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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거일-중국의 공격적 제국주의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한국, 대중 수출 일본제치고 1위 부상...미국 일본 활용 대항력 높여야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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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4-01-18 06: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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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여 년 동안 국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현상은 중국의 흥기였다.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가 역사상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지구의 모습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이제 중국은 거의 모든 면들에서 미국 다음으로 크고 중요하다. 자연히,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도 빠르게 커졌다. 중국의 이웃인 우리는 그 점을 절실하게 느낀다.

제국은 자연스럽게 제국처럼 행동한다. 따라서 중국은 제국주의를 점점 드러내놓고 추구하면서 “중국 중심의 질서(Sinocentric order)”를 세우려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인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대립적으로 만든다.

중국 제국의 흥기는 미국 제국의 상대적 쇠퇴를 뜻한다. 물론 미국은 아직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다. 역사는 미국의 저력이 대단함을 보여준다. 지난 세기 내내 미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한 몫은 크고 안정적이었다. 앞으로 다른 나라들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미국의 몫은 점점 줄어들 터이지만, 미국이 갑작스럽게 쇠퇴하리라고 볼 근거는 없다. 그래도 근년에 미국의 국제정치적 힘은 눈에 뜨이게 약해졌다. 특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국가 건설이 어려움을 겪자, 국제 정치에서 미국이 지닌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었다. 미국과의 동맹을 안보의 기본으로 삼은 한국에겐 무척 불길한 징후다.

중국과 긴 국경을 공유하므로, 한반도는 중국의 공격적 제국주의의 영향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받는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중국의 그늘을 벗어난 적이 드물었다. 근년에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빠르게 늘렸다.

힘에서 비대칭적이면, 강대국은 ‘지배적 정책(policy of dominance)’을 고르고 약소국은 ‘묵종적 정책(policy of acquiescence)’을 고르게 된다. 묵종적 정책을 고른 작은 나라는 큰 나라의 영향력에 세 가지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하나는 아예 대응하지 않는 것이다. 이 방식은 작은 나라의 역량이 조직화되지 못하는 경우에 나온다.

둘째 방식은 정예집단(elite)이 큰 나라와 자신을 동일시하여 자신의 가치 체계를 나라 전체에 강요하는 것이다. 이런 ‘강요된 지배(imposed domination)’의 경우, 흔히 괴뢰 정권(puppet regime)이 나온다.

셋째 방식은 정예집단이 큰 나라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면서 자신의 핵심적 가치를, 즉 자기 나라의 독립이나 자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자기 나라가 큰 나라에 의존한다는 세력 구조를 인정하고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의 방책을 찾는 태도이므로 이것은 적응적이고, 그래서 ‘적응적 묵종(adaptive acquiescence)’이라 불린다. 러시아의 절대적 영향 아래서 핀란드가 고른 방안이어서, 흔히 ‘핀란드화(Finlandization)’라 불린다.

적응적 묵종의 전략적 개념은 ‘양보(concessions)’와 대항력(counterweight)’이다. 힘에서의 비대칭은 필연적으로 관계에서의 비대칭을 부른다. 그래서 모든 문제들에서 약소국은 양보하고 강대국은 이익을 얻는다. 이런 비대칭적 관계에서 약소국이 얻는 것은 최소한의 가치 훼손을 통한 현상의 대체적 유지다. 사정이 그러하므로 약소국의 강대국에 대한 양보는 기본 질서가 된다.

그러나 그런 양보는 대항력이 있어야 뜻을 지닌다. 대항력이 없다면 두 나라 사이의 관계는 궁극적으로 강대국에 의한 약소국의 합병이 될 것이며, 적응적 묵종은 적응적일 수 없다. 따라서 적응적 묵종을 고른 약소국은 ‘양보 전략(strategy of concessions)’과 ‘대항력 전략(counterweight strategy)’을 동시에 추구하게 된다.

우리가 중국의 압도적 영향 아래 살아가는 것은 이제 어쩔 수 없다. 지정학적 요인만이 그렇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제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중국은 한국에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나라다. 웬만한 우리 기업들은 다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 애쓸 터이고, 그들은 자발적으로 한국에서 ‘중국 로비’를 이루게 될 것이다.

올해에 우리나라는 일본을 제치고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한 나라가 되었다. 모두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다는 증거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 사실의 뒤쪽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그만큼 크게 의존한다는 사실이고 그것은 다시 우리 기업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이미 큰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흥기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 중요한 물음에 대해 좋은 답을 얻으려면, 우리는 먼저 현실을 정직하게 살피고 우리에게 괴로운 상황을 인정하는 도덕적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되짚어 나올 길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의 합리적 대응은 대항력의 함양을 통해 양보를 최소화하는 적응적 묵종이다.

적응적 묵종은 대항력의 함양을 본질로 삼는다. 우리의 외교적 대항력과 군사적 대항력을 아울러 증대시켜 줄 나라로는 미국과 일본이 있다. 동남아의 국가 연합인 아세안(Asean)도 우리에게 도움일 될 터이다.

외교적 대항력이나 군사적 대항력은 사회가 응집력을 지니고 외국의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때 뜻을 지닐 수 있다. 스스로 돕지 않는 자들은 누구도 도울 수 없다. 즉 대항력의 바탕은 시민적 대항력이다. 지금 이런 사정이 널리 인식되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복거일 ,소설가, 문화미래포럼 대표

( 이 글은 한국경제연구원 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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