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위원장 시절 친동생 김영주가 상무위원 겸 조직지도부장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시대를 연 북한 7차 당대회에서 가장 부상한 인물을 꼽으라면 최룡해이다.

최룡해 중앙당 근로단체비서는 박봉주 내각 총리와 함께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재진입했다. 또 신설된 당 중앙위 정무국의 부위원장 명단에서도 가장 앞에 자리했다. 그가 최근 3개월씩 혁명화교육을 받기 위해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던 것을 볼 때 불사조처럼 살아나 다시 ‘2인자’ 자리를 꿰찬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을 제외하고 나머지 4명의 상무위원은 김영남, 황병서, 박봉주, 최룡해이다. 이 중 내각을 대표하는 인물은 박봉주이고, 군을 대표하는 인물이 황병서라면, 당을 대표하는 자리에 최룡해가 오른 것이다.

당내 ‘2인자’가 된 최룡해가 맡을 새 직함은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대북소식통의 전언이 11일 입수됐다. 이번에 최룡해는 당을 대표하는 상무위원에 임명됐고, 동시에 신설된 정무국의 9명 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특히 9명 중 첫번째로 호명돼 당을 대표하는 간부가 된 만큼 당 중앙위 부장 가운데 으뜸인 조직지도부장 자리에 최룡해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일성 주석 시절 그의 친동생 김영주가 정치국 상무위원 자격으로 조직지도부장이었던 때가 있었다. 당시 김일성은 최고 직책인 노동당 위원장으로서 '2인자'였던 자신의 친동생에게 상무위원이자 조직지도부장을 맡겼다. 하지만 1966년 위원장이 폐지되면서 김일성은 총비서가 됐고, 김정일이 조직비서에 취임하면서 삼촌인 김영주를 밀어냈다. 

김정은이 이번 7차 당대회를 기해 제1비서직을 버리고 위원장에 올랐으니 당을 대표하는 최고 간부인 최룡해를 조직지도부장에 임명해서 완벽한 할아버지 따라하기를 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 북한 노동당대회에서 당 위원장에 취임한 김정은이 9일 대회 출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최룡해가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을 맡고, 정치국 위원에 오른 김기남이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으로 이전 자리를 지킬지 주목된다.
 
5명의 상무위원을 포함한 전체 정치국 위원은 김정은을 비롯해 김영남, 황병서, 박봉주, 최룡해, 김기남, 최태복, 리수용, 김평해, 오수용, 곽범기, 김영철, 리만건, 양형섭, 로두철, 박영식, 리명수, 김원홍, 최부일 등 19명이다.

정치국 후보위원은 김수길, 김능오, 박태성, 리용호, 임철웅, 조연준, 리병철, 노광철, 리영길 등 9명이다. 조연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리영길 전 총참모장을 제외하면 모두 바꿨다. 

이번에 비서국이 해체되고 ‘정무국’이 신설됐다. 정무국에 임명된 이들은 이전의 ‘당비서’ 직함 대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직함을 쓰게 됐다. 기존과 같은 9명으로 최룡해, 김기남, 최태복, 리수용, 김평해, 오수용, 곽범기, 김영철, 리만건이 이름을 올렸다. 

기존 명단과 비교하면 강석주, 박도춘이 빠지고 리수용, 리만건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외무상을 지낸 리수용의 급부상이 눈에 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에는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해 위원에는 황병서, 박봉주, 박영식, 리명수, 김영철, 리만건, 김원홍, 최부일, 김경옥, 리영길, 서홍찬이 포함됐다. 특히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던 리영길 전 총참모장이 재등장했다. 지난 2월 초부터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던 리영길은 3개월만에 나타난 것을 볼 때 서열 강등 등으로 숙청됐다가 복귀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군사위는 종전의 15명에서 4명이 줄어서 총 11명이다. 박봉주, 리명수, 리영길 등 3명이 추가됐고, 리병철, 윤정린, 리용주, 김락겸, 김영복, 최영호, 림광일 등 7명이 빠졌다. 

이번 지도부 선출에서 고령의 오극렬(86) 국방위 부위원장과 태종수 함경남도 당 책임비서, 건강악화설이 돌던 강석주 국제담당비서와 박도춘 전 군사담당비서가 빠졌다. 또 김락겸 전략군사령관도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에서 누락돼 잇단 무수단미사일 발사 실패의 책임을 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대상에 포함된 리만건 군수공업부장이 이번에 정치국 위원과 당 중앙위 정무국 부위원장 자리에 이름을 올려 앞으로 핵·미사일 개발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당 중앙위 부장 대신 중앙위 위원에 처음 선출됐지만 앞 순위에 호명된 것을 볼 때 실세로 부상한 것으로 보인다. 또 김정은의 현지지도를 최다 수행해 새로운 실세로 부각된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도 주석단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번 북한 지도부 인사의 특징은 정치국 상무위원과 위원, 후보위원의 자리를 늘리면서 승진 잔치를 벌인 것으로 ‘김정은 대관식’에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집권 초기부터 숙청 바람을 일으킨 만큼 현재의 지도부를 유지하면서 정권 안정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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