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마지막해 50% 지지율, 박 대통령 총선 패배후 벤치마킹해야
[미디어펜=이서영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요즘 마이티 덕’(mighty duck)으로 불린다. ‘강한 오리라는 별칭을 얻었다. 뒤뚱뒤뚱거리는 오리를 지칭하는 레임덕 대통령이 아니다. 지지율 50%를 유지하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해에 이같은 인기를 유지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미 의회는 현재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201411월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공화당이 상하 양원 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도 오바마는 성공한 대통령으로 선전하고 있다

오바마의 인기는 차기 대선을 위해 뛰고 있는 민주당, 공화당 주자들보다 더 높다. AP통신이 오바마와 대선 주자들의 호감도를 조사한 것을 보면, 오바마가 53%로 가장 높다. 버니 샌더스(민주당) 48%, 힐러리 클린턴(민주당) 40%,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26%로 상대적으로 낮다. 현직 대통령이 차기 주자들보다 더 높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앨런 리크먼 아메리칸대 명예교수는 현 상황이라면 오바마 대통령은 레임덕 없이 임기를 마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NN과 타임지 등은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현직 대통령의 인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중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오바마가 강한 오리가 된 것은 요인은 무엇인가? 이는 총선 패배로 여소야대 정국에서 고비를 맞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중요한 벤치마킹이 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도 오바마의 소통프레임을 벤치마킹했으면 한다. 4.13총선 패배 이후 여소야대 국면에선 야당과의 다양한 소통이 절실하다. 야당 지도자들과의 오찬, 만찬, 각종 영수회담 등을 통해 경청하면서 이견을 좁혀가야 한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미국의 선거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여소야대 속에서도 자신만의 어젠더를 관철시키려는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첫째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했다. 빈발하는 총기사고를 막기 위한 총기규제 강화를 위한 행정명령이 대표적이다. 오바마는 총기사고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적절하게 정책에 활용했다. 총기규제 강화는 다수당을 장악한 상하원의 공화당 견제를 받지 않고 시행했다. 미국총기협회의 지지를 받는 공화당은 반발했다. 오바마는 여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총기 규제 강화를 밀어부쳤다.

역사학자 데이빗 피에트루자는 오바마가 레임덕대통령 임기 개념을 재정립(reshaping)하고 있다. 오바마가 법안 제정에 관해서는 하는 일이 없지만, 행정명령과 관련해서는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단계적으로 진행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둘째 오바마는 전략적 이슈를 효과적으로 선점했다. 자신의 개혁 프로그램을 정치쟁점으로 상정하는데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했다. 2단계로 자신의 어젠더를 대세로 만들어가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3단계로는 민주당과 공화당 등 여야 지지를 이끌어내기위해 소통에 최선을 다했다. 공화당과의 소통, 대화를 통해 선택과 집중전략을 전개했다.

국내 정책의 경우 멕시코 등 외국인의 불법이민자를 구제하는 정책과 총기 규제가 대표적인 선택과 집중이슈였다. 이들 이슈가 성공할 경우 오바마는 역사적 업적을 이룩할 것이다.

외교정책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이란과의 핵폐기 협상은 대박을 쳤다. 쿠바와의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외교관계를 재개했다. 일본 호주 캐나다 아세안 멕시코 등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체결했다. 이들 외교사안들은 공화당이 장악한 미의회의 견제를 피할 수 있는 사안이다.

오바마 건강보험 개혁은 공화당의 강한 반대에 부딪쳤다. 공화당은 오바마케어를 무력화시키고자 한다. 그는 거부권행사라는 강수로 맞서며 중산 서민층의 지지층을 규합하고 있다. 쿠바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공화당은 엠바고(금수조치) 해제를 반대했다. 오바마는 치밀했다. 행정 명령 수준에서 관련 규제를 풀었다. 쿠바와의 외교재개를 위한 정치적 공간을 최대한 확보했다.

