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KB국민카드, NH농협 등 카드 3사를 통해 사상 최악의 고객 정보유출 사태가 일어나 소비자의 원성이 높아진 가운데 카드사들이 물직적·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카드사 사장들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불만은 쉽게 잦아들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근본적으로 금융권에 대한 고객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 카드3사 "피해 전액 보상하겠다"...고객들 "못믿겠다"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 심재오 KB국민카드 사장, 손병익 NH농협은행 카드분사장 등은 20일 오전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정보 유출사고에 대한 사과와 함께, 해당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를 포함한 모든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손병익 NH농협은행 카드 분사장은 "문제가 되면 이에 대한 피해보상을 검토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질적인 금전 피해는 물론 스팸문자나 피싱범죄에 노출된 고객들에게 정신적인 피해까지 보상할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도 마찬가지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카드사들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성난 민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날 다음과 네이버 등 주요 포털에는 집단 소송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으며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하루종일 카드사와 금융당국을 비난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날 오전 KB국민카드는 재발급 신청 1,195건, 해지신청은 5,094건. NH농협은 재발급 1,509건, 해지신청 471건으로 나타났다. 롯데카드는 3,000여건의 재발급 신청이 들어왔지만 해지 신청은 집계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 재발급 신청에 드는 비용과 시간만으로도 이미 소비자 피해는 시작됐다.

◇ 금융권에 대한 신뢰 붕괴가 원인

사장단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성난 민심이 가라앉지 않는 것은 이번 사태로 근본적인 금융사와 당국에 대한 고객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동안 금융권의 잇단 고객 정보 유출 사고에도 솜방망이 처벌로 사실상 책임자를 면책해 문제를 봉합하기는 커녕 대형사고를 키운 것이 바로 금융당국이었기 때문이다.

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쓰는 돈을 '불필요한 지출'로 치부해 허술한 보안을 방조한 금융사들은 책임을 면치 어렵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사태 직후 일부 카드사들이 '보안 장사'를 하면서 고객 불신은 극으로 치닫고 말았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대형사고에는 이미 수차례 전조가 있다"며 "잇단 사고에도 금융당국이 관계자 처벌에 소홀해 대형 사고를 일으킨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후폭풍은 꽤나 오래 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은 기본적으로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인데 그 신뢰가 무너졌으니 이는 영업 기반이 무너진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한 금융업 관계자는 "안그래도 금융업이 서민돈 뺏아간다는 비난 여론이 높았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고객 불신은 극에 달했다"며 "근본적으로 고객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는 한 금융업에 대한 비난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