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MBC 방문진 장악 욕망…민생 외면 역풍 맞을 것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여소야대 국회가 야당에게 완장 권력을 준 것은 아니다. 그런데 야권에선 벌써부터 그런 낌새가 보인다. 새누리당을 응징한 보수들의 표를 상당수 가져간 국민의당 내부에서 보수정권 청문회를 운운하지 않나 미디어와 언론은 야권 전체가 뭉쳐서 그동안 벼르던 공영방송과 종편을 때려잡는 굿판이라도 벌이겠다는 듯 신이 나 있다. 착각은 말아야 한다.

야권분열이라는 유리한 선거구도에서 갖은 자충수를 골라 두다 자멸한 새누리당이 참패한 선거는 맞지만 야당이 압승한 선거는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121석, 더불어민주당이 122석, 국민의당이 38석, 정의당이 6, 무소속이 11석이다. 그 어떤 당도 과반 근처에 가지 못했다. 경제를 화두로 내세워 표를 얻은 야당이 다음 국회에서 세월호참사·자원외교·방산비리·테러방지법·교과서국정화·언론장악 등을 주장하고 청문회를 개최해 정쟁을 시작한다면 국민은 과연 그 모습을 곱게 볼까.

그 중 특히나 언론노조 세력이 벌써부터 김칫국을 거하게 들이켜는 모습에선 실소가 나온다. KBS 이사회, MBC 방송문화진흥회 등 이사회를 여야 동수로 조정, 이사 수를 늘리고 또 언론노조가 추천하는 인물을 이사로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 소위 제작자율성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사장후보추천위원회, 사장 선임시 특별다수제 도입, 보도국장 임명동의제와 같은 것들을 아예 다음 국회에서 제도화하겠다고 작심 중이다. 물론 이런 부푼 꿈을 꾸는 근거는 차기 국회가 여소야대라는 사실이다. 거기에다 안 그래도 MBC 출신이 많은 더민주당에 김성수, 최명길 같은 MBC 출신들, 방문진 야당 추천 이사였던 권미혁 등이 추가로 투입되니 공영방송을 야당 입맛에 맞게, 정확하게는 언론노조 입맛에 맞게 뜯어고치는 절호의 기회가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일 것이다.

   
▲ 국민의당이나 안철수 폄훼는 보수언론이나 공영방송이 아니라 친노친문 정파지들, 언론노조 측 매체들과 그쪽 인사들이 하고 있다. 그런데 제3당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국민의당과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안철수가 더민주당과 언론노조와 같은 언론공약을 한 것은 자기무덤을 판 것이나 같다./사진=연합뉴스

아무것도 모르고 더민주당 언론노조에 따라가는 국민의당

총선이 끝나자마자 MBC녹취록 청문회, 해고자 복직, 공영방송 지배구조 변경 타령을 하는 미디어오늘의 기사나 야권 소통 라인 구성 운운하는 정의당 비례대표 당선자의 인터뷰만 봐도 다음 국회에서 이들의 완장질이 어느 수준이 될지 가늠이 된다. 하지만 과연 언론노조의 희망대로 차기 국회가 돌아갈까. 일단 야당이 공동보조를 제대로 맞출 수 있을지도 미심쩍다.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수를 늘리는 것은 그만큼 국민세금 부담을 늘리는 짓이다. 언론을 놓고 벌어지는 정치공방과 여야의 소모적인 싸움은 지금보다 갑절로 늘어날 게 뻔하다. 민생우선을 약속한 국민의당이 더민주당과 언론노조만 좋은 이런 정쟁에 동참한다면 일단 필자부터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당도 바보가 아닌 이상 잘못된 공약은 바로 잡는 것이 좋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 확보,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란 그럴듯한 미명하에 더민주당과 같은 공약을 했는데 다시 검토해야 한다.

국민의당은 자신들의 공약이 정확히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고나 있나. 이번 총선에서 보다시피 진보좌파라는 언론은 하나같이 더민주당 위주로 보도하고 국민의당을 홀대했다. 친노친문 정파지에 불과한 한겨레신문이 국민의당에 한 짓은 기억이나 하나. 언론노조 매체들은 국민의당을 무시하고 불공정보도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언론노조 측 매체 미디어스 논설위원이란 사람은 방송에 나와 야권후보자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국민의당이 날라가 버리고 국민의당은 총선 후 해산될 것이라고 대놓고 말했다. SBS는 더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3등이 뻔한 후보한테 표를 주는 것은요, 1, 2등 순위를 바꾸는 것 외에는 역할이 없고 사표가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라는 발언을 그대로 방송했다. 국민의당 후보자는 아예 인터뷰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짓들을 하는 건 공영방송이 아니라 민영방송이고 소위 언론노조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다.

민생 외면하다 사라진 열린우리당이 반면교사다

지금 국민의당이나 안철수 폄훼는 보수언론이나 공영방송이 아니라 친노친문 정파지들, 언론노조 측 매체들과 그쪽 인사들이 하고 있다. 그런데 제3당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국민의당과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안철수가 더민주당과 언론노조와 같은 언론공약을 한 것은 자기무덤을 판 것이나 같다.

무엇보다도 야당이 총선 승리에 도취돼 언론청문회나 해고자 복직문제, 공영방송 이사회 구조와 같은 문제에나 매달리는 순간 민심의 거대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그건 언론자유와 정치적 중립과 상관없는 오직 언론노조 세력에게만 좋은 정치놀음에 불과하다.

청년실업이 10%대를 넘고 경제 불황에 온 국민이 신음하는데 귀족노조의 언론장악 욕망을 채워주느라 민생과 따로 논다면 야당의 미래는 뻔한 것이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탄핵역풍으로 과반을 넘기는 횡재수를 했지만 소위 4대 개혁입법(사립학교법·국가보안법·과거사진상규명법·언론관계법)에 매달리다 다음 대선과 총선에서 쫄딱 망하고 사라졌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야당은 한가하게 언론장악 꿈이나 꾸면서 샴페인부터 터뜨릴 때가 아니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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