셋째로 적극적인 대야 소통이다. 오바마는 골프광이다. 일년에 50여일 이상 휴가를 즐길 때마다 휴가지에서 골프로 스트레스를 푼다. 역대 대통령 중 골프광은 케네디, 아이젠하워 등이 꼽힌다. 아이젠하워는 아예 백악관 집무실에 퍼팅연습장을 차리고 연습을 했다. 클린턴도 골프를 즐겼다.

오바마의 골프 동반자는 참모들 외에 야당인사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과의 골프라운딩을 통해 정책이슈에 대해 최대한 설득노력을 기울인다. 전화통화도 강점이다. 오바마케어를 성사시키기 위해 공화당 전원과 통화했다. 최고의 소통 리더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지도자들과의 식사마케팅도 적극 벌였다. 점심과 저녁을 넘나드는 다양한 식사정치도 야당의 반대를 누그러뜨리는 데 기여했다. 뛰어난 업적을 남긴 레이건 대통령도 저녁마다 민주당 지도자들을 초청해서 포커 게임을 즐겼다고 한다.

오바마는 공화당 인사들과의 다양한 소통을 통해 경제개혁과 국가안보 문제에 대한 초당적 지지를 요청했다. 야당의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했다.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 지도자들과의 대화, 식사, 골프라운딩을 통해 자신의 정책에 대해 지지할 수 있는 명분을 줬다. 야당의 정치공세, 반대공세를 선제적으로 차단했다.

오바마가 야당과의 소통에 달인이 된 것은 뼈아픈 선거패배를 겪고 나서다. 2010년 집권 1기때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후 뭉둥이로 얻어 맞았다(shellacking)”고 했다. 그는 민심을 겸허하게 받들고 달라진 정치지형에 신속하게 대응했다. 야당과의 대화에 적극 나섰다. 개혁정책을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공화당의 협력방안을 발표했다. 세제개혁 등 주요 현안에 주요 국정현안에 대해 공화당의 입장을 반영했다. 공화당이 협력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한 것.

넷째로 대국민 메시지를 수시로 보냈다. 가장 돋보이는 게 매주 일요일 주례연설. 주말마다 대국민 연설을 통해 국정과제들을 설명하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대공황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이 노변정담을 하면서 국민들과 소통한 것을 연상시킨다. 쿠바외교 재개, TPP, 총기규제 강화 등 국내외 이슈 때마다 수시로 기자회견을 했다. 워낙 언변이 뛰어난 오바마는 이를 통해 국론을 집결시켰다. 유투브와 페이스북 등 SNS도 최대한 활용했다. 국민들을 향한 직접 브리핑을 한 것. 위기 때마다 국민과의 감정적 거리를 좁혔다. 공감대를 확대했다.

   
▲ 박근혜 대통령도 오바마의 소통프레임을 벤치마킹했으면 한다.사진은 2014년 4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오바마의 소통은 진정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의례적인 기자회견은 지양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통해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정치 외교 안보, 경제, 대통령의 주변 이야기 등 주제에 제한이 없었다. 모든 토론 장면은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최대한 국민에게 다가갔다.

국민과의 접점 확대, 스킨십 강화는 대형이슈가 발생할 때 효과를 발휘했다. 20156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흑인교회 총기난사 희생자 영결식장. 그는 이날 총기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샌터바버라 대학생들과 콜럼바인 고등학생들, 코네티컷 주 뉴타운 초등학생 이름을 열거하다가 감정이 북받치는 듯 몇초간 말을 중단했다. 양쪽 눈에선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그는 나는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숨진 초등학교 1학년생 20명을 생각하면 미칠 지경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총기 로비에 맞서야 한다면서 우리는 주지사와 의원, 기업인들이 우리 공동체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오바마의 찰스턴 흑인교회 희생자 영결식장 추모연설은 미국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는 계기가 됐다.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오바마의 높은 인기는 소통에 있다. 야당인사들과의 대화, 언론과의 소통, 국민과의 직접 대화 등...소통의 달인에게 야당과 국민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도 오바마의 소통프레임을 벤치마킹했으면 한다. 4.13총선 패배 이후 여소야대 국면에선 야당과의 다양한 소통이 절실하다. 경제활성화와 노동개혁 등에서 발목만 잡는 더민주당과 국민의 당에 대해 여전히 국민들에게 심판해 달라고 하는 것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야당 지도자들과의 오찬, 만찬, 각종 영수회담 등을 통해 경청하면서 이견을 좁혀가야 한다.

