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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벼랑 끝 전술, 방어막은 대북제재 뿐이다
이상주의적 포용론은 어불성설…국론통일·외교공조 압박 높여야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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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6-04-28 11: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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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이후 국제적으로 유례없이 강력한 대북제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대북제재에 대해 일각에선 북한과의 대화와 포용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8일 전문가를 초청해 대북제재에 대한 평가와 향후 대북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태우 바른사회 공동대표(건양대 교수)는 “핵 해결을 위해 대북제재보다 무조건적 대북 포용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지극히 이상주의적 낙관론에 근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우 교수는 “대북 포용론은 안보위기에 처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라며 “북한이 비핵화를 안중에 두지 않는 상태에서의 ‘가짜 대화’는 국제공조를 희석시키고 북한에게 시간만 벌어주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외교 회담 뒤로 핵실험을 벌이고 핵미사일 장치를 만드는 북한의 핵사용 전략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미증유의 위험에 처해있다”며 “시시각각 엄중해져 가는 북핵 사태에 관하여 북핵 고도화를 중단시키는 것보다 더 시급한 안보국익은 없다”고 강조했다.


   
▲ 김태우 바른사회 공동대표, 건양대 교수
대북제재와 대북정책 방향
                                                                   
1. 머리말  

2016년 1월 6일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2월 7일 ‘제6차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로 국제사회는 분노했고, 한국은 미증유의 안보위기에 직면했다. 그 이후부터 한미 연합훈련 키리졸브(Key Resolve-Foal Eagle)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김정은 정권이 보여준 저항적‧도발적 언행도 이성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었다.

‘제4차 핵실험’에 대한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대응도 과거에 비해 크게 달랐다. 북핵 문제의 엄중성을 인지한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의 전면 중단을 포함한 전례 없이 강력한 대응조치를 취하면서, 국제사회를 향해서는 ‘북한 돈줄 죄기’ 동참을 호소하는 외교 노력을 경주했다. 3월 2일 유엔 안보리는 결의 2270호를 채택했다. 북한의 ‘제4차 핵실험’ 후, 57일 만에 특정국에 대해 비군사적 조치로는 ‘사상 최강’의 제재 조치를 발동한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안보에 대한 깊은 우려가 표출되는 가운데, 북한의 핵실험에 사용된 핵탄의 종류, 개성공단 폐쇄의 당위성, 중국의 향후 역할, 미국 핵우산의 신뢰성,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가능성, 사드(THAAD) 배치 여부 등과 관련한 궁금증과 오해가 확산되었다. 이 과정에서 “핵 해결을 위해서는 대북제재보다는 무조건적 대북 포용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진보’의 주장도 제기되었다. 이들은 “보수 정부의 압박정책과 대화의 부재가 북핵 문제를 이 지경에 이르도록 한 주범”이라는 논지 하에 “대북제재로는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하므로 곧바로 6자회담을 재개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핵 위협의 엄중성이 한계를 넘어서고 있음에도, 평양정권이 핵 포기는커녕 오히려 추가 핵실험을 준비하고 제7차 당 대회를 통해 핵 강국의 위상을 대내외에 선포하려는 시기에 이상주의적 낙관론에 근거한 주장은 미증유의 안보위기에 처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 원칙적으로 대화는 바람직한 것이지만, 대화도 대화 나름이고 시기가 중요하다. 문제는 북한이 비핵화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 상태에서의 ’가짜 대화‘는 국제공조를 희석시키고, 북한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때문에 무익(無益)한데 그치지 않고 유해(有害)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강력하고 일관된 대북제재는 비핵화를 목적으로 하는 ‘진짜 대화’를 열기 위한 필수과정인 것이다.

   
▲ 대북 포용론은 안보위기에 처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안중에 두지 않는 상태에서의 '가짜 대화'는 국제공조를 희석시키고 북한에게 시간만 벌어주는 행태다./자료사진=연합뉴스


2. 제4차 핵실험의 안보적 함의

북한은 ‘제4차 핵실험’ 직후, ‘수소탄 시험의 완전 성공’을 선언했지만, ‘제3차 핵실험’ 때와 비슷한 규모의 인공지진 규모와 추정 폭발력 그리고 풍계리 핵실험장의 지리‧지형적 한계를 감안할 때, 수폭 실험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내외 전문가들의 중론이었고 한미 정부의 공식 입장도 그러했다. 하지만 이것이 북핵 문제의 엄중성을 경감시키는 요인이 될 수는 없다.

