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실적보다는 시장흐름과 기업 역할 더 살펴야"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4·13 총선이 끝나자 '경제' 이슈가 부각하면서 야당까지 나서며 기업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기업구조조정 화살의 과녁은 '조선·해운업'을 향해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높다. 구조조정에 밀려난 실직자에서 부터 글로벌 신뢰도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압박과 종용으로는 원만한 구조조정은 커녕 사회적 혼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

22일 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에 이어 야권까지 강도 높은 기업 구조조정의 뜻을 밝히며 선제적 기업 구조조정 논의가 발빠르게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 정치권까지 목소리를 더하며 기업구조조정 이슈가 급부상 중인 가운데 기존의 압박과 종용의 카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해운·조선업에 대한 정부의 구조조정 칼날이 시퍼렇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해운사 구조조정이 예정대로 되지 않으면 정부가 액션(행동)에 들어갈 수밖에 없고 제일 걱정되는 회사가 현대상선”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 20일 비대위 회의에서 “중장기적으로 발전을 위해 본질적 구조조정에 들어가 보다 적극적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저 기업의 단기적 생존을 위해 돈을 더 투여하는 사고가 팽배하는 것 같아 이점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조선업계 '빅3'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통·폐합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이 정치권의 압박으로 성급하게 이뤄져선 안 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오히려 정부발 기업구조조정은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현대상선의 경우도 지난 2013년 12월부터 이미 자구안을 진행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2월에는 추가자구안까지 발표하며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던 LNG선·벌크전용선 사업과 부산 터미널, 현대택배, 현대증권 매각 등을 통해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오랜시간 구조조정을 통해 자산을 매각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용선료 인하 문제와 사채권자 집회 채무연장안 등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앞으로도 채권단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자구안을 실천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유 부총리는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나 “현대상선에 대한 유동성 등의 정부 지원은 없다”며 “용선료 협상이 잘 안될 경우 법정관리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밝혔다.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들어설 경우 부산을 통해 들어오는 물동량이나 항만업계에도 여러 가지 파장이 우려된다. 특히 해운동맹(얼라이언스)으로 쌓아온 신뢰와 영업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내 해운업계가 처한 현실은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두 회사의 문제라기보다는 전세계 해운선사들도 공통적으로 처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며 “단순히 적자를 기록한 회사라는 시각을 넘어 국적선사로서의 역할도 분명 짚고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초 세계 해운시장은 얼라이언스 재편을 앞두고 있다. 한국 해운사가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와 채권단이 협력해 회사의 정상화를 서둘러 이같은 우려를 씻어내야 한다” 고 당부했다.

조선업계에서도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보여주기에 급급한 구조조정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은 다양한 측면에서 면밀하게 따져봐야한다. 과거 일본의 구조조정 사례를 살펴보면 시황에 따라 실패한 구조조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조선산업 1위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 배경은 지난 1970년대와 1980년대 두 차례에 걸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가장 큰 이유라는 의견이다.

당시에 시황이 좋지 않아 설비를 줄이고 회사를 합병시키며 산업을 슬림화 시켰지만 업황이 다시 좋아지자 생산능력 저하로 인해 쏟아지는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한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조선업계가 시황이 좋지 않고 수익이 없다 보니 합치고 줄여야한다는 시각이 많다. 일본의 구조조정 사례를 교훈 삼아 눈앞에 시황만을 보고 판단할 문제는 아니며 발전적인 방향으로 해답을 가져가야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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