박 대통령이 진정성을 갖고 더민주 김종인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에게 경제개혁정책에 협조를 구하면 된다. 야당지도자들이 반대만 할 경우 국민들이 야당을 냉혹하게 심판할 것이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라갈 것이다. 언론도 박 대통령을 응원할 것이다.

언론들과의 소통도 자주 했으면 한다. 좌파매체는 물론 조중동마저 박 대통령에 대해 불통 오만을 지적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연설과 대화 솜씨는 최고수준이다. 유머를 섞어가면서 진행하는 대화는 최고의 달인수준이다. 취임초기 편집국장들과의 오찬을 주재했을 때 사회까지 맡으면서 멀티태스킹을 했다. 국장들은 박 대통령의 소탈하고, 진정성 있고, 경청하는 태도에 대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 썰렁개그를 활용하는 것도 분위기를 돋군다.

모 언론사 편집국장은 당시 오찬 후 박 대통령이 소통의 달인이라고 했다. 불통이 아니라고 했다. 얼음공주라는 별명과는 달리 우스개소리를 자주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성실함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장들이 질문한 것을 빠짐없이 메모해서 답변을 했기 때문이다. 진지함도 대통령의 강점으로 지적됐다. “대통령이 저렇게까지 상세하게 설명해도 좋은 걸까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또박또박 답변을 했다고 했다. 겸손한 대통령의 미덕도 꼽혔다. 나이로 보나 지위로 보나 박 대통령이 가장 웃어른이었지만 모두에게 점잖고 공손하게 대했다는 것. 토론 후에 대통령이 대화 내용이 적힌 메모용지를 잘 접어 주머니에 넣는 모습도 보였다고 했다. 이 국장은 이것이 원래 박 대통령의 모습인데 그동안 불통 이미지가 잘못 씌워졌던 건지, 아니면 박 대통령이 좀 바뀐 건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관료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도 속담과 사례들을 적정하게 인용하면서 잘 이끌어간다. 여느 수석이나 전문가들의 지루한 설명이나 강의와는 달리 박 대통령의 특강은 생동감이 있고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그와 대화하거나 식사를 한 인사들은 대부분 팬들이 된다. 호감도가 급상승한다.

최고의 소통 능력을 가진 박 대통령이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서 국민은 물론 언론과의 접점을 넓혀가면 국정개혁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다. 야당과의 대화에도 적극 나서면 국민들은 그의 진정성을 이해할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지지하고 성원해줄 것이다. 집나간 토끼들이 돌아오고, 중간의 산토끼들도 다시금 애정을 보일 것이다.

박 대통령처럼 공인의식이 투철한 지도자는 없다. 대한민국을 선진부국으로 올려놓고자 하는 그의 진심은 누구나 알아준다. 주말도 쉬지 않고, 밤잠을 설쳐가면서 국정을 고민한다.

박 대통령의 핵심공약인 경제개혁 25개 과제가 성과를 내기 위해선 새로운 정국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적극적인 대야 소통과 대언론 대화, 대국민 메시지 등을 구사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정책이 반이면, 홍보가 반이라고 강조했다. 참모들도 대언론, 대국민 소통에 적극 나서야 한다. 박 대통령이 최고의 홍보맨이다. 최고지도자가 진정성 있게 소통에 나선다면 25개 개혁과제는 상당수 성과를 낼 것이다. 언론도 그의 진정성과 노력, 헌신을 평가해 줄 것이다.

[미디어펜=이서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