제 1세대 핵탄인 원자폭탄은 플루토늄 또는 고농축된 우라늄이 원료이며, 이들의 핵분열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한 분열탄(fission bomb)이다. 2세대 수폭은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융합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한 융합탄(fusion bomb)이며, 수십 배에서 수백 배까지 폭발력이 높아진다. 증폭분열탄(boosted fission bomb)은 원폭의 내부에 소량의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배치하여 폭발력을 2~5배 높인 것인데, 융합에너지가 폭발력으로 보태지는 것이 아니라 융합에서 발생되는 중성자가 분열반응을 돕는 것이어서 엄밀하게 말해 수폭은 아니지만, 수폭의 원리가 일부 활용된 것이기 때문에 수폭으로 가는 길목에 해당하는 1.5세대 핵폭탄이다.

모든 정황을 종합할 때, 북한이 제4차 핵실험에 사용한 핵탄이 3-4kt 급의 소형 원폭에 증폭 분열탄 기술이 접목된 것이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이는 곧 북한이 조만간 수폭을 보유하게 됨을 의미하며, 수폭 실험의 부재가 수폭 부재를 단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이미 수폭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의 안보는 더욱 깊은 ‘취약성의 늪’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백두혈통 독재체제의 확립’은 집권 후 4년이 경과한 김정은 정권의 지고(至高)의 목표이다. 이를 위해 평양 정권은 당군(黨軍) 권력 엘리트 재편과 핵 군사력의 고도화에 집중해왔다. 권력 엘리트의 재편을 위해서는 전통적 선당(先黨)정치의 복원, 최고위 당군 인사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처형과 군 장성들의 계급을 강등‧복원시키는 견장(肩章)정치를 반복해왔다. 핵 군사력 건설은 평양정권이 3대에 걸쳐 추진해온 유훈사업으로서 김일성 주석이 창시자 겸 설계자였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집행자로서 역할을 했다.

김정은 제 1비서는 핵 군사력 건설을 지속하는 집행자 겸 건설된 핵 군사력을 운용하는 운용자로서 정권 출범부터 개정헌법에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명시하고 “핵 보검을 틀어쥐고 가겠다”라는 결의를 밝혔다.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의 소형화•경량화•다종화를 위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지속해왔는데, 현재의 핵개발 추세와 의지가 현재대로 지속된다면 북한은 10년 이내에 50개 이상의 1, 2세대 핵무기를 보유하고 다량의 이동 발사대,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대륙 간 탄도탄(ICBM) 등을 운용하는 중견 핵 보유국으로 등장할 것이다. 

현재까지 김정은 정권의 핵동기(核動機)가 약화되었다는 정황은 없다. 김정은 정권은 핵 군사력이 대내적으로 일인 독재의 정통성과 권위를 뒷받침하는 선전적•정치적 수단으로서 후광효과(halo effect)를 발휘하는 것으로 믿으며,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체제 간섭을 불식시키고 대등한 협상 위상을 가지게 해주는 수세적‧외교적 수단으로서 동등화 효과(equalizing effect)를 발휘하는 것으로 기대한다.

남한에 대해서는 경제적 열세와 재래 군사력의 질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를 주도하게 해주는 공세적•군사적•심리적 수단으로서 핵 그림자 효과(nuclear shadow effect)를 발휘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한미 동맹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여론을 움직여서 동맹을 이완시키고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증원을 차단하는 효과(decoupling effect)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 외교 회담 뒤로 핵실험을 벌이고 핵미사일 장치를 만드는 북한의 핵사용 전략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미증유의 위험에 처해있다./자료사진=연합뉴스


