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따른 차별 지원 주효, 기업생태계 불균형 허용해야

좌승희회장의 선진부국 4만불로 가는 길- 차별화경제 강의(5)

   
▲ 좌승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미디어펜 회장
정치리더십과 경제발전
미국의 경제가 우리 경제와 다른 것은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과 우리가 서로 다른 경기규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경제주체들의 행동도 다르고 그 경제성과도 다른 것이다. 경기규칙의 핵심은 실정법이다. 실정법의 원천은 그 사회의 문화다.

문화에는 이념, 가치관, 관행, 국민정서 등이 포함된다.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화, 특히 이념이 법의 내용을 결정하는 핵심 원리가 되는 것이다. 국회에서 법을 만들 때 경제원리도 중요하지만, 국회의원들 나아가 그들을 선출하는 시민들의 이념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법의 내용이 달라진다. 이념이 우리의 행동을 규율하는 법질서, 즉 경기규칙을 결정하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를 보는 이념이 바로 헌법 등 하위법령의 방향을 결정한다. 즉 국민들과 정치인들의 생각, 이념이 경제의 성패를 결정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국민들의 이념을 보다 건전한 방향으로 바꾸어 내는 것은 바로 지도자의 역할이었다.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에서 지도자의 출현은 국민들의 이념에 따라 결정되지만 동시에 지도자는 이런 국민들의 이념과 생각, 가치관을 바꾸어내는 역할도 한다.

흥하는 이웃이 있어야 나도 흥할 수 있다는 이념이 보다 발전 친화적이라는 사실은 20세기 인류의 경제발전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이런 이념을 갖고 “스스로 도와 흥하는 국민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 경제제도를 만들어내는 지도자와 정치권은국민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경제의 역동성을 창출하는데 기여한다.

   
▲ 빈곤한 농촌을 자조 자립 마을로 탈바꿈시킨 새마을운동의 성공은 박정희 대통령의 철저한 동기유발과 성과있는 곳을 우대해준다는 경제적 차별화원리가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새마을운동 관계자들이 경기 성남에 있는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에서 박 전대통령 흉상 제막식을 갖고 있다.

역으로 “흥하는 이웃이 있으면 내가 망한다”는 이념에 영합하여 “흥하는 국민을 폄하하는” 제도를 만들어내는 지도자와 정치권은 경제를 정체의 나락으로 이끌게 된다.

한국의 산업정책과 새마을 운동 성공원리
대한민국 경제의 성공 역사에서 한강변의 기적을 이룬 비결은 한 마디로 표현하면 ‘흥하는 이웃이 있어야 내가 흥한다’는 원리의 실천 과정이었다. 흥하는 이웃의 성장을 장려함으로써 모든 국민들을 성공의 대열에 나서게 유도함으로써 모두의 발전을 가능케 하였다. 정부는 항상 열심히 자조, 노력하여 성공하는 경제주체들을 더 우대함으로써 다른 모든 경제주체들을 동기부여를 통해 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도록 유도하였다.

박정희 대통령의 통치철학은 한마디로 “신상필벌”이었다. 열심히 하면 뒷받침해준다는 것이다. 이를 “경제적 차별화”라 할 수 있는데 성과가 다르면 다르게 취급한다는 의미이다.
사실은 시장이 그러한 차별화를 하는 장치이다. 시장은 항상 성과가 좋은 주체만을 인정하고 지원한다. 동기부여를 통해 모든 경제주체들을 보다 열심히 노력하도록 한다. 우리 모두는 경쟁력 있는 기업이 공급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선호한다.

은행도 투자자도 경쟁력 있는 기업을 선택하여 이에 더 많은 지원을 한다. 근로자도 경쟁력있는 기업을 선호한다. 그래서 시장을 구성하는 우리 모든 경제주체들은 강한기업을 선택하여 더 지원한다. 그 기업에 더 많은 자원을 집적시키는 일, 즉 차별화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시장은 그래서 경제력 집중과 경제적 불평등을 조장하는 일을 한다.

