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광고 없어질 것, 수신료인상과 광고축소 함께 제시를

   
▲ 황근 선문대 교수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지금 추진하고 있는 KBS수신료 인상이 이루어지면, 2019년에는 KBS 광고를 완전히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름 그럴 듯해 보인다. 광고를 없앤다니 이제 KBS가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수신료 인상을 위해 립 서비스하는 정도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우선 KBS 광고를 없애려면 수신료 인상과 동시에 줄여가는 것이 순서다. 이를 5년 뒤 없앨 수 있을 것이라는 것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5년 뒤인 2019년이 되면 KBS가 광고를 줄이겠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솔직히 지상파방송 광고가 지금처럼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아니 더 심하게 표현하면, 2019년쯤 되면 지상파방송이라는 방송매체가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굳이 방송통신위원회나 KBS가 광고를 줄이겠다고 하지 않더라도 지상파방송 광고는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상파방송 광고매출액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해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00년대 초반 한때 2조5000억원에 달했던 지상파방송 광고매출액은 매년 줄어들어 2012년부터는 급기야 2조원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아직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경제악화 등으로 지난해에는 1조8000억원대로 더 떨어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문제는 지상파방송과 달리 광고시장 전체 규모는 줄어들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광고시장은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매년 2000억원 정도 증가하고 있다. <표>를 보면 신문과 지상파방송 같은 전통적 매체들의 광고매출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같은 유료 방송매체들의 광고매출은 늘어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최근 광고시장 확대를 주도하고 있는 매체는 모바일과 인터넷이다. 특히 모바일 광고시장은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2년에 250% 성장하였고, 2013년에도 90% 이상 신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1~2년내에 1조원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미 광고시장의 강자로 올라선 인터넷 광고시장도 2조원대를 넘어 지상파방송을 추월해 급성장하고 있다.

 

             방송시장의 매출 구조 변화

   
 


이처럼 신문, 방송매체에서 인터넷, 모바일 매체로 광고가 이동하는 이유는 이용자(혹은 수용자)들의 매체접근방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전국민 1인 모바일시대에 들어섰고, 더욱이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전통적인 방송매체들이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전체 시청자의 20~30% 정도는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다. 젊은 층들은 대부분 이미 텔레비전 모니터로부터 이탈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모바일이나 인터넷은 ‘값싼 광고매체’라는 장점 뿐만 아니라 ‘가격대비 광고효과’도 높은 매체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네이버의 배너광고 가격이 이런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는 향후 방송광고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예측 가능하게 한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이 중간광고나 광고총량제 같이 광고확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설사 이같은 광고방식들이 허용된다 하더라도 광고매출이 대폭 늘어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그러므로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지상파방송 광고규모는 어림잡아 짐작해도 5년뒤인 2019년에는 1조5000억원 미만 아니 1조원 수준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그렇게 되면 현재 6000억원대 수준인 KBS 광고매출도 4000억이하가 될 것이다. 결국 그때쯤 되면 광고를 줄이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KBS 광고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같은 경쟁매체 등장보다 더 심각한 위협요인은 한국 방송광고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호황을 누려왔던 지상파 방송광고시장이 추락하기 시작한 것은 주요 광고주들의 기업환경 및 경영전략이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IMF 구제금융이후 한국경제는 업종별로 소수 대기업으로 재편되면서 거의 독과점화 되었다. 주요 광고주였던 자동차, 화장품, 전자제품 등이 국내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나마 핸드폰, 이동통신, 신용카드 등 몇 개 업종만이 메이저 광고주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대부업광고, 상조광고, 노인대상보험광고 등이 극성을 떠는 것도 이 분야는 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인 것이다.


자동차, 전자 같은 대형 기업들은 국내시장보다는 중국, 미국, EU 같은 글로벌시장을 주 타겟으로 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나 현대차 기아차가 천문학적인 돈을 글로벌광고에 쏟아 붓는 것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EPL)를 비롯한 축구 빅리그, 올림픽, 월드컵 경기에서 국내 기업들의 광고판이 빠지지 않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국내 방송광고 총량보다 이들 기업들의 국제광고액수가 훨씬 더 큰 것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방송광고물량을 더욱 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들 입장에서 방송광고, 특히 지상파 방송광고는 광고효과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방송을 통해 다른 이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광고를 통해 방송사들이 유리한 보도를 많이 해주고, 반대로 불리한 보도를 막기 위한 이른바 ‘보험성 광고’ 성향이 짙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간접광고나 후원광고 등이 커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요즘처럼 경제상황이 나빠지고 기업환경이 어려워지면, 필수 기업활동이 아닌 ‘보험성 광고비’를 최우선으로 줄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런 ‘보험성 광고’도 이제 소위 약발(?)이 다 되어 간다는 것이다. 이미 방송뉴스보다 인터넷 뉴스와 SNS가 더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또 방송영역에서도 보도를 다루는 매체들이 많아졌다. 2011년 출범한 4개 종합편성채널과 기존 YTN에다 채널 Y까지 추가되어, 그 동안 지상파방송사들이 누려왔던 뉴스 독과점 특혜가 크게 위축된 것이다.

이미 뉴스를 위주로 하는 종편채널들의 낮시간 시청률은 지상파방송보다 앞서고 있고, 일부 시사뉴스프로그램들은 저녁시간대에서도 지상파방송을 위협하고 있다. 더구나 종합편성 채널들이 매출증대를 위해 기업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광고마케팅을 하게 되면, 그나마 ‘보험성 광고’들도 지상파방송이 아닌 종편채널들로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
 

2019년에 KBS가 광고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는 방송통신위원장의 말은 솔직히 국민들로부터 별로 호응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의 저항이 심한 수신료 인상 명분을 찾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솔직히 하루가 1년처럼 변하고 있는 요즈음 5년 뒤에 광고를 줄이겠다는 것 자체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진정 공영방송 KBS 광고를 줄일 생각이 있다면, 수신료 인상과 동시에 구체적인 광고축소방안들이 제시되어야만 한다. KBS가 밝힌 대로, 수신료를 1,500원 인상하고 광고비를 전체 예산의 35% 수준으로 제한한다고 해도, 실제 수신료 증대에 따른 전체 예산 증가로 광고량은 지금보다 크게 줄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 광고매출이라는 것이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실제 그 비율이 초과한다고 할 때 어떻게 할 것인지도 쉽지 않다.
 

도리어 한편에서는 중간광고도 허용하고 광고총량제도 허용해 달라고 하면서, 2019년에 광고를 없애겠다는 말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진정 수신료를 주재원으로 하는 공영방송 KBS가 되기 위해서는 수신료인상과 함께 구체적인 단계별 광고 축소방안들이 동시에 제시되어야 만 한다. 그래야 ‘KBS와 KBS 종사자들만을 위한 수신료 인상’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공영방송 KBS의 재원정상화를 위한 수신료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2019년에도 지상파방송이라는 개념이 존재할 수 있을지, 또 공영방송이라는 것이 지금처럼 정치·사회적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쩌면 2019년에는 존재하지도 않을, 적어도 존재의 이유조차 희미한 하나의 방송사업자를 놓고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황근 선문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