북한이 미국을 사정권에 두는 대륙 간 탄도탄과 괌과 오키나와를 공격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지속하는 것은 핵무기가 가지는 동등화 효과나 동맹 이완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다. 핵무기의 이러한 효용성에 대한 믿음은 김정은 정권으로 하여금 핵 군사력 건설에 집착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인(動因)이 되고 있다. 북한이 안보리 결의 2270호가 채택된 다음 날인 3월 3일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와 사정거리를 가진 투발수단들을 시험 발사한 것은 평양정권이 핵무기의 실전배치를 서두르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미 일정 수준의 핵 군사력을 보유한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이를 운용하기 위한 핵 전략과 핵 도발 시나리오들을 수립‧발전시키고 있을 것이며, 이에 비례하여 한국의 취약성은 가중될 것이다. 추정할 수 있는 북한의 핵 전략은 핵을 사용하지 않는 전략과 실제로 핵을 사용하는 전략으로 대별된다. 핵을 사용하지 않는 전략으로는 불확실 전략(strategy of ambiguity)과 핵공갈 전략(nuclear blackmail)이 있을 수 있다.

핵공갈 전략이란, 핵 보유를 공개한 상태에서 핵 무기를 심리적 압박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구두나 선언 또는 고의적 정보 유출 등을 통해 정치‧외교적 목적을 달성하는 전략을 말한다. 북한이 빈번하게 ‘청와대 타격’, ‘서울 잿더미’ 등을 협박해왔고, 핵 보유를 배경삼아 남북관계의 주도를 꾀하면서 2010년 천안함-연평도 도발 등 대담한 국지도발을 범해왔다는 점에서, 이미 대남 핵공갈 전략을 본격적으로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예상할 수 있는 북한의 핵사용 전략으로는 과시적 핵사용(demonstrative nuclear use) 전략, 전술적 핵사용(tactical nuclear use) 전략, 전략적 핵사용(strategic nuclear use) 전략 등을 들 수 있다. 전시적 핵사용이란 핵폭발 위력을 보여줌으로써 임박한 상대의 공격을 억제하거나 조기종전을 압박하되 살상파괴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핵무기 사용을 말한다.

전술적 핵사용이란 교전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승리를 위해 상대국의 군사목표들을 타격하는 핵사용 전략(counter-force strategy)을 의미한다. 전략적 핵사용이란 상대국의 대도시 또는 국가기능에 대한 핵사용 전략(counter-city strategy, counter-value strategy)으로서 대량파괴와 대량살상을 통해 상대국의 국가기능과 전쟁능력 자체를 소멸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경우 핵무기는 한국의 대도시, 산업기반, 배후시설 등을 겨냥하게 되는데, 북한은 스스로 체제생존의 갈림길에 섰다고 판단하는 경우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다.

핵 군사력을 지원‧운영하는 조직 체계도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전략군을 편성하고 육해군과 항공 및 반항공군(공군)과 같은 반열의 지위를 부여했으며, 당 중앙 군사위가 핵 정책 결정을 총괄하도록 했다. 국방위원회 산하 제2경제위원회는 핵개발에 필요한 자금과 물자를 조달하며 핵개발에 필요한 연구는 내각의 원자력공업부 및 산하 연구기관들이 담당하도록 했다. 이렇듯 북핵 사태가 시시각각 엄중성을 더해가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를 향해 강력하고 일관된 대북제재를 호소하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다.


3. 북한 제재를 위한 외교공조의 필요성
 
안보리가 유엔 헌장 제7장 41조에 의거하여 채택한 결의 2270호는 전문 12개항, 본문 52개항, 부속서 5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 결의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수출입, 대외교역, 금융 및 재정 등 광범위한 분야에 제재를 가하는 내용이다. 대량 살상무기 수출통제와 관련해서는 캐치올(Catch-all) 방식을 크게 강화하여 핵 실험 및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 행위를 금지한 종전의 결의에 더하여 이들과 관련한 모든 기술 협력을 금지했으며, 핵무기‧탄도미사일‧화생무기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물품의 목록도 확대했다.

