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경제대국 부상 일본, 미 유럽에 전방위 압박시달려

   
▲ 박대식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그래서 외교가 필요하다.

최근 거의 모든 일간지에 General Electric(GE)의 이멜트 회장이 우리나라의 삼성그룹을 언급한 기사가 실렸다. 이멜트 회장이 GE의 글로벌 마케팅 리더쉽 세션에서 GE의 임원들에게 삼성그룹의 스피드 경영을 벤치마킹하라는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GE는 미국의 발명왕 에디슨이 창업한 회사를 모태로 1892년 탄생했다. 창업 이래 백열전구, 제트엔진, 플라스틱, MRI 등 무수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왔으며 1896년 다우지수가 발표된 이래 우량기업으로 살아남은 유일한 회사다. 잭 웰치 전 회장이후 GE의 일거수 일투족이 경영학의 경영이론으로 승화되고 있으며 GE의 지배구조나 경영방식은 여전히 전 세계 글로벌 기업이 추종하는 롤모델(role model)이 되고 있는 초우량 글로벌 기업이다.

이미 수년전부터 우리나라의 삼성, LG 그룹  등 상당수 대기업 오너와 전문경영인, 임직원들도 GE의 인재사관학교라 불리는 존 웰치 리더쉽 센터에서 차세대 글로벌 리더로서의 소양교육을 받아왔다.

이런 회사가 이제는 삼성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한다.

자랑스럽고 가슴 뿌듯한 일이다. 지난 반세기동안 압축 성장을 해 온 한국경제의 성과가 여타 개도국으로 확산되고 있고 압축 성장의 한 가운데 우리 기업들이 있었다. 그 기업들의 업력(業力)이 이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분명 반가운 소식이지만 마음 한구석에 개운치 않은 부분이 남는다. 일본의 경우가 기억나서다.

지난 1980년대 일본이 유럽을 제치고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나서 미국 학계를 중심으로 일본 따라잡기가 유행처럼 번졌다. 재고를 줄이는 저스트 인타임(Just-In-Time) 시스템, 조직의 연대감과 결재제도를 연관시키고, 현장중심의 개선(kaizen)제도 등 일본 경영방식이 연구되었고 실제 일본의 경영방식이 미국 공장에 실험적으로 적용하기도 하였다.

이후 일본 기업들은 10여 년 동안 구미 선진국들로부터 엄청난 견제를 받았다. 루브르 협정 등 엔화절상을 위한 두 차례의 환율조정, 슈퍼 301조를 필두로 사실상 일본 제품을 겨냥한 통상입법, 그리고 여론을 동원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등 일본을 압박하기 위한 국제적인 공조체제가 형성된 적이 있다. 일본은 이후 선진국들의 일본 때리기를 무마하기 위해 상상이상의 노력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 미국 GE의 제프리 이멜트회장이 최근 삼성의 경쟁력을 배우자는 말을 많이 하고 있다. 실제로 GE임직원들이 삼성을 연구하는 한국학자로부터 강연을 듣기도 했다. 이멜트의 삼성 칭찬은 우리 대기업이 글로벌 초우량기업으로 도약했음을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불길한 점도 있다. 일본이 80년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미국 유럽으로부터 엔화 절상압박, 슈퍼301조 공세 등으로 방위 압박을 받은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향후 선진국들의 일본때리기가 한국때리기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압력을 피하기위한 외교적 노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해말 방한한 이멜트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이멜트 회장의 언급을 보고 한때 일본을 겨냥했던 화살이 우리 기업들을 향하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든다. 미국이 자랑하는 혁신기업인 애플과 우리 기업간 특허분쟁이 수년간 지속되고 있고 잘 나가기만 하던 우리 자동차가 지난 해 미국에서 수차례 리콜명령을 받았다. 철강과 석유화학제품도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에서도 덤핑공세에 시달리고 있고 해외건설 부분에서도 경쟁이 심해져 이윤도 엷어지고 있는 마당에 우리 기업의 해외수주실적마저 전과 같지는 않다.

국제경제 질서에 있어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함은 게임의 룰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국제통상이 걸어 온 역사가 그것을 말해준다. 덤핑, 환경, 노동에 관련된 규제들이 대부분 같은 질의 제품을 값싸게 만들어 수출하는 개도국들을 겨냥한 것이다.

그래서 주도권을 쥐고 있지 않은 약자에겐 통상외교란 것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박대식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