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초반부터 '난전'...더민주 우후죽순
양당 50명안팎 초선 표심, 결선투표제 변수…새누리 러닝메이트·더민주 전대연기론
[미디어펜=한기호 기자]20대 국회는 여소야대로의 국면 전환과 더불어 3당 체제 정립으로 협치(協治)의 필요성이 그 어느때보다도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차기 원내대표 선정 기준에 있어 후보자의 '중량감'과 '협상력'이 중요 변수로 떠올랐다.

국민의당은 두 차례 원내대표를 지낸 '정치 9단' 4선 박지원 의원을 지난 26일 새 원내대표로 합의추대함으로써 신생정당에 걸맞지 않은 체급을 가장 먼저 과시, 거대 양당에 부담을 안겼다.

총선 참패 후 빠른 수습을 도모하던 새누리당이 뒤이어 내달 3일 당선자 총회에서 새 원내대표를 선출키로 했으며, 이에 따라 원내 1당 더불어민주당도 28일 당초 내달 10일로 예상됐던 일정을 앞당겨 4일로 원내대표 선거일을 정하고 본격적인 선출작업에 들어갔다. 

새누리에선 일찍이 여소야대 정국에 대한 위기감이 작용, 나경원 홍문종 유기준 의원과 정진석 당선자 등 4선 다수가 자천타천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더민주도 이에 맞설 수 있는 중량감 있는 4선 의원을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한 더민주는 전당대회 개최시기가 불투명하고, 새누리는 외부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 체제를 구성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 원내대표의 몸값이 사실상 당대표에 버금갈 만큼 치솟게 됐다.

특히 거물급 박지원 의원을 상대할 카운터파트너를 옹립하는 데에 양당은 당력을 집중해도 모자라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새누리는 벌써부터 원내대표 쟁탈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 친박계 4선 유기준(왼쪽) 새누리당 의원은 28일 오후 비박계 중립성향 3선 이명수(오른쪽)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내세워 원내대표 출마를 공식화했다. 비박계 4선 김재경 의원이 합의추대를 전제로 원내대표 출마를 타진한지 2시간도 채 안돼서다./사진=미디어펜


28일 오후 비박(非박근혜)계 4선 김재경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독이 든 잔을 마시겠다"며 '합의추대'를 전제로 한 원내대표 출마 의지를 천명했다.

자신이 '새 인물'에 부합한다는 입장과 함께 박 의원과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일한 경험을 피력하기도 했으며, 경선이 확정될 경우에도 출마할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추대론은 물건너갔다. 친(親)박계 4선 유기준 의원이 비박계 중립성향 3선 이명수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내세우며 '탈계파'를 선언, 원내대표 출마를 가장 처음으로 공식화하면서다.

유 의원은 앞서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과 청와대측으로부터 그가 '친박 단일후보'가 아니라는 출마 만류에 부딪혔지만 출마 강행으로 대응하면서 친박계 내부분열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낳았다.

당내 여성 최다선으로서 하마평에 올랐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2일 서울지역 당선인 모임을 주재했고, 이날 여의도 모처에서 초선·비례대표 중심 여성 당선인 10여명과 오찬 회동을 갖는 등 물밑 선거운동에 들어간 상태다. 

4선 고지에 오른 정진석 당선자는 2010년 이명박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내며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박 의원과 함께 일해본 경험이 있다. 범친박계이면서도 지역색이 강한 충청권 인사로서 당을 아우를 수 있는 후보로 거론돼왔다. 나 의원과 정 당선자는 아직까지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 국회 본회의장/사진=미디어펜


한편 더민주는 후보군으로 거론된 인사들간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당내에선 박 의원의 대항마로 이미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4선 송영길 당선자를 원내대표로 차출해야한다는 의견도 잇따랐지만, 송 당선인은 완고하게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4선 중에선 이상민 의원과 강창일 의원이 출마를 확정하고 오는 29일 경선 후보 등록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군 중 한 명이었던 조정식 의원은 이날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4선 역할론이 부각됐지만 3선 라인에서도 출마 움직임이 활발하다. 운동권 출신이 주축인 민주평화연대(민평련)가 우원식 의원을 후보로 밀어주기로 했고 개혁성향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는 우상호 의원을, 비주류 중진급 모임 '통합행동'은 민병두 의원을 후보로 사실상 확정했다. 친노(親노무현)계 홍영표 의원도 출마 예정이다.

더민주는 이날 원내대표 선거관리위 1차 회의를 열고 내달 4일 후보들간의 합동토론회를 개최, 정견발표와 투표까지 같은날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선거운동 홍보물엔 기존 양식 내용 이외에 후보 대표 발의 법안 3가지를 넣기로 하는 등 후보자간 경쟁요소를 강화했다. 후보자 등록은 29~30일 이틀간 진행, 선거 운동은 30일부터 내달 3일까지 진행된다. 

양당 모두 원내대표 경선에선 '결선투표제'가 있다. 1차투표에선 계파별단일화가, 2차투표에선 계파간이합집산이 결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계파 이해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초선 당선자들의 표심도 큰 변수다. 초선은 새누리당이 45명, 더민주가 58명이다. 

새누리 경선에선 러닝메이트 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원내대표 후보와 정책위의장 후보간 조합이 또하나의 변수로 떠오른다.

새누리보다 선거일이 하루 늦은 더민주는 여당서 선출된 원내대표의 계파·선수·경력 등을 고려해 후보 선택이 변화될 여지가 있다. 또 하루 앞선 내달 3일 당무위-당선자 연석회의에서 전대 연기가 결정되면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후보가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대체로 박 의원과 김종인 대표 등과 계파갈등을 빚은 친노보다 중도 성향의 후보가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