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KB·롯데·농협 등 최근 개인정보유출이 확인된 3개 카드사 외에도 국민은행 등 14개 금융회사에서 고객정보 유출 가능성이 제기돼 금융당국이 수사에 들어간 가운데 검찰까지 나서 관련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그러나 소비자 단체와 국민들은 이번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금융당국의 안이한 상황대처와 금융사의 보안불감증이 빚어낸 예고된 사고였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이번 사고를 이용해 '정보 보호 장사'에 나선 일부 카드사들의 행태에 고객 분노는 극도에 달한 상태다.

◇금융당국·금융사의 '보안 불감증'이 일으킨 대형 참사

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이 자칫 대량 고객 피해도 이어질 지도 모른다는 국민 불안감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19일 긴급 브리핑을 갖고 "현재까지 정보유출이 확인된 씨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 이어 이동식저장장치에 담긴 고객 정보가 14개 금융회사에서 유출된 것인지 여부를 파악중"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16개 금융회사에서 고객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자체 점검을 요청했다. 이중 씨티은행과 SC은행은 유출이 확인돼 지난 17일 특별 검사에 착수했다.

나머지 14개 금융사에 대해서는 자체점검 이후 나온 결과에 따라 현장검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들 16개 금융사에 대해 금감원이 파악한 개인정보 불법유출 건수는 127만건이다. 중복을 제외하면 고객 65만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지자 검찰까지 수사에 나섰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19일 창원지검에서 수사 중인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국민적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인만큼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지검은 은행·카드회사에서 대량의 고객정보가 대출광고업자 등에게 유출된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자료를 모두 압수했기 때문에 현재까지 고객정보가 일반인에게 추가로 유포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고객 정보 등이 추가로 유출될 우려가 없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금융당국·금융사 공동 책임...장사나선 일부 카드사에 고객 분통

전문가들은 이번 대형 고객정보유출 사고는 이미 예고된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금융당국의 안이한 관리감독과 금융권의 허술한 보완의식의 합작품이기 떄문이다.

그동안 금융권의 잇단 고객 정보 유출 사고에도 솜방망이 처벌로 사실상 책임자를 면책해 문제를 봉합하기는 커녕 대형사고를 키운 것이 바로 금융당국다.

지난해만 해도 한화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에서 16만여건의 고객정보가 유출됐고 농협은행에서도 3톤 분량의 고객 개인정보가 폐지수거업체에 넘어갔다. 12월에는 SC은행과 시티은행에서도 13만여건의 고객대출정보가 유출됐다.

그러나 이때마다 금융당국은 고객정보를 유출한 금융사에 대해서 부랴부랴 현장검사에 착수했지만 결국 기관제재와 최고경영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예고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대형사고에는 이미 수차례 전조가 있다"며 "잇단 사고에도 금융당국이 관계자 처벌에 소홀해 대형 사고를 일으킨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개인정보 보호에 소홀한 금융권의 보안 불감증도 지적되고 있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개인정보 보호에 투자하는 것을 불필요한 비용으로 치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대형사고를 일으키고 말았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 IT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대우는 3D 업종만큼 푸대접"이라며 "이번 금융권 보안사고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더구나 신한·삼성·우리 등 일부 카드사들은 이번 정보 유출 사고로 인한 국민 불안 심리를 이용해 "정보 보호를 해주겠다"며 고객들의 유료 정보 서비스 가입을 유도해 맹 비난을 받기도 했다. 

카드사의 유료 정보보호 서비스 가입을 권유받은 한 소비자는 "카드사들이 잘못을 저질렀으면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기는 커녕 돈벌이에 나서는 것을 보고 화가 치밀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