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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천만관객속 한국영화 아카데미선 찬밥
내수영화 전락, 영화 클러스터 복원해 대륙 진출해야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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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4-01-20 09: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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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한국영화가 대단한 질주를 하고 있다.

<변호인>이 1월 19일 1,000만 관객을 넘어섰다. 2003년 <실미도> 이후 9번째 한국영화 1,000만 클럽이다. 외화 <아바타, 1,362만, 2009년>보다 1주일 더 빠르단다. 단체전도 한국 팀 완승이다. 자국 영화시장 점유율로 보면 지난해 59.7%로 나타나 단연 전 세계 G2 급이다. 내수 할리우드 영화로 70~80% 해결하는 미국 시장이나 영화가 TV를 덮어버린 좀 특수한 인도가 한국과 견줄 정도다. 10년 전쯤 한국영화가 자국 50%를 기록할 당시 영화 종가 프랑스가 부러워 죽겠다는 반응을 보였었다.

막강 할리우드 영화가 지구를 복속시킨 광풍을 뚫은 한국영화 뺨을 꼬집고 꿈인지 되묻는 게 세계 영화판 미션이 될 정도였다. 2009년에는 63.6%라는 사상 최고치 자국 점유율을 기록했고 한국영화가 몰릴 때 월별 75%를 넘어선 적도 있다. 게다가 2013년에는 한국영화 관객 수가 2억 명을 넘어서 국민 1인당 한 해 4번 정도 영화관을 찾는 신기원을 이룩했다. 미국, 인도와 맞먹는 세계 톱클래스다.


이처럼 찬란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둑한 그림자가 산업을 짓누르고 있다. 한국사람 2억 명 관객들도 잘 모르는 내상과 질환이 있다. 성공을 자축하는 샴페인 취기를 깨게 할 궂은 뉴스 몇 장면 들춰본다.
장면 1. 내화외빈이다. 한류가 비껴가고 말았다. 음악도 드라마도 개임도 세계로 뻗어나갔지만 영화한류는 위축되었다. 2003년 <엽기적인 그녀> 이후 수출도 멈춰 버렸다. 오로지 내수 자국 시장에서만 들끓는 기현상이다. 칸과 베니스 영화제에서 눈부신 성취가 있었지만 흥행과 고용, 투자에서는 막혔다. 예술성, 작품성 옹호해주는 서유럽 변호인은 얻었지만 글로벌 소비자 배심원단은 아니었다.

아카데미상이라는 결정적 증인도 확보하지 못했다. 한 번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에 못 올라갔다. 봉준호 <마더>와 김기덕 <피에타>, 탈북 소재 영화 <크로싱>까지도 영화진흥위원회 추천 국가대표로 할리우드를 두드렸지만 매년 고배다. 이번에 <범죄소년>이 도전했지만 지난 1월 16일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86회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작 5개로부터 한국영화를 외면한다고 발표했다. 5년으로 치면 25개 작품 군에 한국영화가 단 하나도 못 끼인 셈이다.

   
▲ '변호인'이 개봉 후 최단시일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국내에선 국산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를 누르고 시장점유율 50%이상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영화의 본고장인 할리우드에서 아카데미상 외국어부분 후보작에도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음악 한류는 세계를 호령하는데, 영화는 내수산업으로 전락했다. 영화클러스터를 복원해서 미국 중국 등 대륙의 대평원을 질주할 적토마를 키워야 한다.

두말할 것 없이 아카데미상 인증이 백화점 입점 문서라는 점에서 이런 국가적 부진은 매우 곤란하다. 이 백화점에 들어가야 장차 1000억 원대 웃도는 제작비로 영화한류 진검승부도 해볼 수 있다. 한국 문화, 한국 정신 알리고 동방의 멋으로 전 세계 고객을 매혹시킬 준비에 착수할 수 있다. 유럽 영화제가 한국영화 알리는 ‘변호인’ 역할을 수행해줘도 결국 ‘증인’인 미국 아카데미상 결정적 증언(후보작, 수상작) 없이는 ‘재판’(시장)에서 이길 수 없다는 분석이다.
 

장면 2. 충무로가 사라졌다. 한국영화 현장을 보려 해도 갈 데가 없다. 충무로에는 옛날 극장과 표지판 몇 개뿐이다. 어떤 이는 청담동 카페를 뒤져보라 한다. 운 좋으면 에스프레소 받쳐 든 유명 감독들 손을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운수 나쁘면 서울 강남, 김포, 파주 다 뒤져도 배우 얼굴 한 번 보기 어렵다. 영화사 제작 현장 결집지인 클러스터가 무너져서다. 영화진흥위원회도 충무로에서 홍릉으로 밀려났다가 지난해 말 다시 부산 해운대로 표표히 떠나갔다. 서울종합촬영소라고 불렀던 남양주 시설도 문 닫는 중이다. 빗대자면 한국영화는 제 본가 충무로를 떠난 탕아가 되어 강남, 수도권 일대를 떠돌다가 이제 전국 사방팔방으로 흩어진 품바가 되어 버렸다.

그럼 지금 전성기는? 답은 이렇다. 전성기가 아니라 그냥 각자 알아서 돈 꾸고 세트 빌리고 동가식서가숙하는 낮은 산업발전단계일 뿐이다. 홍대앞에서 시나리오 검토하고 테헤란로서 금융하고 부산시서 촬영하고 압구정동서 편집하고 왕십리서 시사회하고 LA에서 마케팅 하는 풍운아다. 거래비용도 곱절로 많이 들고 정보교류는 안 되고 무엇보다 종사자들 생활이 불안정하다.
 

충무로 상실은 여지없이 한국영화 내화외빈을 초래했다. 영화 판 풍운아들이 노력해서 어디 드라마에도 없고 음악, 공연에서도 맛보기 힘든 눈물과 감동을 자아내고 있지만 산업화 기반이 너무 취약해 졌다. 그저 각자 뛰면서 소질과 열정만으로 버티는 우물 안 개구리 신세다.
 

더 늦지 않게 영화클러스터를 복원할 지혜를 모아야 할 일이다. CJ, 롯데, NEW도 앞장서고 콘텐츠 지원 부처도 합심하여 충무로든 청담동이든 해운대든 한국영화산업 대표 거점 세우기에 달려들어야 한다. 비빌 언덕도 없이 집 나간 영화산업 종사자들이 충무로 시절처럼 다시 사랑방에 모일 수 있도록. 1000만 우물을 넘어 1억 명, 10억 명 노니는 대륙 대평원을 석권할 영화한류라는 적토마를 키워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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