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사업 재편·조직문화 혁신 시도 '성과 기대'
[미디어펜=이미경 기자] 30년 가까이 삼성그룹을 진두지휘한 이건희 회장이 갑작스럽게 쓰러져 세간을 놀라게 한지 벌써 2년이 됐다. 이 회장이 와병으로 비운 자리는 장남 이재용 부회장이 맡아 삼성을 이끌었다. 삼성은 새로운 ‘이재용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10일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켜 인근 순천향대학 서울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은 뒤 다음날인 11일 새벽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심폐기능이 정상을 되찾자 입원 9일 만에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VIP 병실)으로 옮겨졌으며 지금까지 입원 중인 상황이다.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0일 업계에 따르면 2년째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인 이회장의 상태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과 의료진은 이 회장의 병세와 치료방법에 대한 부분은 사생활 영역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의 와병으로 생긴 공백은 이 부회장이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삼성의 자리를 채워나가고 있다. 삼성은 지난 2년 동안 이 부회장의 주도 아래 변화를 겪어왔다.

삼성의 변화 중에 단연 세간의 이목을 끈 건 그룹의 사업 재편이다. 지난 2013년 말 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양수한 것을 시작으로 이 부회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주력 사업들을 정리하고 내실을 키워 나갔다.

이후 한화그룹, 롯데그룹과의 1·2차 빅딜을 통해 화학 및 방위사업 계열사를 모두 정리했다. 지난해 9월에는 옛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을 합병한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그룹 내 소규모 사업재편도 이어졌다.

또 그룹의 상징으로 불려왔던 삼성생명 태평로 사옥을 매각하고 삼성전자 주요 부서를 강남에서 수원으로 이전하는 등 사옥 재배치도 이뤄졌다. 삼성은 전자와 금융을 양대 축으로 건설·중공업, 서비스 등으로 사업 영역이 단순해졌다.

사업재편이 마무리되면서 이 부회장은 내실을 다지기 위해 삼성의 문화를 바꾸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삼성은 수원디지털시티에서 아래로부터의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 ‘스타트업 삼성 컬쳐혁신’ 선포식을 열었다.

스타트업 삼성은 스타트업 기업처럼 빠르게 실행하고 열린 소통의 문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혁신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야근과 특근, 비효율적인 회의와 보고 문화를 조직 전반에서 걷어내 새로운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것을 추구한다.

이 부회장은 미래 먹거리를 사업에도 착실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삼성은 2010년 바이오 제약·태양전지·의료기기·자동차용 전지·발광다이오드(LED)를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채택했다, 이 가운데 특히 바이오·의료기기·자동차용 전지 등 3개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사업은 현재 삼성SDI가 전담하고 있다. 삼성SDI는 생산라인 증설과 배터리 소재 R&D 강화에 집중해 향후 5년간 총 2조원 이상을 투자해 2020년에는 세계 탑 수준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삼성SDI는 글로벌 배터리 제조 기업 중 가장 먼저 중국 시안에 전기자동차 배터리 전용공장을 완공하고 본격 양산에 돌입했다. 시안공장은 연간 약 4만 대 분량의 고성능 전기자동차(순수 EV기준) 배터리를 제조하는 최첨단 생산라인이다.

바이오 분야도 체계적인 계획을 통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발돋움할 준비가 됐다. 지난 2011년과 2012년에 생산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신약 개발을 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각각 설립,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글로벌 3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바이오에피스는 올해 1분기 처음으로 2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성과를 보였다. 지난해 11월 착공한 제3공장이 2018년부터 가동을 시작하면 2020년 매출 1조원, 2025년 매출 2조원을 달성하는 계획이다.

이 부회장의 부재가 점점 길어지면서 이 부회장의 행보는 특히나 도드라지게 보여 진다. 현재 이 부회장은 삼성을 무난하게 이끌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본격적인 이 부회장의 전략에 맞춰 ‘제2의 삼성’이 어떤 변화를 이뤄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