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대선 민심확보 경쟁, 지리멸렬 여당 비대위 조속 구성을
[미디어펜=이서영 기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한수 한수가 파괴력이 있다. 고수의 한수 한수 같다. 진보세력만이 아닌 중원의 산토끼들을 잡기 위한 드라이브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12월 대선 시계에 맞춰 선제적인 이슈들을 타이밍 맞게 잘 던지고 있다. 꼴통 운동권 정당을 탈색시키고 대선집권을 향한 노회한 한수 한수를 두고 있다. 민심이 무엇을 바라는지 꿰뚫고 있는 듯하다. 무섭다. 부럽다. 김종인의 행보는 보수의 대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김종인은 총선에서 더민주를 1당으로 올려 놓았다. 경제심판론에다 포퓰리즘적 경제민주화와 포용적 경제성장론을 내세워 중도층을 잡았다. 선거승리가 확정되자마자 경제와 민생을 새로운 화두로 내던졌다. 그는 20일 부실기업을 언제까지 끌고갈 수 없다고 했다. 실업대책만 있으면 박근혜 정부를 도울 의향이 있다고 했다. 돈 풀어 부실기업을 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언론에선 그의 구조조정 이슈를 주목하고 있다.

그의 경제참모 최운열 비례대표 당선자는 더 나아갔다. 성장이 최고의 복지, 최고의 분배라고 강조했다. 서비스산업발전법안의 의료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했다. 김종인대표와 최운열 당선자의 발언은 기존 더민주의 당론과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전통 지지층인 좌파 진보층에다 중원의 산토끼마저 쓸어담으려는 대선 플랜을 현실화하고 있다.

더민주는 그동안 운동권 친노 탈레반들의 해방구였다. 기득권 대기업노조를 편애하느라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을 한사코 거부했다. 의료 교육 관광 금융등 서비스산업의 일자리창출과 투자확대를 위한 서비스산업발전법안은 수년째 틀어막았다. 의료민영화를 위한 사전단계라는 황당한 주장을 내세웠다. 일자리를 찾지 못해 울분을 토하는 청년들에겐 최악의 발목잡기였다.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사진 오른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총선 이후 민심을 잡기 위해 뛰어가는 데 참패한 새누리당은 난파선 신세가 돼 버렸다. 새누리당은 하루 빨리 혼란에서 빠져나와보수 빅텐트를 만들어 인재영입과 대결집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사진=연합뉴스

더민주는 그동안 박근혜정부의 경제활성화와 투자 일자리창출 개혁정책에는 막무가내로 뒷다리를 잡았다. 민심은 더민주의 해방구체질, 개혁 발목잡기, 운동권체질에 엄중한 심판을 가해왔다. 두 번의 대선에서 실패한 데 이어 4.13총선전까지 모든 선거에서 연패했다.

김종인은 더민주의 운동권정당 체질을 개혁했다. 친노와 운동권 인사, 막말인사들을 상당부분 공천에서 제외했다. 이념이 밥 먹여주냐며 운동권 탈레반을 다그쳤다. 총선 승리는 그의 치밀한 공천개혁에 힘입은 것이다. 친노배제 및 운동권 공천 탈락 등이 대표적이다.

김종인이 총선 이후 보이는 중원잡기 전술은 상당부분 먹혀가고 있다. 최운열 당선자의 시장경제 중시 발언과 친기업론은 운동권정당 탈피를 위한 중요한 전기가 되고 있다.

이번 총선의 최대 수혜자인 안철수 국민의 당 공동대표도 김종인에 질세라 경제를 화두로 제시했다.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강조했다. 21일에는 국회법 개정을 통해 미래일자리 특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김종인·안철수가 경쟁적으로 경제 민생 이슈잡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김종인은 문재인의 대선플랜을 실천하고 있다. 안철수는 자신이 직접 대선플레이어가 되려 한다.

