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중대형차 수백만원 탄소세 부과 예정. 수입차는 되레 보조금

   
▲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국산차를 구입한 사람들로부터 부담금을 걷어서 외제차 사라고 부추기는 환경부.’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대한민국 정부가 이런 황당하고 우매한 짓을 하고 있다. 아무리 차량 배기가스 규제, 저탄소 등 친환경 정책 목표도 좋지만, 국내 핵심 산업에 타격을 주면서까지 이를 강행하는 것은 관료의 오만함의 극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환경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저탄소부담금제는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 담당관료들은 자동차메이커들에게 지난 2년간의 부담금 유예기간을 줬다며 할 일 다했다고 큰 소리 치고 있다.
하지만 2년이란 짧은 기간에 어떻게 독일 등 세계 최고수준의 연비기술력을 확보하겠는가? 나으리들이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 이것이 얼마나 면피주의 정책인지 알 것이다.

저탄소 연비절감 차량 개발 문제는 환경부 관리들보다 국내 완성차 메이커 최고경영자들이 훨썬 더 절박하게 느끼고 있다. 현대차 정몽구회장, 정의선 부회장 등 현대차그룹 최고경영자들과 기술진들이 더 발등에 불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전쟁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이기위해선 친환경차량개발은 절체절명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힘겹게 경영정상화를 추진 중인 쌍용차 이유일 사장에게도 탄소세 부담금은 날벼락이다. 쌍용차야말로 주력차종이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SUV차종이기 때문이다. 환경부 정책대로라면 쌍용차는 존립자체가 위험해진다.

환경부는 2015년부터 저탄소 협력금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수백만원대의 무거운 부담금을 물리고, 배출량이 적은 차는 대신 보조금을 듬뿍 주겠다는 것이다.

이대로가면 내년부터 국산 중형차, 준대형차, 대형차, SUV를 사는 고객들은 수백만원의 부담금을 더 내고 사야 한다. 이는 자동차 구매를 크게 위축시키고, 국내 완성차업계의 내수판매를 얼어붙게 만드는 최악의 환경몽둥이다. 지금처럼 경기가 썰렁한 상황에서 환경부가 자동차 내수를 고사(枯死)시킬 무리수를 두고 있다 하겠다.

환경부 정책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국산차와 외제차간의 심각한 역차별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소형 경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제외한 대부분 국산 중대형차, SUV는 많은 부담금을 내야 하는 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외국 소형차 구입자는 오히려 보조금을 받게 된다.
실제로 내수시장은 중대형이 전체 시장의 83.9%나 차지한다. 이런 상태에서 신차 구입자들에게 수백만원의 부담금 폭탄을 안기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 환경부가 내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 등의 국산 중대형차에 대해 수백만원씩의 탄소세를 부과하고, 대신 독일 일본의 소형차를 구입하는 사람에게는 되레 보조금을 줄 방침이어서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인 정몽구 현대차회장(오른쪽)이 지난해말 최고급 전략차종으로 개발한 신형 제네시스 발표회에서 정홍원 국무총리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근혜대통령은 비상식과 비정상의 정상화를 올해 국정의 핵심정책으로 내걸었다. 친환경차량의 개발과 시판확대는 정상적인 정책이지만, 너무 가속페달을 밟은 게 문제다. 완성차업계가 감당할 수 없는 규제를 내걸고 이를 못지켰다고 감당하기 힘든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은 올바른 정책이 아니다. 지나치게 비정상적인 정책이다. 오버슈팅하는 셈이다.

환경부 안대로 하면 베스트셀링카인 현대차 쏘나타2.0 구입자는 내년부터 탄소세 부담금 150만원을 물어야 한다. 판매가격에 이를 더하면 2940만원으로 대폭 올라간다. 경쟁사인 일본 도요타 소형 프리우스1.8은 200만원의 보조금을 되레 받아 2930만~3920만원으로 가격이 뚝 떨어진다.

