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정부 공인 마크 달아주고, 2006년엔 살균제 심각성 무시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문

"자식을 잃은 애기 아빠입니다. 제 애기가 만 1살 먹고 병원에 입원해서 8개월 만에 사망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다..."

"저희가요. 애기 한번 잘 키워보려고 매일매일 가습기에다가... 우리 애기들 내 손으로 4개월동안 서서히 죽였어요. 그거 아십니까. 단순한 사고가 아닙니다. 제품을 잘 못 만들어서? 여러분과 같이 저도 평범한 아빠였어요. 저희가 서서히 제 자식을 죽인 겁니다. 이런 상황을 아직도 인지를 못해요. 저 옥시는."

"피해자 한사람 한사람 찾아가서 ‘너희가 니 자식을 죽인 게 아니다. 죄송하다. 니 자식을 죽인 건 우리다. 옥시다’라고 사과해야합니다"

"수사 면피용 사과는 받아드릴 수 없습니다. 지난 5년간 한 맺힌 눈물을 외면하다 검찰수사 시점에서 기자간담회 형식의 사과는 거부합니다."

"정말 언론인 여러분께 진지하게 부탁합니다. 악덕 살인기업이 대한민국에서 없어질 때까지 노력해주시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살인기업 처벌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구구절절한 말이다. 옥시 레킷벤키저 대표이사의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장에 왔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아버지의 절규다.

절대 있어선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피해자 유족의 절규는 와 닿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 하나는 마지막 말이다. 살인기업.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들 말대로 레킷에서 과연 이게 사람을 죽게 만들 것이란 사실을 알고 팔았을까. 살균제의 판매에는 정부의 인허가가 필수다.

사건의 핵심은 가습기 살균제에서 독성물질로 지목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다. 옥시는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제품에 활용·판매해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 2일 열렸던 옥시의 기자회견장은 욕설과 고성이 난무하고 피해자 측의 분노로 가득했다./사진=미디어펜


가습기 살균제는 한국에서만 사용되는 제품이다. 정부 발행 관보에 따르면 PHMG는 1997년 환경부 심사를 통과했다. 외국에선 PHMG가 1998년 유해물질 보고서에 나왔으나 국내에서는 1년 전 환경부 심사를 통과한 상태였다. 이후 살균제 시제품 출시는 2000년 10월, 김대중 정부 당시에 이루어진다. 이는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판매 중지가 되기까지 10년 넘게 판매됐다. 참고로 옥시 본사인 영국의 레킷은 살균제 시제품 출시 이후인 2001년 옥시를 인수했다.

해당 제품은 2001년 김대중 정부 당시 KC마크까지 획득한다. 1997년 환경부 심사 통과 이후 1998년 외국 유해물질 보고서가 있었으나 2000년 살균제 시제품 출시가 되었고 이듬해인 2001년 정부가 정식으로 판매 공인해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 발생했다. 2003년 PHMG가 인체사용이 금지된 농약에 쓰이는 성분으로 판명 받아 호주에서 흡입용 금지처분을 받았으나, 당시 국내에서는 이에 따른 조치가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었다. 이후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악화되어 갔다. 2006년 전국에서 원인불명의 폐질환으로 아기들이 죽어갔지만, 노무현 정부는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유시민이었다. 

   
▲ 가습기 살균제 논란으로 옥시 제품 불매운동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해당제품 매출이 급감했다. 시민들은 분무형태의 생활용품 구매를 꺼리고 있는 분위기다./자료사진=미디어펜


2006년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교수 등이 가습기 살균제의 심각성을 알렸으나 정부 관계당국은 이를 무시했다. 2007년에는 4개 대학병원 의료진이 관심을 촉구했지만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이 아닌 것 같다’며 방관했다.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역학조사는 2011년에야 이루어졌다. 이 역학조사를 통해 살균제가 폐 질환의 원인이었음이 확인됐다.

다만 현 정부 들어서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수사를 방치했다는 비난은 피치 못하게 됐다. 상당수 피해자의 사망시점이 업무상 과실치사죄의 공소시효를 넘겨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지난 4월을 기준으로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사망 피해자로 공식 인정한 95명 가운데 30명의 사망 시점이 공소시효 7년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정리해보자. 가습기 살균제의 판매에는 정부 인허가가 필수다. 살균제 독성물질에 대한 유해물질 외국 보고서는 1998년 나왔고 2003년에는 호주 정부에서 흡입용 금지처분까지 받았으나, 당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응은 전무했다. 오히려 정부 공인 마크를 달아주고 살균제의 심각성을 무시했다. 이번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기업의 부도덕함과 더불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무능함과 방관 때문에 일어났다.

이번 일로 폐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독성 물질이 다른 국내 방향제와 탈취제 제품에 쓰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원인을 모르게 아이들과 사람들이 죽어갔지만 정작 책임을 져야 할 당시의 정부 당국자들은 지금도 누구인지 아리송하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사건의 핵심은 가습기 살균제에서 독성물질로 지목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다. 옥시는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제품에 활용·판매해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사진=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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