대외교역과 관련해서도 무기거래 금지, 광물수출 금지, 해상 및 항공운송 통제 등 캐치올 방식을 강화했다. 광물 수출을 금지함에 따라 북한은 주요 외화 수입원인 석탄, 철, 철광석, 금, 바나듐, 티타늄, 희토류 등을 마음대로 수출할 수 없게 되었다. 항공유와 사치품도 금수대상에 포함했다. 지금까지 허용되었던 소형무기 수출입도 금지했고, 금수대상 사치품도 종전 5가지에서 12가지로 확대되었다. 

2270호는 해상운송 및 항공운송을 통제하기 위해 북한을 입출입하는 모든 화물에 대한 전수 조사를 의무화하고 불법 품목 적재가 의심되는 항공기의 이착륙 및 영공 통과도 금지했으며, 북한의 원양해운관리회사 소속 선박 31척을 제재대상으로 특정했다. 금융 및 재정에 대한 제재는 북한 은행의 해외 사무소 폐지, 신설 금지, 송금활동 금지 등인데, 중국이 결의를 제대로 준수한다면 자국 내의 수십 개의 북한 은행 사무소들을 폐쇄해야 하고, 북한이 해외지사나 사무소를 통해 본국으로 달러나 위안화를 송금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제재 대상 기관과 개인도 확대되었다. 지금까지의 안보리 결의들은 20개 단체와 12명 개인을 제재하고 있었지만, 이번 결의는 단체 12개와 개인 16명이 추가되어 총 32개 단체와 28명 개인을 제재대상으로 지정했으며, 12개월 단위로 제재대상 단체 및 개인을 갱신하기로 했다. 

유엔 제재를 보완하는 회원국의 독자제재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2월 18일 대북제재법(H.R.757)을 제정하고 3월 16일에는 시행을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운수‧광업‧에너지 분야, 광물 거래, 인권 침해, 해외 노동자 송출, 사이버 안보 저해, 검열 등에 관련된 단체와 개인은 제재를 받게 되었고, 조선노동당의 미국 내 자산도 동결되었다.

일본은 2016년 2월 10일 인적 왕래, 자금 이동, 선박 입항 등을 금지‧규제하는 독자적 대북제재를 발표했고, 유럽연합(EU)은 3월 4일 자체 대북제재 명단에 개인 16명과 12개 기관을 추가했으며, 호주도 독자적인 제재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은 안보리 결의가 채택되기 전까지 ‘대화와 설득’을 강조하고 한국 내 주한미군을 위한 사드(THAAD) 배치 계획에 반대하면서 강력한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제4차 핵안보정상회담’ 기간 동안 미중 간 합의를 통해 결의안 초안에 합의했었다. 

   
▲ 시시각각 엄중해져 가는 북핵 사태에 관하여 북핵 고도화를 중단시키는 것보다 더 시급한 안보국익은 없다./자료사진=연합뉴스


또한 중국은 4월 5일 상무부 발표를 통해, 북한의 최대 외화수입원인 석탄과 철광을 포함한 7대 광물의 교역을 금지하는 제재 조치를 취했다. 러시아도 3월 2일 이전까지 강력한 대북제재에 미온적이었고, 미중이 합의한 결의 초안에 이의를 제기하여 일부 내용을 완화하도록 했으나, 2270호 채택 이후 ‘철저한 이행’을 약속한 상태이다. 필리핀은 3월 5일 안보리 결의에 의거하여 자국에 입항한 북한선박 진텅호를 몰수했으며, 4월 19일 멕시코도 2년 동안 억류하고 있던 6,700톤 급 북한 화물선 무두봉호를 몰수하는 조치를 취했다. 

한국은 2016년 3월 8일 금융제재, 해운통제, 수출입 통제, 북한 영리시설 이용 자제 등을 골자로 하는 독자적 대북제재를 발표하고 북한의 34개의 단체와 43명의 개인을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또한, 북한에 입항한 외국 선박에 대해서는 180일 이내 한국 입항을 금지했고, 제3국 우회 수출입을 포함한 대북 교역을 금지했으며, 재외 한국 국민에게는 북한이 해외에서 운용하는 130여 개의 식당을 이용하지 말도록 권고했다.

