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롯데·신라 등 8개 주요 면세점이 국산품 가격 책정에 필요한 원·달러 환율을 담합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공정위는 소비자 피해를 정확히 산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환율 담합을 벌인 롯데면세점(호텔롯데·부산롯데호텔·롯데디에프글로벌·롯데디에프리테일), 신라면세점(호텔신라), 워커힐면세점(SK네트웍스), 동화면세점, 한국관광공사 등 8개 업체에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은 면세점들이 판매하는 화장품·홍삼 등 한국산 제품의 가격이다.
면세점들은 국산품을 원화로 사서 달러화로 판매한다.
면세점 판매가격이 원화로 10만 원 정도인 설화수 윤조에센스의 경우 원·달러 환율을 달러당 900원으로 적용하면 111달러, 1000원으로 적용하면 100달러로 달러 표기 가격이 달라진다.
면세점들이 담합해 결정한 환율이 시장 환율과 비슷하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시장 환율보다 높다면 내국인 고객이 손해를 보게 된다. 반대로 적용 환율이 시장 환율보다 낮으면 내국인 고객이 이익이다.
면세점들은 2007∼2012년 5년간 담당자들끼리 전화 연락을 하면서 국산품에 적용할 원·달러 환율과 적용 시기를 공동으로 결정했다.
5년간 환율은 매일같이 바뀌었지만, 면세점들은 적용 환율을 14차례 바꿔 달러화 표기값을 조정했다.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면세점들은 매일 제품 가격표를 바꿔 달아야 해서 편의상 업계에서 환율을 정해 사용했고, 환율 변화에 따라 환차손·환차익이 모두 발생할 수 있다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고 한다.
또 쿠폰, 마일리지 등 다양한 할인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들이 지불한 가격은 달러 표시 가격보다 낮다고 주장했다.
면세점들이 담합을 벌인 63개월 중 60% 정도는 환율 담합으로 환차익을 보고 나머지 40%는 환차손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해명을 받아들여 공정위 의결 조직인 전원회의는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고 시정명령만 내렸다. 그러나 분명한 담합 행위에 대한 제재가 지나치게 가볍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다른기사보기