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에서는 일단 뜨기 위해 '노이즈 마케팅'을 활용하곤 한다. 악플보다 무플이 더 무섭다는 연예인들은 어떤 식으로든 일단 대중의 관심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과감하게 홍보수단으로 부정적인 사건을 터트리기도 한다. 최후의 수단이지만 이런 방법으로 실제 성공하는 연예인도 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것이 인수합병(M&A) 소식을 퍼트리는 것이다. 실제 상대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해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일부러 '노이즈'를 일으켜 주가를 띄우고 나중에 지분을 매도해 수익을 챙기는 '꼼수'인 경우도 많다. 주로 '작전세력'이 많이 쓰는 방법이기도 하다.

◇일동제약·녹십자간 경영권 분쟁...주가 폭등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일동제약과 녹십자간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한창이다. 지난 16일 녹십자는 일동제약에 대해 지분을 늘리고 지분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실제로 다음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녹십자는 일동제약 지분을 기존 15.35%에서 29.36%로 두 배 가까이 늘렸다.

현재 녹십자는 일동제약 윤원영 회장 등 최대주주 측과의 지분율(34%) 격차도 4.8%포인트로 줄어들었다.  녹십자가 일동제약 지분 9.99%를 보유한 기관투자자 피델리티와 연합할 경우 일동제약의 경영권을 가져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일동제약 주가는 폭등하고 있다. 지난 16일 처음 소식이 알려진 뒤 17일과 18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했고 이날도 오전 10시39분 현재 9.90% 오르고 있다. 거래량도 170만주에 달해 개인투자자들의 참여도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

M&A 소식에 주가가 급등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말에도 벽산건설의 M&A 소식에 주가가 수백% 급등한 적이 있었고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도 매각과 관련한 소식이 전해지기만 하면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M&A는 세력의 고전적인 수법...전문가 "펀더멘탈로 투자하라"

이번 녹십자의 일동제약 경영권 참여 선언의 진실은 아직 알 수 없다. 녹십자 주장대로 양사간의 결합으로 시너지를 확보하려는 차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쩌면 차익을 실현하고 빠져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인수합병 소식만 나오면 들썩이는 주가와 이를 보고 부나방처럼 뛰어드는 개인투자자들이다. 주식시장에는 아직도 기업의 펀더멘탈이나 장기 성장성보다는 단기 급등주에 투자해 한 몫 챙기려는 투자자들이 더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러한 개인투자자들의 속성을 간파하고 이를 이용해 '작전'을 펼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미리 주식을 사들인 후 의도적으로 인수합병 소식을 시장에 흘리고 주가가 급등하면 팔아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수법을 자주 사용한다.

실제 사례를 보자.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기업을 인수합병할 것처럼 꾸며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32살 권모씨를 구속기소하고 공범 정모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코스닥 상장사의 주식을 매집해 대주주가 된 공범을 통해 '경영참가목적'임을 밝히고 실제로 인수하려는 듯 위장했다. 이들이 당시 급등한 주식을 처분해 벌어들인 이익만 26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인수합병 소식에 들썩이는 종목에 함부로 뛰어드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행태에 우려를 표명한다. 인수합병이라는 것이 최종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고 또 합병이 된다 할 지라도 향후 기업 가치 상승에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벽산건설의 M&A 소식에 주가가 급등했으나 결국엔 무산된 것과 같이 인수합병은 최종 딜이 성사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기업의 내재 가치를 보지 않고 재료에 혹해서 투자에서 나서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