환경부 정책은 독일, 일본, 프랑스 소형차량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게 된다. 국산차 경쟁력을 죽여가며 수입차들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듬뿍 주는 셈이다. 폭스바겐의 소형차 골프, BMW 320d, 혼다 시빅하이브리드, 푸조 208 1.4, 푸조 208 1.6 등은 연비가 좋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적다. 현대차 준대형 그랜저의 경우 부담금 200만~300만원을 내야하는 것을 감안하면 보조금을 받는 폭스바겐 골프가 더 싸지게 된다.

현대차가 야심차게 내놓은 제네시스도 부담금 쇼크로 외제차에 밀릴 수 있다. 제네시스 신형 3.3GDi는 550만원의 저탄소차 협력금을 내야 하므로 구입가격이 5210만~5810만원으로 급격히 올라간다. 반면 경쟁차인 BMW 520d는 부담금이 25만원에 불과해 6300만원대면 살 수 있다. 제네시스 가격대와 거의 비슷해 고객들이 외제차로 눈길을 돌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폭스바겐 아우디 A6의 부담금도 200만원에 불과해 현대차의 동급 제네시스나 K9등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

환경부 정책이 강행되면 국산 중형, 준대형, 대형차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수입차에 비해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자칫 준대형, 대형차, SUV시장의 상당부분을 내줘야 할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국내 완성차메이커들이 친환경차와 이산화탄소 저배출 차량 개발 측면에서 일본 독일등에 비해 아직 미흡한 것은 아쉽다. 하지만 독일과 일본은 자동차 역사가 100년이상 된다. 우리는 고작 40여년에 불과하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현대차가 독자기술로 개발한 포니(조랑말)가 에콰도르 등 중남미 등에 수출한 게 76년이다. 그나마 현대차 기아차는 정몽구 회장의 취임이후 품질경영과 친환경차 개발에 주력해 일본 독일차 수준에 근접했다. 세계시장 점유율도 90년대 세계 10위권밖에서 이제 글로벌 5대메이커 대열에 올라섰다.

정부는 국산차메이커들이 친환경차 개발을 하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매와 회초리를 든다고 능사가 아니다. 내년으로 유예기간을 만료하지 말고, 정부와 국산차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친환경차, 저탄소 차량 개발과 판매에 힘을 합쳐야 한다. 지금처럼 환경부가 완장차고 국산차 메이커들에 대해 무리한 페널티를 매기고, 그 돈으로 외제차 구매자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은 하책(下策)중의 하책이다.

관료들은 최소한의 애국심도 없어졌나? 벌써 우리 관료들이 코스모폴리탄이 됐나? 국적도 없는 정책으로 완성차메이커를 괴롭히는 일은 당장 그만둬야 한다.

자동차는 우리 산업의 핵심이다. 전후방연관산업 효과가 모든 제조업중에서 가장 크다. 일자리창출효과가 단연 톱이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11월말 현재)은 439억600만달러, 수입액은 57억3500만달러로 381억71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외화가득액이 가장 높은 수출효자산업이다. 자동차부문의 무역흑자는 지난해 전체 무역흑자의 80%가량을 차지한다.

대한민국의 핵심산업인 자동차산업을 한순간에 위험에 빠뜨리는 환경부의 환경부담금 강행조치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 등으로 하여금 독일 일본차 수준으로 친환경차량 개발을 앞당기도록 독려하고, 이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환경을 보호하고, 소형차 위주로 자동차 구매패턴을 바꾸겠다는 환경부 정책취지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국내 산업의 경쟁력과 기술수준 등을 감안해서 유연하게 추진해야 무리가 없다.
코스모폴리탄적인 어설픈 선진국 환경 흉내내기로 갈 길 바쁜 국내 자동차산업에 타격을 가하는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민노총이나 현대차노조는 국민을 짜증나게 만드는 정치파업이나 불법파업, 태업 등에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지 말라. 정작 노조원들의 밥줄과 생계에 위협을 주는 환경부의 졸속 환경부담금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이게 진짜 회사를 살리는 길이요,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도 늘리는 일이다. [미디어펜=이의춘 발행인 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