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잘 나가던 박병호(30·미네소타)가 '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의 메이저리그도 홈런 경계령이 내린 선수에게 예외 없이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적'이 있다. 적병은 바로 사구다. 타깃이 된 박병호의 불뿜던 방망이도 주춤했다.

9일(현지시간) 박병호는 시카고와의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지난 7일과 8일 연이틀 동안 박병호는 고의성 짙은 사구에 맞았다. 팀의 중심이자 강타자라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하지만 첫 메이저리거가 된 박병호로서는 아쉽기만 한 장면이다. 더구나 집중 견제를 당했던 추신수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박병호는 지난 7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경기에서 8회초 상대 투수 네이트 존스가 던진 154㎞ 강속구가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아찔한 공을 피하면서 몸에 맞았다. 3개의 볼에 이어 날아온 사구는 위협구라고 보기엔 고의성이 짙다.

   
▲ 잘 나가던 박병호가 '추신수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의 메이저리그도 홈런 경계령이 내린 선수에게 예외 없이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적'이 있다. 적병은 바로 사구다./사진=MLB.com 캡쳐

8일에는 시카고의 왼손투수 크리스 세일이 던진 공을 1회초 첫 타석에서 맞았다. 오른쪽 무릎을 맞은 박병호는 고통스러워했고 1회말 수비때 교체됐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어서 부상자 명단에는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잇단 사구에 위축된 탓으로 박병호는 9일 경기에서 무안타에 그쳤다.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에게 사구와의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따라 붙는다. 메이저리그 현역 선수 중 LA 다저스 강타자 체이스 어틀리는 181개의 사구로 이 부분 1위다. 메이저리그 대표 홈런 타자인 뉴욕 양키스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175개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인 강타자 추신수도 110개로 10위에 올라있다.

신인급 투수를 내세워 타자의 기죽이기 작전인 사구전략은 강타자나 홈런타자라면 피해갈수 없는 장애물이다. 더구나 메이저리그는 160㎞에 육박하는 강속구다. 선수들은 공포감과 함께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부상의 위험도 높다. 횟수가 잦아지면 타격감이 흔들리고 슬럼프에 빠지기 일쑤다.

박병호는 국내 홈런타자로 군림하던 2012년 이후 네 시즌 동안 국내 무대에서도 43개의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그러나 박병호는 흔들리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박병호가 진정 홈런타자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사구에 주눅들지 않아야 한다. 더욱이 부상은 절대로 피해야 할 최대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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