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투성이의 괴물…정치는 그걸 민주주의로 각색한 거대한 사기극 고발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민주주의는 처음부터 없었다. 통치와 복종만이 있을 뿐이다. 정치는 그걸 민주주의로 각색한 거대한 사기극이다. 무대 위의 배우들은 천박한 자, 무지한 자, 천박하면서 무지한 자 딱 세 부류다. 그들이 우리를 지배할 뿐, 우리가 스스로를 지배하는 일은 앞으로도 결코 없을 것이다."-p.12

"단지 분명한 것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주의는 오류투성이의 괴물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이라면, 민주주의가 궁극적인 지향점이 아닌 것은 너무 분명하다."-p.48

"민주주의 외에 아직 우리가 달리 선택할 제도가 없다는 비극적 현실이 민주주의 체제의 생명을 연장한다."-p.68

   
시인이자 대한민국 대표 보수논객인 전원책 변호사가 정치 비판서 '잡초와 우상'(부래)을 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정당한 의사결정구조이자 선한 통치체제라고 유일하게 확신하던 민주주의(민주주의의 실천원리인 다수결과 대의제, 그리고 선거제도)에 신랄한 메스를 들이댄다.

저자는 말한다. "민주주의는 처음부터 없었고 통치와 복종만이 있었을 뿐"이며 "정치는 그걸 민주주의로 각색한 거대한 사기극"이라고 몰아친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그 자존심을 채워줄 의사나 능력이 없는 함량 부족인 건달이거나 전직(前職)이 무엇이든 정치 외에는 아무것도 할 게 없는 아첨꾼이다. 민주주의란 이 상황에 딱 알맞은 제도"라고 이 땅의 정치인들에게 일갈한다.

이 책은 자유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못한 이들, 이름 없는 잡초들을 위해 한국의 민주주의, 한국 정치판의 현주소와 실체를 발가벗긴다. 표를 얻기 위해 잡초를 선동하는 우상, 그 우상의 내면을 파헤치며 우상이 어떻게 잡초를 속이고 잡초는 우상에게 어떻게 속는지를 치밀하게 파고들어 고발한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잡초와 우상'에서 저자는 '1장 온전한 선의를 가진 권력자는 없다'를 통해 민주주의의 탄생과 오류, 낭만적 망상가들의 과신, 진화하지 못한 채 부자든 빈자든 '만족한 돼지'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꼬집는다.

'2장 우상 창조'에서는 선의를 가진 우상은 없을 뿐만 아니라 우상은 대중조작과 이미지로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오늘날 정치적 우상은 연예계 스타처럼 만들어진 배우다. 그러나 그들이 진짜 배우와 다른 점은 무지하여 무능하거나, 사악하여 천박해 보인다고 냉소한다.

'3장 누가 세상을 바꾸는가?'에서는 신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통치자는 결정된 정책에 정당성을 얻기 위해 고심하고 그 정당성은 '다수의 지지'로 나타난다. 다수의 지지가 정책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것이 아닌데도 정책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다수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 아이러니야말로 민주주의가 가진 현실적 숙제라고 말한다.  

'4장 민주주의라는 비극'에서는 권력은 분산되지 않고 오히려 권력 분립 아래 자의적 권력 행사와 남용이 더 많다. 그리고 그 권력은 언제든지 흉기로 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민주주의를 신봉한다는 것은 여전히 민주주의가 인간이 찾아낸 최선(곧 차선의)의 통치 구조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자위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현명하고 정직한 통치자에 관한 조건, 민주주의를 충분히 이해하면서 타인에 대해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는 숙련된 대중의 조건까지 민주주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필요한 많은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명쾌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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