크의 경우 펀드당 순자산이 3억300만달러였다. 이밖에 미국(1,881억달러), 영국(575억달러), 일본(166억달러) 등 대부분의 선진국도 순자산 규모가 100억달러를 웃돌았다.

또 다른 조사에서도 펀드 시장의 몰락은 확인된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펀드 투자에 관해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28.7%만이 펀드 투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1년 같은 조사(33.6%)때 보다 낮으며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26.6%)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펀드 투자자들의 실패했던 트라우마가 아직도 시장에 생생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아직도 국내 주식형 펀드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 증권업계·금융당국 펀드시장 활성화 노력 시급

펀드 시장의 부활을 위해서는 우선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운용사의 잘못된 관행부터 근절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용해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을 보여준다면 투자자들의 신뢰도 돌아올 것이란 설명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눈앞의 이익만 좇는 단기성과 중심의 펀드운용 관행을 자제하고 신상품을 남발하는 마케팅 관행도 없어져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고 장기투자 문화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금융당국의 노력도 동반되야 한다. 업계에서는 10%룰을 완화 등의 제도 개선과 펀드슈퍼마켓 출범이 펀드 시장 부활의 열쇠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공모펀드의 동일종목 보유한도를 10%로 제한하고 있어 수익률을 높일 수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룰을 완화하거나 폐지한다면 공모 펀드의 수익률이 좋아질 것이란 소리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펀드매니저가 삼성전자를 아무리 좋은 종목이라고 판단해도 시가총액 비중 이상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공모펀드가 시장수익률을 웃돌기 어렵다"고 말했다.

곧 개설될 펀드 슈퍼마켓에 거는 기대도 크다. 펀드 슈퍼마켓은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저렴하고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공모펀드를 살펴보고 가입조건과 수수료, 수익률 등을 비교한 후 마음에 드는 펀드를 고를 수 있다.

한 증권업 담당 애널리스트는 "아직 몇가지 문제가 남아있지만 궁극적으로 펀드 슈퍼마켓 출범은 펀드시장 활성화와 시장 규모가 커지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