정부가 경제를 운영함에 있어서도 시장의 결과를 신뢰하고 시장의 성과를 기초로 하여 차별화를 해야 한다. 예컨대 수출과 산업육성정책이 성공하려면 시장에서 그 역량을 검증받은 기업들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경제제도를 만들고 정책을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발전의 자연스러운 과정인 성과 높은 강한 기업의 대기업으로의 성장과 그에 따른 소위 기업생태계의 불균형과 경제력집중을 허용해야 한다.

또 지속적인 평가와 재평가를 통해 성과에 따른 차등지원과 탈락의 시장경쟁원리를 적용함으로써 육성정책에 따른 도덕적 해이, 지대추구, 독점화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가 정치적 혹은 이념적 고려에 의해 시장정보(시장성과)를 무시하고 승자를 사전적으로 선택함으로써 ‘성과에 따른 차별적 지원’이라는 경제적 차별화원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개발연대 우리나라 수출 및 산업육성정책의 성공은 바로 이런 원리의 실천 결과였다. 수출산업 육성정책이 그러했고, 중소기업 육성정책이 그러했고, 중화학 공업육성정책이 그러했다. 남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기업이 더 대접을 받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 운동도 경제적 차별화정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새마을 운동관련 인용의 원출처는 졸저, <신국부론>(2006) 참조 바람.)

“빈곤을 자기의 운명이라 한탄하면서 정부가 뒤를 밀어주지 않아 빈곤 속에 있다고 자기의 빈곤이 타인의 책임인 것처럼 불평을 늘어놓는 농민은 몇 백 년이 걸려도 일어 설 수 없다. 의욕 없는 사람을 지원하는 것은 돈을 낭비하는 것이다. 게으른 사람은 나라도 도울 수 없다.”

이것은 새마을 운동을 시작하면서 그리고 새마을 운동 기간 중 계속해서 박정희 대통령을 통해 전달된 대 농민 메시지였다. 새마을 운동의 첫해인 1970년에 정부는 전국의 3만4000여개의 마을에 200내지 300포대씩의 시멘트와 약간씩의 현금을 마을 규모에 따라 적절히 지원했다. 그 다음해에 그 성과를 평가한 결과 1만6000개의 마을은 100%의 성과를 달성했지만, 나머지 과반수가 넘는 1만8000개의 마을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

당시 정부의 공개 및 비공개 암행 감사에 의하면 많은 마을들이 시멘트 포대를 야적해 놓고 비가 와도 덮지 않은 채로 방기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 결과를 놓고 제2차년도 새마을운동사업 지원방식에 대해 논란이 많았지만 박 대통령은 공화당과 장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당시 인기 없었던 장기독재정권의 명운을 걸면서까지 과반수가 넘는 성과가 좋지 않은 1만8000개의 마을에는 전혀 지원하지 않았다. 과반수가 안 되는 성과가 좋았던 1만6000개 마을에만 시멘트의 양을 100~200포대 정도씩 늘렸다. 동시에 현금지원도 증액해줬다.

   
▲ 영남대학교과 새마을운동중앙회가 새마을운동의 학문적 발전과 글로벌 새마을인재 양성을위한 업무협약식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왼쪽부터 최외출 영남대 대외협력 부총장, 이재창 중앙본부회장, 이효수 영남대 총장.

그리고 2차 년도를 시작하면서 정부에서는 앞으로 어떤 마을이든 자력으로 새마을운동에 참여해서 성과를 내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시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자 지원을 받지 못한 1만8000개 마을 중에서 6000개 마을이 자력으로 참여해서 100% 이상의 성과를 내었다. 그 다음에는 이 6000개의 마을에 대해서도 지원했다. 이렇게 해서 박대통령은 전국 마을을 참여도가 가장 낮은 기초마을, 이보다 좀 더 열심인 자조마을 그리고 가장 성과가 높은 자립마을로 구분하고 물자지원을 기초마을은 제외하고 자조마을과 자립마을에만 배분하게 했다.

