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시 계엄령...시·도 당대표 평양 집결부터 해산까지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오는 5월 36년만에 7차 당대회를 앞두고 평양에 계엄령을 내렸다. 행사 개최가 임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평양시에 계엄령이 내려지면 보안국이 총동원되는 ‘숙박검열’이란 게 시행된다. 매일 밤 보안국 요원들이 가가호호 주민들의 가정집에 들이닥쳐 수색작업을 벌이는 것이다. 

명분은 국가적인 기념일을 맞아 평소 평양에 숨어들었을 범죄자 등을 색출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주민들을 초긴장 상태로 만드는 사상전이라고 할 수 있다.    
 
숙박검열은 대개 밤 10시 이후 불시에 시작돼 새벽 1~2시까지도 진행된다. 보안국 요원이 인민반장과 함께 담당 구역의 가정집을 일일이 방문하는 방식이다. 계엄령이 내려진 시기라지만 보안국이 들이닥친 각 가정에서 식구들은 혼비백산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잠들어 있던 중 대문을 쾅쾅 두드리고 초인종을 다급하게 울리면서 들이닥친 군인들이 불도 켜지 않은 채 후레쉬를 들고 얼굴을 일일이 비추면 마치 범죄인이 된 듯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다고 한다.

평양시에 계엄령이 내려진다는 것은 당국이 승인한 국가행사에 참여할 각 시·도 당대표 외에는 아무도 평양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엄령 기간에는 지방 보안원도 평양을 드나들 수 없다. 

평양시 계엄령은 행사마다 짧게는 3일부터 열흘 정도 내려진다. 내달 7일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당대회가 아직 20일가량 남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평양시에 계엄령이 내려진 것을 볼 때 김정은은 이번 당대회를 기해 주민들의 사상무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평양에 계엄령이 내려지면 평양시민 중에 특별임무를 받고 지방으로 나가는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지방에서는 일절 평양시로 들어갈 수 없다. 물론 각 시·도에서 선출된 당대표들은 예외이다. 전국의 보위부와 부안부에도 비상이 걸리고 특히 김일성·김정일 동상과 사적지를 순찰하는 야간 시찰도 강화된다. 

   
▲ 북한이 오는 5월 36년만에 7차 당대회를 앞두고 평양에 계엄령을 내렸다. 행사 개최가 임박한 것으로 해석된다./자료사진=연합뉴스

당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으로 들어오는 시·도 당대표의 수송 방법도 특별하다. 지방의 당대표들은 평양에서 편성된 특별열차를 타고 평양까지 무사통과하는 특별경험을 하게 된다. 

이 열차는 평성에서 멈추고 평양시 안전국에서 평성까지 나가서 이들을 버스에 실어 평양까지 데려오게 된다. 당대표를 인솔해서 데려오는 지방 보안원을 통제하기 위해서이다.   

당대표들은 평양시에 도착해서도 모든 일정을 중앙당 소속 대형 리무진 버스를 타고 소화한다. 중앙당에는 일명 ‘중앙당 100대 버스’라고 불리는 대형 리무진 버스가 100대가량 있다고 한다. 당대회, 4월15일 김일성 생일, 2월16일 김정일 생일, 10월10일 당 창건일 등 국가의 주요 행사 때마다 이 버스가 동원된다고 하니 당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시킬 특별 운송 수단인 셈이다. 
  
대개 행사 시작 전날 평양에 도착하게 되는 각 시·도 당대표들은 특별 열차를 타고 평양시내에 도착해 지정된 숙소에 짐을 푼 뒤 곧바로 고급 대형 리무진 버스에 나눠타고 우선 만경대 김일성 생가 방문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하게 된다. 

이번 당대회가 어디서 열릴지는 모르지만 평양시 모란봉구역에 있는 6000석 규모의 4.25문화회관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당대회에는 각 시·도 당대표가 2000명에 방청객 3000명, '박수부대’ 용으로 의무적으로 동원되는 1000명가량이 참석한다. 

당대표들은 당대회에 참석한 뒤 당일 저녁 김일성광장에서 펼쳐지는 축하 횃불잔치에 참석한 뒤 다음날 금수산태양궁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비로소 해산하게 된다. 북한 당국은 지방의 당대표들이 귀향길에 오를 때 푸짐한 선물꾸러미를 안기는 것은 물론이다. 선물꾸러미를 받아 든 사람이나 선물꾸러미를 보게 되는 지방 주민들에게 대단한 선전효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당대회는 김정일 시절에는 오랫동안 열리지 않았다. 김정일 스스로 “인민생활을 한단계 더 끌어올리지 못하면 당대회를 안 열겠다”고 말한 뒤 중단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김정은이 당대회를 열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정권을 공고화하기 위한 결행으로 보인다. 

이번 당대회에서 벌어지는 선거 행위를 통해 김정은새로운 지도부가 탄생할 전망이다. 당대회에서 북한 노동당 총비서, 당 비서,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위원, 후보위원의 후보들이 선출되기 때문이다. 

당대회에서 선출된 새 지도부는 주석단에서 김일성광장의 횃불행진을 지켜보는 영광도 누리게 된다. 당대회가 끝나면 6개월 이내에 최고인민회의가 열릴 것이다. 이때 앞서 당대회에서 선출된 인물 가운데 상임위원장과 내각총리, 당 비서 등 각 요직에 누가 어떻게 임명되는지 비로소 실체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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