김종인과 안철수는 민심을 잡기 위해 뛰어가는 데 새누리당은 답답하다. 총선 참패 이후 난파선이 돼 버렸다. 김무성 전 대표의 퇴진으로 지휘부 공백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비대위원장 추대 문제로 갑론을박하고 있다. 친박 비박간에 비대위원장 자리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새누리에는 대선주자들이 총선에서 대부분 고배를 마셨다. 김무성·김문수·오세훈 등 유력한 잠룡들이 무대뒤로 사라졌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영입론이 무성하다. 반기문 카드를 활용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반기문이 여소야대 상황을 감안해서 야당으로 꽃가마를 탈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지리멸렬한 새누리는 조속히 재건해야 한다. 망가진 집을 다시 지어야 한다. 친박 비박 싸우지 말아야 한다. 보수 빅텐트를 만들어야 한다. 범보수가 뭉쳐야 한다. 비대위원장은 개혁적이고, 보수정체성을 확고하게 견지하는 인사가 맡았으면 한다. 경제를 잘아는 원로도 검토할 만하다. 김종인의 포퓰리즘적 경제민주화와 애매모호한 안철수의 공정성장론에 맞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이데올로기에 충실한 원로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김종인에 맞설 거물급이 시급하다. 보수의 정체성을 감안하면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카드도 있다. 청렴한 이미지의 김영란 전 대법관도 후보군에 해당한다. 현재론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거론되고 있다. 총리로서 훌륭한 업적을 냈고, 인품과 실력 대인관계 모두 뛰어난 분이다. 대중성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원로경제인으로는 윤증현 전 경제부총리, 진념 전 부총리 등을 검토할 만하다. 당내에선 경제통으로 합리적이고, 자기정치를 하지 않은 인물도 있다. 김광림 의원이 이에 해당한다. 기재부 차관 출신으로 경제를 잘 알고, 자기정치를 하지 않는 점이 장점이다. 당과 정부, 청와대간 긴밀한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 최경환 의원은 총선 참패의 책임이 크다는 점에서 부담이 있다. 언론의 부정적 입장도 감안해야 한다. 진박 친박의 상징성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된다. 야당과의 협상에서도 적지않은 리스크가 따른다.

보수 빅텐트를 만들어 인재를 대폭 영입해야 한다. 대결집해야 한다. 기득권·특권 다 내려놓아야 한다. 보수가 세력을 확장하면 야당은 분열하기 마련이다.

새누리는 시간이 없다. 지금같은 절망속에서 혼돈의 세월을 보낼 수 없다. 혼란에 빠져나와야 한다. 재건해야 한다. 김종인과 안철수의 경제 민생 이슈에 선점 당하지 말아야 한다. 새누리가 청와대, 유일호 경제팀과 함께 민생 일자리창출 과제를 주도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밤잠 설쳐가며 고심하는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를 뒷받침해야 한다.

국민들은 새누리의 공천막장과 갈등에 일시적으로 채찍질을 가했다. 오만과 횡포 분열에 매를 들었다. 애정이 있는 회초리였다. 당을 재정비하고, 쇄신과 개혁의 길을 걸으면 집 나간 토끼들이 돌아온다. 중원의 토끼들도 새누리에 다시금 관심을 가질 것이다. 대한민국은 당분간 보수가 집권해야 한다. 좌파 포퓰리즘 정당에 대한민국 국운을 맡길 수는 없다. 적어도 통일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보수가 5000만 국민의 안위를 책임져야 한다.

내년 대선까지의 스케줄을 감안하면 새누리에게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갈등과 분열 혼란이 지속될수록 대선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야당으로 쏠려있는 민심을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이슈 선점에서 지면 미래가 없다. 게도 구럭도 다 놓칠 것이다.

총선 패배는 새누리에 오히려 보약이 될 것이다. 혹독한 예방주사를 맞았다. 무엇이 문제인가를 철저히 복기하고, 새로운 비전과 개혁철학, 액션플랜을 갖고 국민속으로 다가가면 박근혜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다. 대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

조중동 메이저언론도 박근혜 정부의 진정성 있는 개혁과 새누리당의 반성과 개혁 기득권 내려놓기가 시너지효과를 거두면 다시금 돌아올 것이다. 조중동과는 전략적 동맹군으로 가야 한다. 메이저언론과 적극 소통해야 한다.

청와대의 소통강화도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병기 비서실장, 청와대 각 수석들은 언론과의 접촉을 더욱 늘려야 한다. 경제개혁의 진정성과 대국민 소통을 위해선 메이저 언론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대위기를 맞는 보수의 결집을 위해 주류언론과의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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