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을 위기에서 새주인 만나기까지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정부와 채권단이 기업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면서 조선업계에도 후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SPP조선의 인수합병(M&A)이 구조조정의 모범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PP조선의 매수자인 SM그룹은 정밀 실사가 마무리됐으며 SPP조선 사천조선소 최종 매각조건을 조율 중이다.

SPP조선은 사천조선소, 통영조선소, 고성조선소를 운영해왔다. 통영과 고성은 지난해 8월과 10월 각각 생산을 중단했으며 12월에는 함안기자재공장까지 문을 닫았다. SPP조선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업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제적 구조조정을 완료한 것이다.

따라서 최소 5만~7만5000톤급 탱커선 건조에 최적화된 사천조선소만 조선사업 목적으로 분할 매각해도 SPP조선의 조선산업 영속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발생되지 않는다는 것이 근로자 위원회의 입장이다.

지난 3월 SM그룹은 우리은행과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서울보증보험 등으로 구성된 SPP조선 채권단과 협상을 마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SPP조선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문제로 협상을 거듭해온 양측은 두 달의 협상 끝에 합의점을 찾았다.

채권단이 SPP조선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 SM그룹 인수 후에도 3년간 최대 40척까지 RG를 발급하기로 합의한 것이 가장 큰 동력이 됐다.

SM그룹은 정밀실사와 유상증자 등을 거쳐 오는 5월까지 SPP조선 인수 작업을 끝내고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SPP조선은 지난해 채권단의 이해관계에 얽혀 흑자수주 8건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 부결로 일감이 없어 문을 닫을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이번 인수 협상 타결로 SPP조선은 이란 국영선사 IRISL(이란 국영선사)과 맺은 선박 10척에 대한 계약이행 협상에 파란불이 켜졌다.

SPP조선은 지난 2008년 IRISL과 3만5000DWT(중량톤수)급 벌크선 10척의 계약을 맺었다. 약 5000만달러의 선수금까지 받았지만 미국의 경제제재가 시작되면서 사업이 중단된 바 있다.

최근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가 풀리면서 IRISL은 SPP조선과 선박 건조협상을 진행 중이다. 

SPP조선 근로자위원회는 “M&A가 잘 성사된다면 이를 계기로 수주가뭄 속 단비 같은 IRISL과의 계약이행 합의도 조속히 마무리될 것이다”며 “선박금융 지원과 RG발급 등 채권단의 효과적인 역할 분담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SPP조선의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에는 수조, 수천억원의 국민 혈세인 공적자금 추가 투입이 필요없다”며 “다만 채권단과 매수자인 SM그룹간의 양보와 타협이 남아있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근로자위원회는 “이번 M&A는 SPP조선 하나의 기업을 사고 파는 문제가 아닌 조선 구조조정의 연장선상에서 지켜봐야할 문제”라며 “채권단과 매수자의 대승적이고 전향적인 합의로 모범적인 구조조정을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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