이렇듯 세계의 주요국들이 공조 하에 강력하고 일관된 대북제재를 지속한다면 북한정권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광물수출, 해외 인력송출, 관광, 해외 식당 운영 등을 통해 매년 40~50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고, 무연탄은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최대 외화벌이 품목이다. 제재가 성실하게 이행한다면, 이중 적어도 20억 달러가 차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아직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2270호에는 여전히 빠져나갈 구멍들이 많고 북한의 동맹국이자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성실한 제재 이행을 확신하기에는 이르기 때문이다. 

2270호는 북한의 광물 수출을 금지하면서도 ‘핵‧미사일 개발과 무관한 민생용 수출’은 제외했고, 항공유를 제외한 석유 수입은 금지하지 않았으며, 역시 북한의 중요한 외화수입원인 해외 인력송출도 금지하지 않았다. 2270호가 효과적인 대북제재가 되기 위한 주요 관건은 중국 및 러시아의 성실한 대북제재 이행, 주요국들의 독자적 대북제재, 2016년 대통령 선거 결과와 무관한 미국의 일관된 대북제재 의지와 역량 등이며, 특히 중국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중국은 북한의 수출 광물의 대부분을 수입하지만 민생용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은 중국의 재량권에 속하기 때문에 중국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광물을 수입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중국은 국내에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보는 보수적 시각과 ‘경제‧외교적 부담’으로 보는 진보적 시각이 공존하는 가운데, 북핵에 대해 지금까지 ‘방관과 강압’ 사이에서 이중적 태도를 취해왔다. 중국의 북핵 정책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최대 변수는 신냉전 구도 하의 미중 군사관계였다. 현재 동북아에는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과 미국의 재균형 전략(rebalancing strategy) 전략이 상충하는 와중에 중일 간 그리고 미러 간 대결적 구도가 심화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미일동맹과 중러 전략적 제휴가 대치하고 있다. 

이런 구도 하에서 중국은 외형적으로는 북핵 제재를 위한 국제공조에 동참하면서도 뒤로는 대북 교역이나 석유‧식량 제공을 계속하는 이중적 자세를 보여 왔었다. 특히, 미중 군사관계가 협력적일 때 중국은 북핵에 대해 좀 더 강압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국제제재에 협력하지만 미중 군사관계가 대결적일 때에는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보는 기류가 강해지면서 북핵을 방관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직후 중국이 강력한 대북제재에 반대하고 한국 내 사드(THAAD) 배치에 필요 이상으로 반대한 것은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간 영향력 대결이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여기에 비한다면, 그동안의 축적된 경제교류 실적에도 불구하고 한중관계는 상대적으로 주변적 변수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북핵의 최대 피해당사국인 한국이 국제사회의 강력하고 일관된 대북제재를 통한 ‘북한 돈줄 죄기’에 외교노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며, 주변국들에 비해 상대적 약소국인 한국이 이해관계가 다른 국가들에게 외교적 호소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국론통일이 뒷받침되어야 마땅하다.

   
▲ 북한은 원자폭탄을 넘어 증폭분열탄과 수소폭탄에까지 접근하고 있고, 남쪽을 향해서는 연일 '서울 잿더미', '청와대 타격' 등을 협박하고 있다./자료사진=연합뉴스


4. 개성공단 철수는 읍참마속(泣斬馬謖)식 고육지책(苦肉之策)

