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수의 신'(사진출처=KBS2 '국수의 신' 캡처)

[미디어펜=정재영 기자]

익숙함과 생소함. 이 두가지 요소를 어떻게 잘 녹여낼 수 있는지는 드라마의 성공 여부에 중요한 척도로 작용한다.

그러나 지난 27일 첫방송된 KBS2 수목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은 익숙하지만 진부한 장치의 한계가 드러나며 썩 밝지 않은 전망을 예상케했다.

복수와 야망,그안에서 이뤄지는 성공과 사랑. 역대 한국 드라마 중에서 가장 많이 다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주제.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만화 같은 스토리에 흥미를 가지게 마련이다.

'국수의 신'도 이 같은 점을 파악하고 보는 이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할 수 있는 온갖 내용을 집어넣었다. 첫회부터 살인과 다른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치려는 추악한 인간의 본성. 갈수록 흉흉해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이 같은 드라마들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물론 시청률이다.

그동안 KBS 드라마는 다양하고 실험적인 주제를 통해 공영방송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품격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저조한 시청률이 계속되자 결국 무리한 칼을 빼들었다.

이는  '국수의 신' 첫회에서 모두 나타났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살인을 저지르고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는 어린 길도(바로 분). 불타는 복수심을 위해 괴물이 될 것을 결심하는 무명이(천정명 분).

제목에 들어가는 국수는 말 그대로 겉장치일뿐,드라마는 온갖 음해와 음모가 난무하는 자극적인 MSG로 가득찼다. 중간 중간 나오는 작품의 주제에 대한 문제 제기는 만화가 원작이라는 점을
내세워 비켜나가면 그만이다.

또한,공감이 가지 않는 이야기를 그린다면 필연적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시 될 것이다.
 '국수의 신' 첫회는 연기에 있어서는 확실히 검증된 배우 조재현이 출연한다.

그는 30년에 가까운 연기경력을 가진 대배우답게 쉽지 않은 악역을 비교적 무난하게 소화해냈다.
반면에 조재현과 극의 투톱을 이룰 천정명은 아직 많은 분량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조재현이라는 이름값에 비하면 무게감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가 맡은 무명이는 분노와 복수를 통해 자신도 점점 파괴적으로 변해가는 캐릭터다. 역할이 가진 한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강렬한 인상과 이미지가 중요시되지만,그간 천정명이 보여줬던 모습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계속해서 조재현의 이름만으로 드라마를 끌어나가려 한다면 전반적인 무게중심에 균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아직 첫회에 지나지 않았지만, 드라마가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는 노선은 비교적 뻔히 보인다. 복수,성공,사랑. 각각의 소재들을 어떻게 풀어나가며 보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 수 있을지. 만화의 인기에 편승한 '막장극'에 그칠지.좀 더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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