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한국거래소(KRX) 지주회사 관련 법안(자본시장법 개정안)의 19대 국회 임기 중 처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자칫 19대 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구조개편 추진이 2~3년 이상 지연되면서 거래소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올해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고 내년 중 기업공개(IPO)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 등 기존 3개 시장을 자회사로 분리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해 국회 통과를 기대했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서 지주사 전환작업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법안의 본질과 무관한 본사 소재지 법안 명시 여부 때문이다. 19대 임기 만료일은 다음 달 말이다. 이때 까지 임시국회가 열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법안은 자동 폐기되고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 구조개편이 지연되거나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거래소가 지주사로 전환하면 시장자회사(거래소)간 경쟁 체제가 본격화되면서 대체거래소(ATS)나 장외시장 인프라가 취약해 사실상 독점체제인 거래소를 경쟁체제로 바꿀 수 있게 된다.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자회사별 명확한 성과 평가와 독립채산제를 통해 성과 중심의 조직운영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신상품 개발, 시장간 차별화, 상장유치 경쟁 등 실적개선을 위한 시장간 경쟁과 혁신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고령화와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자본시장과 국내 경제의 경쟁력과 역동성을 회복하기 위해 거래소 지주사 전환은 꼭 필요한 작업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요건을 충족하는 국내 1만여 기업과 스타트업(Start-up) 기업이 자본시장을 통해 성장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단일법인 체제로는 사업 실패의 위험이 곧바로 전체로 옮겨갈 수 있어 거래소 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신규 사업 투자를 과감히 추진하기 곤란하다. 또 매매·청산·정보 자회사 등 기능별로 전문화돼 있는 해외 거래소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주요 국가 거래소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이미 거래소 지주회사화와 기업공개를 완료했다. 미국과 영국 등은 2000년대 중반 이미 구조 개편을 완료하고 글로벌 흡수합병(M&A) 시장, 신사업 진출에 나서진 오래다.

최근에는 아시아 주요 경쟁국인 홍콩, 싱가포르, 일본,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신흥시장마저 구조 개편을 속속 완료하고 적극적으로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거래소는 IPO를 통해 고객지향의 자율적인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완전한 비즈니스 조직으로 전환하게 된다.또 자금조달을 통해 해외 M&A, 조인트 벤처 설립 등 글로벌 거래소 간 경쟁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현재 거래소가 보유한 M&A 자금(2000억원 수준)으로는 거래소산업 내에서 의미 있는 해외 M&A 딜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아울러 거래소는 해외 주요 거래소와 지분교환을 통한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해외 거래소와 교차상장, 공동상품개발 등에도 나설 수 있게 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여야 모두 거래소의 구조개편 취지에 동감하고 있어 조만간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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