오늘날의 상식으로는 새마을 운동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잘 못하는 기초마을을 우선 지원‧육성하는 것이 옳은 정책일 것이다. 차별화 원리에 기초한 새마을 운동의 필요성에 대한 박정희 대통령의 육성지시 내용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작년에 전국 3만2000여개 부락에 대하여 많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농어민의 분발심(奮發心)을 일깨우기 위하여 지원을 해 본 결과 좋은 성과를 거둔 부락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부락도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살려 앞으로는 일률적인 지원 방식을 지양하고 우선 금년은 그 대상을 절반으로 줄여 1만6000여 부락에 대하여서만 지원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금년에는 작년에 성적이 나쁜 부락은 전부 낙제, 유급을 시키고 성적이 좋은 부락만 올려 이번 2차 년도에 계속 지원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금년 1만6000여 부락 중에서 잘하는 부락을 다시 가을쯤에 심사해서 우수한 부락에 대해서는 내년에 3학년생으로 진급을 시켜야겠습니다.

그리고 낙제한 부락 중에서 작년에는 성적이 나빴지만 그 동안에 분발을 해서 단결이 잘 되고 한번 해보자는 의욕이 왕성한 부락은 다시 선정을 해서 내년에는 2학년생으로 진급을 시켜 금년에 지원한 정도로 지원해 준다. 거기서 또 설적이 나쁘면 낙제를 시키고 좋은 부락은 3학년생으로 진급을 시킨다., 작년에 진급한 3학년생을 다시 심사하여 4학년생으로 진급시켜 대폭적으로 지원을 한다 하는 것이 새마을 운동에 대한 정부지원의 기본방침입니다.

왜 그렇게 해야 되느냐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농어촌을 일률적으로 지원해 본 결과 기대한 만큼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부지런하고 잘하는 부락은 우선적으로 도와주자, 이웃하여 있는 부락이라도 한 부락은 상당한 수준으로 소득이 증대되고 부락환경이 개선되어 살기 좋은 마을이 되는가 하면, 다른 부락은 아주 뒤떨어진 마을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일은 하지 않고 노름이나 하고 술이나 마시고 게으른 그러한 퇴폐적(頹廢的)인 농어촌을, 부지런히 일해서 잘 살아 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그런 농어촌과 꼭 같이 지원해 준다는 것은 오히려 공평한 처사라 할 수 없습니다. 계속 성장한 부락은 조금만 더 지원해 주면 그 다음에는 정부에서 손을 떼어도 될 것입니다. 물론 뒤떨어진 부락들은 불평을 할 것입니다. 잘한 부락 사람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고 게을러서 뒤떨어진 부락의 불평소리는 크게 들릴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불평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없습니다.”

이렇게 새마을 운동의 성공은 정부의 ‘동기부여’ 전략의 성공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스스로 돕는 마을만 지원 한다”는 정부의 차별적 지원 정책이 동기부여를 통해 새마을 운동을 열화와 같이 전국적으로 퍼뜨리고 농촌사회에도 소위 “하면 된다”는 발전의 정신을 일으키는 데 기여한 것이다. 만일 두 번째 해에도 평등하게 똑같이 나누어 분배하는 식으로 지원했다면 새마을 운동은 성공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새마을 운동의 성과는 새마을 운동 시작 후 5년만인 1974년도에 농촌과 도시의 가구당 소득 수준이 같아졌다는 사실로부터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960~70년대 한국경제의 도약은 바로 이상과 같은 경제적 차별화원리의 실천결과였다. 그러나 1980년대 중후반이후 이러한 정책기조는 정반대로 경제적 성과를 무시하는 평등주의 정책으로 바뀌었다. 이것이 바로 지난 30여년의 경제성장잠재력의 하락원인이라 할 수 있다. /좌승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미디어펜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