정부가 13년간 가동되어온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한 것은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꺾기 위해 취해진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다. 개성공단 철수는 124개의 진출기업은 물론 5만 5천명의 북한 근로자와 20만 명의 가족들에게 있어 생계수단의 상실을 의미했으며, 통계로 나타나지 않는 가치의 상실은 더욱 컸다. 개성공단은 남북 경협의 실험대이고 남북관계의 ‘허파’이자 위기를 회피하는 ‘감압(減壓) 밸브’였다.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제공되는 외화는 ‘한반도의 특수상황에서 평화를 관리하는 비용’으로 정당화되어왔다. 이것이 2006년 이래 유엔안보리가 5개의 대북 제재 결의를 통해 북한을 제재하는 중에도 개성공단이 ‘면책 특권’을 누렸던 배경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북핵을 저지해야 하는 절실함이 이런 명분들을 압도하게 되었다. 정부가 ‘개성공단 철수’를 발표했던 2월 9일은 중러가 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한국 정부의 애간장을 태우던 시기였고, 정부와 국민은 중러를 움직일 수 있는 마땅한 외교카드가 없는 현실에 좌절했다. 국제사회를 향해서는 ‘돈줄 죄기’ 동참을 호소하면서 한국 스스로는 개성공단을 통해 매년 1억 달러의 경화(硬貨)를 북한에 제공하고 있는 모순도 고통스러운 존재였다. 한국으로서도 이러한 모순을 그대로 둔 채 개성공단의 달러가 노동당 39호실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 요컨대, 개성공단 철수는 한국 스스로 모순에서 벗어나서 국제사회를 향해 외교적 울림을 울리고자 하는 특단의 외교조치였다. 
  
5. 대북제재에 국론 모아야 할 때

한국사회는 오랫동안 북핵을 둘러싸고 보혁갈등을 빚어왔는데, 그 중심에는 ‘연계론’과 ‘비연계론’이 있었다. 연계론은 핵문제와 남북교류를 연계하여 북한이 핵을 고수하는 한 교류협력을 단절해야 한다는 보수의 주장이고, 비연계론은 핵문제와는 별개로 교류협력은 지속해야 한다는 진보의 주장이다.

필자는 오랫동안 양쪽 주장의 장단점을 비교하면서 균형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연계론은 교류협력이 핵무기가 되어 우리를 위협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설득력을 가지지만, 통일을 내다보면서 민족적 동질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당위론에서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비연계론은 동질성 유지라는 측면에서는 설득력을 가지지만 북한이 우리를 위협하는 핵무기를 만드는데 돈을 대주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작금의 북핵 사태로 비연계론은 현저하게 설득력을 상실했다. 북한은 원자폭탄을 넘어 증폭분열탄과 수소폭탄에까지 접근하고 있고, 남쪽을 향해서는 연일 ‘서울 잿더미’, ‘청와대 타격’ 등을 협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핵 포기를 목적으로 하는 대화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이렇듯 내국민의 안전보장이 시급한 순간에 대화만 재개하면 된다는 주장을 펴는 것은 비논리적이고 무책임하다. 이러 주장을 펴는 인사들의 주장에는 사실을 왜곡한 부분도 적지 않다. 

핵개발은 북한이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막무가내로 강행해온 유훈사업이다. 그런데도 마치 한국의 대화 거부가 북핵의 원인인 것으로 주장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며, 6자회담이 핵실험을 중단시킨 양 주장하는 것도 문제다. 북한은 회담이 열리고 있던 중에도 뒤로는 핵폭발 장치를 만들고 핵 실험장을 건설했으며, 이후의 핵실험은 그런 준비과정이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이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을 건설하기 위해 오랜 기간 동안 인근 정치범수용소에서 수만 명의 정치범들을 강제 동원했을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피폭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인권을 짓밟으면서까지 결코 포기하거나 주저하지 않고 핵개발을 지속해온 사실을 뻔히 보면서 한국 정부의 책임론을 주장하는 것은 결코 공정하지도 않고 객관적이지도 않다. 

시기적으로도 그렇다. 현재로서 북핵을 중단시키는 것보다 더 시급한 안보국익은 없다. 불리한 국제여건에서 한국은 상대적 약소국의 신분으로 북핵의 고도화를 저지하는 국제공조를 끌어내기 위해 총력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론이 분열된다면 한국의 북핵 외교는 호소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어느 때보다 국론통일이 필요한 시기이다.

다행히도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해주고 있어 제재효과를 기대해볼만한 상황이다. 그렇게 해서 북한이 제재에 굴복하여 비핵화 의지를 표방하고 대화에 나선다면 그런 대화를 환영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안보리 결의 2270호의 제재 효과에 대한 평가는 분기별로 하게 되어 있으며, 지금은 첫 성적표도 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지금은 지도층 인사들이라면 국론을 분열시키고 평양정권에게 그릇된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는 언행을 보여서는 안 되는 시기이다. /김태우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건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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